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의 위치는 어디인가
상태바
태블릿PC의 위치는 어디인가
  • 정환용 기자
  • 승인 2015.08.05 17:08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무는 노트북, 전화는 스마트폰

사람들이 태블릿PC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지 5년여 가량이 흘렀다. 2007년 휴대폰의 변혁을 가져온 스마트폰에 이어 2010년 애플의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태블릿PC는 스마트폰과 함께 ‘모바일 기기’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현재까지 다양한 PC·IT 브랜드에서 태블릿PC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계속되는 성능의 향상에 이어 현재의 발전 추세는 ‘휴대성’으로, 성능을 유지하며 무게는 더욱 가벼워지고 두께도 계속 얇아지고 있다.

정작 태블릿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전화 기능을 제외하면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차이는 화면의 크기 정도인데, 5인치 이상 크기의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굳이 태블릿이 별도로 필요하진 않다. 같은 브랜드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함께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도 태블릿 전용 앱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스마트폰처럼 수시로 활용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추세다. 태블릿을 제조사들이 원하는 용도로 활용하려면, 이를 활용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태블릿이 차세대 PC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현실이 되는 것만큼이나 멀게 느껴진다.

얼마 전 한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노트북은 가지고 다니기에 크고 불편하다. 요즘 나오는 9인치 태블릿이 괜찮아 보이던데 하나 추천해 달라.” 난감했다. 서피스 3를 추천하니 비싸고, 아이패드를 추천하자니 ‘태블릿PC는 노트북과 아예 다르다’는 걸 설명해야 했다. 10여 분의 설명 끝에 가볍고 적당한 성능에 가격도 나쁘지 않은 울트라북으로 결정한 뒤에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화는 스마트폰, 컴퓨터는 노트북… 그럼 태블릿PC의 입지는 뭘까?’ 이 고민이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이틀이 지났고, 본 기획의 첫 문장을 쓰게 됐다.

 

모바일 기기 전성시대

‘모바일’의 사전적 의미(이동하기 쉬운, 가동성의, 유동적인)에 가장 부합하는 컴퓨터는, 2007년까지는 노트북이었다. 스마트폰 이전에도 PDA가 있었지만 성능이나 가용성에서 노트북에 미치지 못했고, 거의 대부분의 데스크톱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 휴대성까지 높은 것은 여러 컴퓨터 종류 중 랩톱의 입지가 절대적이었다. 랩톱 컴퓨터는 같은 가격의 데스크톱 대비 성능은 조금 떨어져도, 본체·모니터·키보드·마우스 일체형으로 높은 휴대성을 가졌다. 프로세서와 하드웨어는 계속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보통 성능의 데스크톱에 필적하는 성능도 갖추게 되며 그 파이는 계속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집에서도 데스크톱 대신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을 정도니까.

20세기 최고의 IT 발명품이 컴퓨터라면, (아직 16년밖에 안 됐지만)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은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다. 최초의 스마트폰은 아이폰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1990년대 초 IBM이 설계해 대중에 공개된 ‘사이먼’을 스마트폰의 시초로 볼 수 있는데, 간단히 말해 전화 기능이 포함된 미니 컴퓨터였다. 이후 모바일 기기 전용 프로그램인 통칭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구축되고, 이것을 가장 먼저 정착시킨 것이 애플의 아이폰, 그리고 iOS였다. 말하자면 아이폰은 스마트폰의 2세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전화 기능을 빼고 화면을 키워 활용도 향상을 시도한 것이 태블릿PC다. 2010년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본격화된 태블릿PC는, 출시 초창기엔 같은 이름의 그래픽 타블렛(디지타이저)과 혼동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통상적으로 디지타이저는 ‘타블렛’, 모바일 기기는 ‘태블릿’, 혹은 ‘태블릿PC’로 구분한다. 그리고 최근 윈도우 기반의 태블릿PC가 급격히 많아지고 있는데, 차세대 OS를 터치스크린을 위한 태블릿PC 통합형 UI로 제작하며 점유율 탈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태블릿의 양대 OS인 안드로이드와 iOS에 윈도우까지 삼파전이 치열한 가운데, 현재의 점유율은 역시 구글 안드로이드가 절반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핵심은 소프트웨어

휴대용 기기의 용도를 구분하는 것은, 의외로 크기나 생김새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현재 컴퓨터 OS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가 세계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고, 애플의 ‘맥OS’, 그리고 오픈소스인 ‘리눅스’가 미세한 수치로 뒤를 잇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보급되며 모바일 OS 시장에선 다행히 독식 체제를 벗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경쟁체제를 갖추고 있다. 단일 기기인 iOS는 상대적으로 파이가 큰 안드로이드에 1위를 내준 상태. 2015년 1분기 점유율은 안드로이드가 78%, iOS가 18.3%를 차지했다.

