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팩트] '사망사고·적자·평가D' 코레일 사면초가... 한문희 사장 완주 '빨간불'
구로역 선로 정비 중 노동자 2명 사망 취임 1년 성과인 중대 재해 '0' 무색 작년 기관 평가서 낙제점...올해 전망도 암울 주요 지표인 안전, 재정 건전성 모두 취약
[smartPC사랑=박봉균 기자]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1년 9개월만에 발생한 심각한 사망사고로 중대재해 무사고 기록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 사고 여파로 한문희 코레일 사장의 남은 임기 완주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한차례 기관장 경고 조치를 받은 코레일측은 이번 중대재해 사고로 내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경고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누적된 경고가 전체 평가 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한 사장은 기관장 해임 건의안을 받을 수 있다. 내달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만성적자에 사망 안전사고 등 악재가 겹친 코레일의 문제가 ‘조직 비대화’에 있다고 간주, 조직 슬림화를 통한 ‘경영 효율성’과 함께 철도 안전도에 대한 집중 추궁이 예상된다.
4일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오전 2시 20분쯤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상행선 선로를 점검하는 모터카와 선로 보수 작업용 모터카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코레일 직원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작업 중인 전기 모터카가 있는 선로의 통행을 차단했지만, 바로 옆 선로를 통제하지 않으면서 선로 검측 차량이 보수 차량을 들이받은 사고였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검토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최고경영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는다. 다만 한 사장과 코레일에 대한 처벌 여부는 미지수다. 코레일은 2022년에만 네 차례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2022년 3월에는 대전차량사업소 열차 검수고에서 노동자 한 명이 철도 바퀴와 레일 사이에 끼여 사망했고, 7월에는 경의중앙선 중랑역에서 배수로를 점검하던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숨졌다.
이어 10월에는 일산선 정발산역에서 스크린도어 화면을 확인하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다. 같은해 11월 의왕 오봉역에서도 화물 차량 연결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열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났으나 검찰은 나희승 전 코레일 사장과 코레일이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이행했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한 사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일성으로 "안전을 최우선하는 전방위 혁신으로 국민이 신뢰하는 철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임기 반환점을 찍은 지난 7월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대재해 없는 1년을 보냈다"며 취임 1년의 주요 성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한 사장이 강조한 안전 경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코레일의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사고 후 낸 성명에서 "선로 작업중 인접선 열차운행 중단, 열차 감시자 배치 등 오래 전부터 인력 증원을 요구해 왔으나 번번이 묵살됐다"며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안전 시스템을 개선,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코레일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비켜가더라도 수천억 원에 이르는 적자 재정 역시 한 사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6월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낙제점에 해당하는 D(미흡) 등급을 받았다. 전년도 평가 E(아주 미흡) 등급보다 한 단계 상승한 평가지만, S(탁월) 등급부터 E등급까지 6개로 구성된 등급표상 하위권에 해당한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2년 연속 D등급을 받거나 E등급을 받으면 해당 기관장은 해임 건의 대상이 된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경영실적 평가의 핵심 지표는 안전사고와 재무 건전성으로 구성된다.
'2023 회계연도 결산보고'에 따르면 코레일은 2020년 영업 적자 1조 211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8880억 원, 2022년, 3969억 원, 2023년 4415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 역시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2021년 287.3%에서 2022년 222.6%로 감소했지만 2023년 237.9%로 다시 증가 추세로 접어들었다. 중장기 전망도 어둡다. 코레일은 '2023~2027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서 지난해 2308억원의 영업적자가 흑자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지난해 말 4415억원의 손실을 누적했다. 한 사장이 남은 임기 동안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철도 요금 현실화'를 실현하는 것 외에는 방안이 없다.
올해 발생한 구로역 노동자 사망사고, 누적된 재정적자를 감안하면 코레일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도 낙제점이 유력해 보인다. 코레일은 공사 분리 이후, 19년 역사 동안 임기를 완주한 단 한 명의 사장도 배출하지 못해 '수장 잔혹사'로 악명 높다. 한 사장은 40년 철도 경력을 바탕으로 역대 코레일 사장 중 몇 안 되는 철도 전문가로 손꼽히고 있으나 단기간 내 재정 적자, 안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해임 건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