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퀘스트 히어로즈 -암룡과 세계수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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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퀘스트 히어로즈 -암룡과 세계수의 성-
  • 석주원 기자
  • 승인 2015.07.29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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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는 일본의 국민게임이면서, 일본식 RPG의 원형을 만든 게임이다. 1990년대에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으로 꼽혔지만, 파이널 판타지가 외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던 것과 달리 드래곤 퀘스트의 인기는 대부분 일본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 게임을 선호하는 국내 콘솔게이머들 사이에서의 인기도 파이널 판타지보다는 밀리는 편이었고, 그런 이유에서인지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는 전무했다. 덕분에 국내에서는 원작 게임보다 만화 등으로 드래곤 퀘스트를 접한 사람들이 더 많다. 이런 여건 속에서, 비록 외전이기는 하지만 ‘드래곤 퀘스트 히어로즈(이하 드퀘히어로즈)’가 시리즈 최초로 한글화 정식 발매 됐다는 점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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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사: 스퀘어에닉스, 코에이테크모 게임즈

● 유통사: 스퀘어에닉스, SCEK

● 기종: PS4, PS3(한글화는 PS4 한정)

● 장르: 액션RPG

● 발매일: 2015년 6월 4일(한글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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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RPG? 드퀘무쌍?

드퀘히어로즈가 처음 공개됐을 당시의 반응들은 대체로 ‘드퀘마저 무쌍으로 나오다니’ 였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쏟아지는 다수의 몬스터들을 상대로 액션을 펼친다는 콘셉트만 놓고 봐도 누구나 ‘무쌍류’ 게임을 떠올리기 마련이었고, 애초에 제작사가 무쌍 게임을 전문으로 만드는 코에이테크모의 오메가포스였다. 이런 이유로 출시 전부터 ‘드퀘무쌍’으로 많이 불렸는데, 핵심 개발자 중 한 사람이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액션RPG라고 발언함으로써 게이머들 사이에서 드퀘히어로즈가 무쌍이다 아니다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드퀘히어로즈는 무쌍류 액션게임일까, 아니면 액션RPG일까? 이 부분은 솔직히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겠다. 다만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해보면 왜 개발자가 이 게임을 액션RPG라고 단언했는지 알 수 있다. 캐릭터 성장 시스템부터 아이템, 동료, 퀘스트 등 모든 면에서 드래곤 퀘스트 본가 시리즈의 것을 그대로 채용하고 있으며, 전투 시스템만 무쌍류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 이렇게 보면 영락없이 드퀘무쌍.

 

드래곤 퀘스트의 축소판

메인 디렉터는 호리이 유지, 캐릭터 디자인은 토리야마 아키라. 드래곤 퀘스트를 대표하는 황금조합이 이번 드퀘히어로즈도 함께 작업했다. 오프닝 영상을 보면 가장 먼저 두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디렉터인 호리이 유지는 1980년대 초반 서양의 초기 RPG들을 접한 후 일본문화에 어울리는 RPG를 구상했는데, 그게 바로 드래곤 퀘스트 1이다. 드래곤 퀘스트 첫 작품부터 빠짐없이 일러스트레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토리야마 아키라는 일본 만화의 전설 드래곤볼의 원작자이다. 이 둘과 음악을 담당한 스기야마 코이치를 합쳐 드래곤 퀘스트의 3대 필수 요소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이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드래곤 퀘스트가 아니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이번 드퀘히어로즈에도 이 세 명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어쨌든 이번 작은 매우 드래곤 퀘스트스러운 게임이다. 캐릭터와 음악은 물론이고, 등장 몬스터, 각종 장비, 마법, NPC에 이르기까지 드래곤 퀘스트 특유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스토리 자체는 단순하지만, 정통적인 용사와 마왕의 이야기를 동화처럼 풀어내고 있으며, 기존의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고유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들고 있다. 드래곤 퀘스트 특유의 귀여운 몬스터들도 각각의 특징들이 액션 게임에 어울리는 형태로 구현돼 있다. 게임의 깊이에서는 본가 시리즈와 비교해 많이 부족하다는 평이지만, 드래곤 퀘스트가 어떤 게임인지 맛보기에는 좋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 국내에서는 드퀘히어로즈를 통해 드래곤 퀘스트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도 많은데, 캐릭터를 보고 ‘어 드래곤볼이랑 비슷하네?’ 라고 반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팬을 위한 선물

드퀘히어로즈의 배경이 되는 세계와 주인공 캐릭터는 오리지널이지만, 동료로 되는 캐릭터들 중 상당수는 이전의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세계가 위기에 처하자 여러 차원을 여행하는 신조(神鳥) 레티스가 다른 세계의 전사들을 게임의 세계로 불러 모았다는 설정으로 게임에 출연하고 있다. 아쉽지만 드래곤 퀘스트 1, 2, 3의 주연급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으며, 4에서 아리나, 크리프트, 마냐, 피사로, 5에서 비앙카와 플로라, 6에서 테리, 8에서 얀가스와 제시카가 게임의 무대로 소환됐다. 캐릭터들이 소환되는 시점을 원작을 기준으로 볼 때 제각각이며, 엔딩 후에 소환된 캐릭터들이 있나 하면 중요한 이벤트 직전에 소환된 캐릭터들도 있다. 시리즈 팬이라면 이러한 소소한 부분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시리즈 팬이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관련된 배경 스토리가 조금씩 언급되므로 각 캐릭터의 배경 이야기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이외에도 용사의 특권인 남의 집(?) 마음대로 뒤지기도 소소하게 구현돼 있으며, 작은 메달 모으기와 심지어 ‘파후파후’도 나온다.