데스크톱 및 랩톱의 OS와 모바일 기기의 OS는 다르다. 하드웨어의 확장성을 보면 노트북과 태블릿PC를 같은 분류로 나눌 수도 있지만, 구동하는 프로그램이 엄연히 다르다. 우리에게 익숙한 윈도우가 아닌 맥OS도 아이패드엔 적용되지 않았다. 태블릿PC의 목적성이 노트북의 진화였다면 태블릿용 iOS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안드로이드 또한 구글의 데스크톱 OS인 ‘크롬OS’와는 확연히 다르다. 태블릿PC로 불리는 기기 중 윈도우 8이 설치된 제품들이 그나마 노트북과 같은 제품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기기의 방향성을 결정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노트북과 태블릿PC 모두 휴대성을 강화하는 것을 과제 삼고 있는데, 현재의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크기와 성능은 대부분 반비례한다. 혹자는 태블릿PC의 성능이 점점 좋아진다고 하는데, 기자의 견해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때 노트북보다 성능이 좋은 태블릿PC는 아직 없다고 보고 있다. 이것은 태블릿PC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두 제품군은 분류가 다르다는 주장에 대한 몇 가지의 입증 중 하나로 봐주시면 되겠다.

 

‘가능’과 ‘대체’는 다르다

노트북이 휴대용 컴퓨터로서 꺾이지 않는 입지를 다진 것은, 기능 면에서 데스크톱과 궤를 같이 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휴대’라는 특징이 성능 면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했기에 그 격차가 큰 편이었으나, 지금은 그 차이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휴대용 제품의 하드웨어 성능이 향상됐다. 기자가 2008년 구입해 2013년까지 사용했던 노트북으로 가끔 ‘WOW’를 즐길 수 있었으니, 컴퓨터의 용도 면에선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차이는 디스플레이의 크기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태블릿PC는 활용도에서 상당한 제약이 드러난다. 태블릿PC들의 홍보 문구나 TV CM 등을 보면 태블릿PC로 할 수 없는 작업이 없는 듯 보이지만, ‘고성능’과 ‘전문가’의 영역까지 범위를 넓히면 그 한계점이 명확해진다. 쉬운 예로 PC나 노트북에서 포토샵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프로그램을 태블릿PC에서 사용하는 것은, 태블릿PC에는 미안하지만 천지차이다. 눈으로 봐야 하는 화면이 동시에 입력수단이기도 해서 손으로 화면을 가릴 수밖에 없고, 스타일러스 펜을 사용해도 PC의 입력장치만큼 정확하지 않다. 사진 몇 군데의 간단한 수정을 하는 것은 비슷할지 몰라도, 제품 사진의 불필요한 로고를 지우고 테두리를 설정해 배경을 날리는 정도의 보정은 태블릿PC에선 불가능하다.

굳이 워크스테이션이 필요한 작업이 아니라도, 노트북으로 가능한 정도의 고난이도 작업은 현재로선 태블릿PC가 감당할 수 없다. 이는 곧 태블릿PC가 노트북의 뒤를 이을 순 없다는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새로운 시각, 다양해지는 용도

몇 해 전, 리뷰를 위해 처음 태블릿을 받아들었을 때 든 생각은 ‘큰 스마트폰’이었다. 노트북보다 휴대는 간편하지만, 노트북처럼 사용하기엔 PC 프로그램을 대체할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빈약하거나 아예 없는 등 제약이 많다. 차세대 컴퓨터가 될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값비싼 어른의 장난감 정도로 이미지가 다양하지 못하다. 기자만 해도 취재할 때 키노트를 받아 적기 위해 노트북 대신 가지고 다니거나, 영화 감상을 위한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동영상 강의 시청’을 주장해 손에 넣은 태블릿PC가 그대로 게임기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개인에서 단체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신 버전은 아니지만 가격이 저렴한 지난 세대 태블릿PC가 초·중학교에 교육용 제품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고, 실제로 영유아 교육용 앱도 많이 출시돼 있다. 아이들에게 매번 책을 사주던 어머니들이 종이책 대신 e북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물론 태블릿PC의 전자파의 유해성 등 고려해야 할 숙제들이 많이 남아있긴 하다) 또한, 어느 레스토랑은 코팅된 메뉴판을 화려한 음식 사진과 영상으로 채워진 태블릿PC로 바꾸기도 했다. 노트북으로 작업하기엔 번거로울 수 있는 몇몇 작업들이, 태블릿PC의 간편한 인터페이스로 간단하게 구현한 것이다.

태블릿PC가 노트북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는 상상은 아직 현실에서 멀어 보인다. 스마트폰이 엄청난 속도로 일반 휴대폰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은 스마트폰의 고유함 덕분이었다. 노트북을 대신할 수 없다면 노트북이 할 수 없는 포지션을 찾아야 한다. 누군가를 대신하기보다, 지금 비어 있거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위치를 찾는 것이 태블릿PC의 활성화에 도화선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은수 2015-08-15 18:44:14
동감합니다
태블릿의 장점은 스마트폰의 대형화로 많이 사라진듯 하며
스맛폰 기능의 일부만 떼어와서 저렴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직관적이며 신속한 처리를 요하는 곳에 쓰이는게 좋아보입니다.

ㅇㅇ 2015-08-23 17:48:03
making < using

김동일 2015-08-27 10:11:24
태블릿을 얼마전에 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