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기원: 시뮬레이션(Simu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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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의 기원: 시뮬레이션(Simulation)
  • 임병선 기자
  • 승인 2015.09.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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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의 사전적 의미는 복잡한 문제나 사회 현상 따위를 해석하고 해결하기 위해 실제와 비슷한 모형을 만들어 모의적으로 실험해 그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처럼 어떤 현상을 간접 체험하거나 모의 실험하기 위해 간이 모형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프로그램상에서 간접 체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자동차나 비행기를 직접 운전하기 전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 범위는 점점 늘고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발전과 개발 목적은 군사용으로 사용이 가장 크며,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분야기도 하다. 미사일이나 핵무기 등의 파괴력을 미리 파악할 수도 있으며, 전쟁 결과를 예측하는 워게임 용도로도 쓰인다. 이 밖에도 전투기 조종사들이 모의 훈련을 할 때 비행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먼저 접하기도 한다.

이렇듯 시뮬레이션 게임은 모의 상황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에서 출발했지만, 다양한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게임에 모두 통용된다. 특히 어떠한 상황을 미리 체감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의 순기능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언급되는 장르기도 하다. 물론 대리 만족을 한다는 부분과 재미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다수 게임이 현실감을 단순화하거나 과장한 부분이 있어 100% 현실과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게임과 시뮬레이션

어떠한 내용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는 점에서 모든 게임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게임 장르에서 한정한다면, 게임에서 현실적인 요소를 많이 반영했을 경우 시뮬레이션 장르로 구분한다. 간단하게 똑같은 운전 게임이라고 해도 ‘마리오 카트’나 ‘카트라이더’를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그란 트리스모’나 ‘포르자 모터스포츠’ 같은 경우는 시뮬레이션으로 칭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실적인 요소가 많을수록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이 되기 때문에 재미와의 밸런스를 맞추기란 쉽지 않다.

시뮬레이션 장르에서도 육성, 드라이빙, 비행, 전략 등 하위 장르가 다양하게 나뉘는데 현실적인 일을 간접 체험을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구분은 일본식 장르구분법일 뿐 북미 쪽에서는 몇몇 게임 장르를 시뮬레이션으로 칭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스타크래프트’나 ‘커맨드&퀀커’ 같은 게임을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부르지만, 북미 쪽에서는 시뮬레이션이 아닌 전략(strategy)이나 전술(tactics) 등의 별도 장르로 구분한다. 과거 턴제 방식이었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실시간 방식으로 바뀌면서 나온 약자인 ‘RTS’도 Real Tactics Strategy(실시간 전술 전략)의 약자로, S가 시뮬레이션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와 함께 육성 요소를 넣은 SRPG도 일본 쪽을 위주로 만들어진 시뮬레이션의 하위 장르이며, 해당 장르가 북미 쪽에 소개된 때는 Tactics RPG로 지칭된다.

즉, 일본 쪽은 가상 체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이면 대체로 시뮬레이션으로 구분하는 반면, 북미 쪽은 현실적인 요소가 배제될 경우 시뮬레이션으로 보지 않는다. 이를 반증하듯 일본 쪽에서는 연애와 육성 등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시뮬레이션 하위 장르도 많다. 이 때문에 다음에 소개되는 시뮬레이션의 하위 장르들은 일본식 구분임을 미리 언급해 둔다.

 

전략 시뮬레이션

전략 시뮬레이션은 시뮬레이션 하위 장르 중 가장 익숙하고 유명한 장르다. 플레이어는 마치 장군이 된 듯 군대를 이끌고 적군들과 싸우는 형태의 전쟁 게임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방식에는 대표적으로 턴제와 실시간 조작으로 나뉘며, 두 조작 방식 모두 게임 성향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흔히 과거부터 사용해 오던 턴제 방식은 ‘삼국지’ 시리즈나 ‘시드 마미어의 문명’ 시리즈에서 사용된다. 이 게임들은 전략과 전술이 중시된 전쟁은 물론 정치와 경제, 발전 등 다양한 부분을 신경 써야 하므로 아직도 턴제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턴제 방식이 아니면 여러 재미 요소가 반감될 게임들이다. 반면, 실시간 방식으로 진행되는 전략 시뮬레이션에는 ‘스타크래프트’나 ‘커맨드&퀀커’ 등이 대표적이다. 대체로 전투에 집중된 방식이며 주어진 병력을 활용하고 적재적소에 건물이나 유닛을 생산하는 전술 부분이 중요하다.

 

-듄2-

커맨드&퀀커 시리즈로 유명한 웨스트우드가 1992년 발매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현재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기본틀을 정립한 작품이다. 이전에도 병력을 생산하고 전쟁하는 방식의 게임이 있었지만, 맵에 보이는 자원을 채취해 군자금으로 만들어 건물을 짓고 병력을 생산하는 개념은 듄2가 최초였다. 여담으로 처음 발매했던 작품의 이름에 2가 붙은 이유는 이미 다른 게임회사에서 듄이라는 제목의 어드벤쳐 게임을 발매했기 때문이다.

▲ RTS의 기반을 다진 듄2.

