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2018년 하반기, PC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시장조사기관 한국IDC는 2018년 3분기 국내 PC 출하량이 전년 대비 10.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PC 시장 매출 규모도 전년 대비 3.9%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앞으로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IDC는 향후 5년간 PC, 태블릿 출하량이 연평균 1.8% 역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PC 시장이 쉽게 저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사양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게이밍 PC, 게이밍 기어 시장이 크게 팽창했고, 윈도우 10 교체시기를 맞아 비즈니스 PC 분야도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5G가 노트북, 태블릿PC 등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희소식이다.
smartPC사랑은 지난 호에서 2018년 PC/IT 시장에서의 주요 이슈를 10개로 나눠 정리했다. 이번 신년호에서는 2019년 주요 부품과 노트북 등을 중심으로 2019년 PC 시장을 뒤흔들 트렌드를 선정했다. 내년도에 PC를 교체, 업그레이드할 소비자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PC 시장을 이끌어가는 업계 모두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CPU – 인텔의 변화, AMD의 공정 개선
인텔의 14나노 프로세서 공급 부족 현상은 상반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제리 쉔 ASUS CEO는 2019년 2분기까지 인텔 CPU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인텔이 흔들리는 가운데 2019년 하반기에 출시될 10세대 서니 코브 기반 CPU의 성능이 주목된다. 서니 코브는 실행 포트가 8개에서 10개로 늘어나고 L1 데이터 캐시도 48KB로 증가하는 등 코어 프로세서의 구조를 바꾼 것이 특징이다.
AMD는 3세대 라이젠을 준비하고 있다. 2분기 때 공개될 것으로 보이는 AMD 프로세서의 스펙은 아직 안개 속에 쌓여 있다. 3세대 라이젠의 스펙과 관련된 자료가 올라왔으나 이는 가짜 자료로 판명됐다. 다만, 7나노 공정을 채택해 인텔과의 공정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노트북 – 컨버터블, 초경량 게이밍 노트북 강세
노트북 시장은 데스크톱에 비해 하락세가 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윈도우 10 교체시기를 맞아 모바일 오피스 구축을 위해 노트북을 구매하는 이들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인을 겨냥한 비즈니스 노트북에서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블릿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컨버터블 노트북, 스타일러스 펜을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게이밍 노트북에서는 단순히 고사양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제품을 넘어, 휴대성과 디자인에도 신경을 쓴 모델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무게가 2kg 이하임에도 불구하고 8/9세대 인텔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 시리즈/RTX 20 그래픽카드를 장착하고, 디스플레이 베젤도 매우 얇은 모델이 많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 Max-Q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이 이전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모니터 – 점점 더 치열해질 게이밍 모니터 경쟁
2018년 게이밍 모니터 판매량은 작년보다 2배 정도 성장했다. 고주사율과 우수한 화질을 요구하는 게임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2019년에도 이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몰입감이 좋고 눈의 피로가 적어 오랫동안 사용하기에 좋은 커브드 패널을 채택한 모델이 더 많은 인기를 넘을 것으로 전 망되며, 144Hz를 넘어 165~240Hz대의 고주사율 모니터가 많아질 것이다.
한편, 사진이나 동영상 편집에 적합한 전문가용 모니터의 인기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4K, 8K 등의 고화질 사진과 동영상 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HDR 기능을 탑재한 모니터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모니터 시장에 중소기업이 대거 진출함에 따라 저가형 모니터, PC방 모니터를 중심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메인보드 – 올해 전망은 ‘흐림’, 고급 제품 인기 끌 전망
메인보드 시장은 기본적으로 인텔 9세대 프로세서가 얼마나 원활하게 공급되는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만 IT매체 디지타임스(Digitimes)는 2019년 메인보드 출하량 1,000만 대를 돌파할 업체는 ASUS 뿐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으로는 AMD 프로세서의 인기가 올라감에 따라 이에 맞춰 AMD 메인보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소비자들이 점점 더 고사양 PC를 구성하려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메인보드도 더 고급화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오버클럭을 지원하고 더 큰 용량의 메모리를 장착할 수 있으며, 더 많은 연결 포트를 지원하는 인텔 Z390/AMD X470대 메인보드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픽카드 – 엔비디아 우세 속 AMD, 인텔의 반격 준비
2019년에도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우위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PC 업계에서는 미드레인지급 GPU인 지포스 RTX 2060의 실제 성능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 관심이 높다. 향후 게이밍 노트북에 탑재 될 지포스 RTX 20 모바일의 성능도 관심사다. 엔비디아는 CES 2019에서 모바일 버전의 지포스 RTX 20 시리즈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라데온 RX 590을 출시한 AMD는 7나노 공정의 나비 아키텍처를 채택한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컴퓨텍스 2019에서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의외의 변수는 인텔이다. 2020년에 첫 번째 그래픽카드를 출시할 예정인 인텔의 움직임에 따라 향후 그래픽카드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특히 CPU 개발 등으로 충돌이 잦았던 인텔과 엔비디아 간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가 관심사다.
RAM – 대한민국에서 펼쳐지는 메모리의 혁신
2019년에는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의 최신 메모리가 본격적으로 PC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SK하이닉스의 2세대 10나노급 DDR4 D램이 1분기부터 공급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 제품은 1세대 대비 생산성이 약 20% 향상됐고, 전력 소비도 15% 이상 줄어들었다. 데이터 전송속도도 최대 3,200Mbps에 달한다.
