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애플의 하드웨어는 2세대가 진리라 했다. 같은 크기와 형태에서 한 단계 나아진 제품을 갖는 것이, 완전히 새로워지는 경험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비록 대부분의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2년 약정기간에 따라가고, 때로 3년 이상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모든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호구로 만들어버린 단통법 덕분에 그 기간이 더욱 길어졌다) 새로운 ‘아이폰 6S’(이하 6s)와 ‘아이폰 6S 플러스’(이하 6s+)은 여전히 1차보다 한 달 가량 늦게 지난 10월 23일 국내에 출시됐다.
벤드게이트 해결됐나?
아이폰의 뒤에 ‘S’가 붙는 모델은 사실 새롭기보다는 전작의 개선 버전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비록 6s와 6s+는 전작보다 크기가 0.1~0.2mm씩 커졌고 무게도 약 10% 가량 무거워지긴 했지만, 변화의 폭은 손에 쥐어 본 6과 6s의 크기와 무게를 구별하기 쉽지 않은 정도였다. 아마 전작의 벤드게이트를 의식한 개선인 듯하다. 지난 9월 판매가 시작된 뒤 유튜브에서 공개된 휨 테스트에서 6s는 전작보다 2배 이상의 무게를 버텨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영상에서는 100파운드(약 45kg)의 바벨을 올려놓은 뒤에도 약간 휘었다가 원상복귀가 됐다.
사실 S가 붙은 아이폰은 리뷰에 있어 다룰 내용이 그리 많지 않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향상됐다는 내용은 사실 스마트폰 사용자 대부분에겐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저 동영상을 한참 봐도 손난로가 안 되면 되고, 게임할 때 프레임이 끊기는 일이 없으면 된다. 기기의 기능을 많이 활용하지 않는 고연령층 소비자들에게 성능을 설명하는 건 불필요하다. 그저 ‘예쁘고 전화 잘 되고 고장 안 나는’ 것이 대부분의 소비자, 그리고 제작자들의 바람이다.
그래서 이번 6s와 6s+의 리뷰 역시 성능에 대한 것은 크게 언급하지 않고, 사용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기로 했다. 사실 경험이라 해도 지난해 아이폰 6의 출시 당시 디자인의 변화와 성능 향상, 그리고 카메라 렌즈 돌출과 문제의 벤드게이트까지 모두 언급한 바 있다.
6s와 6s+는 전작 6, 6+와 크게 달라진 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압력 감지 기능인 ‘3D터치’인데, 사실 이 기능이 6과 6S의 사용자 경험을 완전히 뒤바꾸게 만든 장본인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법이 달라졌을 뿐 아니라, 2차원에 머물렀던 입력 동작에 한 차원을 추가함으로써 새로운 동작들이 대거 추가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이자 진화다.
두 번째는, 드디어 2GB RAM의 적용이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전작 6 때도 유지했던 RAM 1GB 용량은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항상 아쉬움이었다. 드디어 6s가 돼서야 용량이 추가돼 2GB가 됐다. 플랫폼도 차세대 LP DDR4여서 추후에도 2GB 이상의 용량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사용 중인 5s와 6s+를 나란히 놓고 보니, 6s+가 크긴 컸다. 5s가 위아래로 조금만 작았다면 6s+의 화면 속으로도 들어갈 수 있었을 듯. 6+를 처음 봤을 때도 느꼈지만 5.5인치 디스플레이는 역시 편히 사용하기엔 조금 크다.
A9 프로세서
새로 적용된 A9 프로세서는 이전 세대인 A8보다 CPU 성능 70%, GPU 성능 90%가 향상됐다. 모션 보조 프로세서인 M9 역시 기존의 측정 항목 외에 뛰거나 걷는 속도까지 측정할 수 있게 됐다. 본지 98페이지의 스마트밴드가 만보계 측정에서 뛴 거리와 걸은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데, 추후 웨어러블 기기가 수집할 수 있는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해 줄 것이다.