 

비행 시뮬레이션

비행 시뮬레이션은 항공기나 전투기 등 비행기를 조종하는 훈련, 탑승체험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장르다. ‘팰콘’ 시리즈나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시리즈가 대표적이며, SF 요소가 가미된 ‘윙커맨더’ 시리즈도 있다. 비행 시뮬레이션의 장점이자 단점은 비행기 모델이나 그래픽 부분을 제외하곤 더 이상 후속작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기존 작품들이 시뮬레이션 게임으로는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행 시뮬레이션은 현실감을 살리면 살릴수록 실제 비행기 조종과 비슷해져서 난이도가 급상승하는 부작용과 함께 전용 컨트롤러를 필요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비행 시뮬레이션은 마니아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장르가 된 지 오래며, 신규 유저들이 진입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실제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과 같은 시뮬레이션 요소가 충실해 F-16을 조종하는 ‘팔콘 4.0’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의 공군사관학교 교육용으로 수입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윈도우 OS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출시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원래는 서브로직이라는 회사에서 애플 컴퓨터용으로 만든 게임이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1980년대 초 판권을 인수해 시리즈를 제작했다.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높은 성능이 요구되며, 키보드 키 대부분을 조작키로 사용하는 등 진입 장벽이 높은 게임으로 유명하다. 2006년 출시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X 이후 확장팩만 추가되고 있고 정식 후속작은 출시되지 있지 않다.

▲ 조종석만 봐도 상당히 복잡하다.

 

운전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하위 장르 중 가장 탄탄한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운전 시뮬레이션이다. 자동차는 비행기보다 접하기 쉬우며, 몇몇 유저들은 운전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실제 운전에 도움이 됐다고도 한다. 더 실감 나게 즐기기 위해 전용 레이싱 휠을 사용하기도 한다.

운전 시뮬레이션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게임이 그란 트리스모 시리즈다. ‘릿지 레이서’나 ‘니드 포 스피드’ 등 이전 레이싱 게임들은 빠르고 멋지게 달리는 데만 집중했지만, 그란 트리스모는 최대한 현실감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레이싱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운전 시뮬레이션을 표방하는 게임이 나올 때마다 그란 트리스모와 비교할 정도로 그란 트리스모는 운전 시뮬레이션 게임의 분별 척도가 됐다. 또한, 현실성을 배제한 채 재미만을 추구했던 레이싱 게임들도 시뮬레이션 장르를 표방하진 않지만, 재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현실성을 집어넣는 등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란 트리스모-

운전 시뮬레이션 게임을 대표하면서 시뮬레이션 게임을 이야기할 때 표본이 되는 게임이다. 그란 트리스모는 가속, 최대속도, 브레이크, 오버스티어, 스핀, 코스아웃 등 모든 부분에서 실존 차량의 데이터에 근거해 만들었으며, 특히 실제 배기음을 녹음하는 등 현실적인 요소를 최대한 집어넣었다. 하지만 안전하고 정확한 운전에 초점을 맞추고 여러 라이선스 문제로 물리 충돌에 의한 차량 파손 등이 완벽히 구현되지 않은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 그란 트리스모7는 2017년 PS4로 출시될 예정.

 

열차 시뮬레이션

열차 시뮬레이션 게임은 열차를 운전하거나, 철도를 만드는 게임이다. 대표적인 게임으로 ‘BVE 트레인심’, ‘마이크로소프트 트레인 시뮬레이터’, ‘전차로 GO!’가 있다. 시뮬레이션 장르는 비행기나 자동차 등 대체로 무엇인가를 조작하거나 운전하는 방식이 많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조작 시뮬레이터로 봐도 무방하지만, 각 하위 장르에서 완벽한 전문성을 띄는 게임들로 발전했기 때문에 하위분류는 따로 떨어트리는 경향이 있다.

단순하게 열차나 한번 운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딱히 플레이할 만한 장르는 아니다. 이 때문에 대체로 비행기와 자동차 같이 열차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국가의 열차 모델은 물론, 실제 노선까지 구현했다. 열차를 조작하는 방식은 크게 어렵지 않지만, 정해진 위치에 맞춰 정확히 정차하거나 정해진 시간까지 도착해야 하는 등 목표치가 뚜렷한 게임이기도 하다.

 

-전차로 GO!-

전차로 GO! 시리즈는 1996년 일본의 타이토가 출시한 열차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일본에서 만든 게임답게 게임 속 노선과 전차는 실제 일본 전역에 설치된 철로와 운행하는 전차를 다루고 있다. 아케이드는 물론 다양한 기종의 게임기와 PC로도 출시됐지만, 해외에 출시한 적은 없기 때문에 일본 노선 외에 다른 나라의 노선을 다룬 적은 없다. 해당 시리즈가 인기를 끌자 전차가 아닌 기차를 운행하는 ‘기차로 GO!’ 같은 파생작도 출시했지만 성공하진 못했다.

▲ 일본어를 잘 몰라도 재밌는 전자로 GO!.