고사양 PC를 구성하는 이들이 많아짐에 따라 XMP 지원, 방열판을 통한 발열 해소 등을 지원하는 고사양 메모리도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RGB LED로 튜닝PC를 구성할 수 있는 제품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20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DDR5 RAM의 실제 성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장장치 – 더 저렴해지는 SSD, HDD 용량도 늘어나
SSD 가격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QLC(4비트) SSD는 장기적으로 이 흐름을 가속화할 것이다. QLC는 한 셀에 4비트로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이전의 TLC보다 가성비를 높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 A는 “아직은 QLC SSD가 초기 모델이라 가격 문제가 있지만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면 SSD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기존 플랫폼보다 빠른 속도를 갖춘 NVMe SSD도 인기가 높아질 것이다.
HDD는 이런 SSD의 흐름에 대비해 용량을 더욱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기업, 데이터센서, 서버 등에 특화된 HDD 제품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플래터에 담을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을 끌어 올리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게이트는 2020년에 20TB HDD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키보드/마우스 – 게이밍 기어 인기는 계속, 무선 제품 활성화 전망
키보드와 마우스는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게임 관련 기능을 강조한 제품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로스트아크를 필두로 RPG 게임이 다시 인기를 끌면서 강력한 매크로 기능을 갖춘 제품이 게이머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가령, 마우스는 매크로를 지정할 수 있는 버튼이 많은 RPG 특화 제품을 찾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다.
무선 게이밍 기어도 본격적으로 시장에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에는 지연시간 문제 때문에 무선 키보드나 마우스로 게임을 즐기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무선통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무선 키보드, 마우스도 1ms급의 빠른 응답속도를 지니게 되면서 고성능 무선 키보드, 마우스에 게이밍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파워서플라이 – 더 강해진 파워의 시대
현재 컴퓨터의 CPU, 그래픽카드는 점점 더 많은 전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기존의 파워서플라이로는 시스템을 구성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뜻한다. 여러 관계자들은 고사양 PC 조립이나 업그레이드를 위해 700W 이상의 고출력 제품이 파워서플라이 시장의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출력만 높다면 무조건 인기를 끌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고사양 부품에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 만큼 안정성과 시스템 보호, A/S, 조립 편의성 등에 신경을 많이 쓴 제품이 승자가 될 것이다. 또한, RGB 튜닝 열풍에 맞춰 RGB LED를 지원하는 파워서플라이도 많아질 것이다.
케이스 – 더 시원하게, 더 화려하게
PC의 사양이 점점 올라감에 따라 케이스 또한 고급화의 길을 걸을 것이다. 특히 고사양 부품에서 내뿜는 열을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쿨링팬, 더 큰 라디에이터를 장착할 수 있는 케이스가 인기를 끌 것이다. 업계 관계자 B는 이전과는 달리 쿨링 성능이 우수한, 4~5만 원 이상의 제품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했다.
RGB 케이스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LED가 달린 쿨링팬을 장착해 RGB 효과를 구현하는 제품이 많았다. 그러나 2019년부터는 케이스 내부에 RGB 스트립이 부착돼 메인보드와 연결하면 자체적으로 RGB 효과를 지원하는 제품이 인기를 누릴 것으로 관측된다. 몇몇 브랜드는 벌써 이런 케이스를 출시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음향기기 – 스마트폰의 영역에 도전한다
IT 자문기관 가트너는 2022년이 되면 무선 이어폰을 비롯한 이어웨어 디바이스가 전체 웨어러블 기기 중 최상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앞으로도 무선 이어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의미한다. 고성능 무선 이어폰, 헤드폰, 게이밍 헤드셋은 물론 핸즈프리에서도 다양한 제품이 출시될 것이다.
AI 플랫폼에 음향기기를 편입하려는 시도도 계속될 것이다. AI 스피커를 넘어 무선 이어폰, 헤드폰에도 애플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 등의 AI 비서가 탑재돼 오늘 날씨를 알아보거나 실내조명을 켜고 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급 음향기기가 현재 스마트폰이 수행하는 많은 작업을 대체하면서 스마트폰의 영역을 침범할 것이다.
공유기 – 10기가 와이파이, MU-MIMO가 대세
2019년부터는 10기가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가정에 사용된다. KT에 이어 SK브로드밴드도 10기가 인터넷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10기가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공유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머큐리가 국내 최초로 10기가 와이파이 공유기 개발에 성공한 가운데 다른 업체도 10기가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제품을 출시할지가 주목된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MU-MIMO다. 이 기술은 데이터를 송수신할 때 안테나 여러 개를 사용해 용량을 확대시켜 네트워크 속도를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MU-MIMO 기술이 적용된 공유기는 여러 대의 기기를 연결해도 속도 저하가 덜하다. 그래서 사물인터넷을 지원하는 스마트가전이 점점 많아지는 시점에서 MU-MIMO 탑재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게이밍 의자, 쿨링용품 경쟁도 주목
앞으로는 게이밍 의자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게이밍 기어 브랜드가 독점해오던 시장에 일반 가구 업체들이 진출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가구 전문기업 퍼시스그룹의 의자 전문 브랜드 시디즈는 LoL 파크와 젠지 e스포츠 연습실에 게이밍 의자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또한, 쿨링팬, CPU쿨러 등의 쿨링 용품이 더 고급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CPU와 그래픽카드가 점점 더 성능이 좋아지면서 이에 맞는 쿨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단 쿨링 성능뿐만 아니라 RGB LED를 통해 튜닝성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흐름은 2019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소비자들이 더 다양하게 컴퓨터를 꾸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