[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국내 파워서플라이 제조사 파워렉스가 부도 상태에 빠져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업체의 제품을 구매한 개인 고객은 물론 조립PC 업체와 PC방 등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27일부터 관련 업계 커뮤니티에 따르면, 수 억원에 달하는 어음을 갚지 못해 1차 부도 상태에 빠졌으며, 곽승철 대표이사가 잠적해 연락이 전혀 닿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일부 직원들은 27일 당일에 회사의 부도 사실을 문자로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8일 금융결제원이 파워렉스의 당좌거래정지를 발표하면서 파워렉스 부도설은 사실로 드러났다.
부도로 인해 용산과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파워렉스의 서비스센터도 문이 닫혔다. 실제로 용산 선인상가 1층에 위치한 파워렉스 고객센터는 오후 5시가 됐는데도 문이 잠긴 상태였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홈페이지가 트래픽 초과로 인해 일시적으로 마비되기도 했다.
워낙 급작스럽게 부도가 나다 보니 PC 커뮤니티 회원, 업계는 물론 용산 전자상가에서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조립PC업체 관계자 A는 “어제서야 파워렉스가 부도 난 것을 알았다”면서 “파워서플라이 업계 2위가 부도 난 것인 만큼 소비자와 조립PC 업체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 우려를 표했다.
갑작스러운 부도로 인해 소비자와 PC방, 조립PC 업체가 받는 피해는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서비스센터가 문을 닫은 상태여서 파워서플라이에 문제가 생겨도 이를 해결할 길이 막막한 상태다. 부도 전에 무상 10년 A/S에 100W 추가 이벤트까지 펼치며 제품을 판매해온 상황이라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6년에 설립된 파워렉스는 설계와 제조를 모두 국내에서 담당하는 파워서플라이 업체로 주목을 받았다. 국내 PC 주변기기 업체들은 대부분 설계만 국내에서 하고 생산은 중국, 대만 등지에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파워렉스는 설계는 물론 국내 공장에서 직접 파워서플라이를 제작하는 것을 어필한 것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품질이 파워렉스의 발목을 잡았다. 한 벤치마크 사이트에서 커넥터가 발화하거나 전력 효율이 광고보다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기술력이 다른 제조사보다 떨어진데다가 원가 절감을 위해 값싼 부품을 사용한 게 원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도 좋지 않았다. 조립업체 관계자 B는 “벤치마크 사이트에서 제기된 케이블 발화 문제가 조립PC를 제작할 때도 똑같이 발생했다”면서 “이에 항의를 하자 책임을 10년 넘게 PC조립을 해 온 우리에게 떠넘겼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이러한 문제가 누적돼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판매량이 급감하고 후속작도 인기를 얻지 못하면서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파워서플라이 업계 2위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파워서플라이 업계 관계자는 “한때 파워서플라이 업계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던 업체가 갑자기 사라지니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적지 않은 점유율을 지니고 있던 업체가 사라진 만큼, 다른 업체에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