 

건설&경영 시뮬레이션

건설&경영 시뮬레이션은 도시나 기업, 유원지, 병원 등을 경영하면서 도움이 되는 것을 건설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다. 건설&경영 시뮬레이션은 대체로 턴제나 일시정지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어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다른 장르의 게임보다 강한 중독성과 긴 플레이 타임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심시티’ 시리즈가 있으며, 이외에도 유원지를 운영하는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 국가를 운영하는 ‘트로피코’ 시리즈 등이 있다. 국가를 운영하는 개념에서 ‘트로피코’는 ‘문명’과 비슷하지만, 전쟁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전투에 대한 전략·전술이 거의 없어 경영 시뮬레이션 쪽에 가깝다. 감독이나 구단주가 돼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방식도 경영 시뮬레이션에 속한다.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축구팀을 운영하는 ‘풋볼 매니저’ 시리즈가 있으며, 야구단을 운영하는 ‘프로야구 매니저’, ‘야구 9단’ 등이 있다.

 

-심시티-

1989년 맥시스에서 만든 심 시리즈의 대표작이자 건설&경영 시뮬레이터의 교과서 같은 존재다. 제목에 있는 심(Sim) 자체가 시뮬레이션의 앞글자인 것만 봐도 출시부터 대놓고 시뮬레이션 게임을 표방했다. 한 도시의 시장이 돼 도시에 건물을 건축하고 개발·발전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심시티가 히트하자 맥시스는 지구를 관리하는 ‘심어스’, 마을 단위를 운영하는 ‘심타운’ 등 심 시리즈를 양산했다. 이후 맥시스가 EA 산하로 들어갔지만, 2015년 3월 맥시스가 해체되면서 후속작 출시가 불투명해졌다.

▲ 도시를 만드는 것보다 박살내는 것이 더 재밌다.

 

육성 시뮬레이션

육성 시뮬레이션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무언가를 키우는 방식의 게임을 지칭한다. ‘프린세스 메이커’처럼 자식을 키우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졸업’이나 ‘아이돌마스터’처럼 누군가를 가르쳐 양성하는 것도 있다. 한때 일본과 우리나라에 큰 인기를 끈 ‘다마고치’도 이 장르에 속한다. 단순하게 보면 무언가를 육성하는 것이 전부지만, 정해진 목표를 이룬다는 의미에서 엔딩을 봤을 때 가장 성취감이 크다.

플레이어는 육성하는 대상에게 스케쥴을 짜주고 이에 따라 능력치가 변화한다. 대체로 정해진 기간 내 달성한 능력치에 따라 엔딩이 변하는 멀티 엔딩이 많으며, 능력치가 게임의 결과를 대변하기 때문에 공략을 참고하지 않으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도키메키 메모리얼’이나 ‘에베루즈’ 같은 연애 시뮬레이션을 표방하는 게임도 연애가 목적이지만, 캐릭터 능력치를 성장시켜 목적을 이룬다는 의미에서 육성 시뮬레이션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프린세스 메이커-

육성 시뮬레이션의 원조격인 게임으로,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유명한 가이낙스에서 1991년 출시했다. 육성 시뮬레이션하면 프린세스 메이커가 가장 먼저 떠올려질 정도로 성공한 게임이지만, 일본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널리 알려졌다. 특히 90년대 PC게이머라면 프린세스 메이커2의 ‘DD파일’에 대해 모를 정도로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다. 물론 불법복제가 만연했던 시기라 판매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 프린세스 메이커 중 가장 명작으로 꼽히는 2.

 

인생 시뮬레이션

인생 시뮬레이션은 엑티비전에서 1985년 출시한 리틀 컴퓨터 피플이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장르는 2000년 맥시스에서 출시한 ‘심즈’ 시리즈가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즈 외에 2001년 닌텐도에서 출시한 ‘동물의 숲’ 시리즈도 인생 시뮬레이션으로 분류된다. 인생 시뮬레이션은 플레이어가 직접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사는 인간들을 관찰하거나 명령을 내리는 방식의 게임이다. 게임 속 인간들은 인공지능에 따라 행동하지만 대체로 엉망진창의 생활방식을 보이기 때문에 일일이 명령을 내려주기 바쁘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 자체를 구경하는 것도 이 장르의 묘미다.

이런 게임들은 플레이어에게 시간제한이나 목표를 주지 않고 마음대로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한다. 그만큼 자유도가 높고 조작도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아 누구든 즐길 수 있으며, 여성이나 아이들이 즐기기에도 문제없다.

 

-심즈-

심 시리즈의 제작자인 윌 라이트가 인형 놀이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려 만든 게임이 심즈의 전신이다. 심즈는 기본적인 스토리나 결말이 없으며, 플레이어가 모든 상황을 조작하거나 좌우할 수 있다. 처음 만든 심들이 모두 죽으면 게임이 끝나지만, 심들이 결혼해 낳은 자손으로도 게임이 이어지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플레이하면 영원히 플레이할 수 있다. 현재 시리즈는 4까지 출시됐지만, 작품마다 10개에 달하는 다양한 확장팩이 존재한다.

▲ 다양한 인생을 구경할 수 있는 심즈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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