그래도 성능 테스트를 아예 안 할 순 없어 긱벤치 테스트를 실행했다. 6s와 성능이 같은 6s+의 테스트 결과 싱글코어 2542점, 멀티코어 4444점을 기록했다. 싱글코어는 아이패드 에어 2보다 40% 가량 향상됐고, 멀티코어는 에어 2보다 약 80점 정도 낮게 측정됐다. 그래도 전작보다 53% 가량 더 좋아진 점수다.
모바일용 3DMark의 아이스 스트라이크 테스트. 3가지 항목 중 노멀과 익스트림은 초과 점수로 측정이 안 됐고, 언리미티드 점수가 28013점으로 소니 엑스페리아 Z5보다 약 2200점정도 높게 측정됐다.
3D 터치 - 차세대 인터페이스
사실 3D 터치에 대한 얘기가 끝나면 이 리뷰 기사도 끝날 것 같다. 그만큼 성능보다 사용자 경험을 중점으로 봤을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이 압력 인식 기능이다. 기존의 레티나 HD 디스플레이에 적용된 3D 터치는 새로 탑재된 탭틱 엔진과 함께 작용한다. 맥북에 적용됐던 포스 터치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평소처럼 톡 건드리던 아이콘을 살짝 힘주어 누르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팝업 메뉴가 뜬다. 기존에 찾아 들어가야 했던 기능이나 항목에 대해 약간의 압력으로 곧장 찾아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메시지나 메일을 읽을 때 살짝 눌러 내용을 미리보기로 빠르게 넘길 수 있고, 답장이 필요하면 힘을 조금 더 주면 된다.
‘퀵 액션’은 바탕화면의 아이콘을 살짝 눌렀을 때 하단 메뉴가 나타나는 동작이다. 이것은 앱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다른데, 기본 설치된 앱은 대부분 하위 메뉴를 지원한다. 전화 아이콘을 누르면 즐겨찾기에 등록한 연락처가 곧장 뜨고, 카메라 아이콘에선 셀카 찍기, 비디오 녹화 등의 메뉴가 뜬다. 카메라를 켜고 카메라 회전 아이콘을 눌러 돌려야 했던 동작이 단축됐다.
화면의 왼쪽에서 약간 힘을 준 상태로 화면을 넘기면 이전 앱 화면으로 곧장 넘어간다. 여기서 힘을 조금 더 주면 alt+tab 상태가 된다. 홈 버튼을 두 번 누르기보다 한 번 힘주어 누르는 것으로 줄어든 것. 대부분의 행위에 필요한 동작이 1회 이상으로 줄어 사용하기 더욱 간편해진 것이 6s의 가장 큰 변화다.
카메라 – 살아 숨쉬는 사진
1200만 화소로 향상된 카메라는 동영상 촬영 중에도 800만 화소의 스틸컷 촬영이 가능하다. 4K 촬영이 가능하긴 하지만 30fps여서 FHD 해상도에서 보던 60fps의 부드러움은 감상하기 어렵다. 아직은 1080P 60fps 촬영이 가장 효율적인 듯하다. 파노라마 촬영도 기존의 4300만 화소에서 절반 가까이 증가한 6300만 화소로 해상도가 높아졌다. 라이브 포토 촬영이 재미있는데, 사진을 촬영할 때 앞뒤로 약 1.5초씩을 촬영해 사진을 3초짜리 동영상으로 저장해 준다. 이는 3D 터치와 연계돼 잠금 화면에 설정해 두면 꾹 누를 때마다 사진이 살아 움직인다. 비록 터치ID의 인식이 빨라 홈 버튼을 누르고선 잠금 화면을 보기도 쉽지 않지만, 멈춰 있는 사진보다는 생동감이 조금 더해져 화면을 꾸미기 위한 촬영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내 촬영에서 빛의 수집에 인색한 건 여전하지만, 빛이 충분한 낮의 야외 촬영은 미러리스 카메라 못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