▲ 마을에 있는 통을 뒤적거려 아이템을 꿀꺽 하는 건 RPG 주인공의 특권. 드퀘히어로즈에도 잘 구현돼 있다.

 

아쉬움이 남는 액션성

드퀘히어로즈는 액션RPG다. 그것도 일반적인 액션이 아니라 무쌍류에 기반을 둔 액션게임이다. 드퀘히어로즈의 조작방식은 □버튼 연타와 △버튼을 조합한 콤보와 ○버튼을 이용한 필살기, 트리거 버튼을 이용한 특수기 등 무쌍류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무쌍 게임을 자주 즐겼던 게이머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무쌍 게임과 비교해 보자면 액션의 다양성이 많이 부족하다. 트리거 버튼을 조합한 특기와 마법이 있긴 하지만, 초반에는 MP부족으로 난사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너무 RPG적인 요소를 강조하다 놓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고 액션RPG로서의 완성도가 높은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완성도의 게임이 되고 말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회피와 방어를 잘 사용해야 게임을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점은 무쌍류의 호쾌한 액션성에는 방해가 되지만, 액션RPG로서는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반에 진입하기 전까지의 전투 자체가 단조로운 패턴이 반복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또, 초심자를 위해 간단조작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가뜩이나 액션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간단조작을 사용하면 게임이 더욱 단조로워 진다. 웬만하면 전체조작을 선택하는 것을 권한다.

▲ 조작방법은 액션 일람 메뉴에서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무쌍을 가장한 디펜스?

이 게임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각 스테이지별 게임의 목표가 ‘XX를 지켜라’는 것이 많아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방해한다는 데 있다. 메인 스토리의 절반에 가까운 스테이지가 특정 인물이나 장소를 지키는 디펜스 형태를 띠고 있다 보니 자유롭게 맵을 돌아다니며 밀려드는 적을 쓰러버리는 무쌍류 액션은 애초에 기대하기가 힘들다. 드퀘 디팬스라고 이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 물론, 디펜스와 동시에 몬스터의 출몰지역을 공략할 수 있도록 몬스터 동료 시스템을 도입하기는 했는데, 1회차에서 디펜스 대상을 동료 몬스터에게만 맡기고 자리를 뜨기는 여러모로 어렵다. 파티에 속한 동료라도 자유롭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면 좀 더 전략적인 활용이 가능했겠지만, RPG의 파티 플레이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다른 동료들은 줄줄이 플레이어 캐릭터만 따라다닌다. 그나마도 인공지능이 좋지 않아 눈앞에 몬스터가 있는데도 멍하니 있기 일쑤. 드퀘히어로즈의 파티 시스템은 여러모로 효율성이 떨어진다.

물론, 한 번 지나온 장소에서는 자유 전투를 즐길 수 있긴 한데, 이게 또 어떠한 목적도 없고 스테이지 클리어 조건도 없이 무한으로 등장하는 몬스터를 왔다 갔다 하며 처치하는 단순 반복 작업이라 성취감이 떨어진다.

▲ 사실상 액션RPG가 아니라 액션 디펜스 게임…

 

여러모로 부족한 볼륨

드퀘히어로즈의 스토리를 모두 클리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15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물론, 서브 퀘스트라던가 추가 DLC 콘텐츠까지 전부 포함하면 20~30시간 이상 즐길 수 있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즐길거리가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상대적으로 쉬운 스토리 모드의 난이오에 비해 엔딩 후 즐길 수 있는 추가 콘텐츠들의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레벨업 작업을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전투 맵의 종류가 매우 적기 때문에 반복 플레이를 몇 번 하다보면 쉽게 질리기 마련이다. 이외에도 기껏 캐릭터 코스튬 교체 시스템을 넣어두고서는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불만 중 하나다. 주인공 캐릭터는 그나마 특전 복장이 있긴 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은 고작 색만 다른 기본 복장이 추가되는 것이 전부다. 마지막으로 게임 전반에 걸쳐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시스템을 그대로 재현했는데, 본가 시리즈가 클래식한 게임이다 보니 편의성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이미 후속작의 제작이 결정됐다고 하는데, 1에서 지적 받았던 문제점들을 제대로 개선해서 나와 주길 바랄 뿐이다. 다만, 한글화된 드퀘히어로즈의 판매량이 썩 좋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후속작도 한글화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 드래곤 퀘스트 3 팬이라면 반가울 용사 로토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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