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기원: 익스트림 컴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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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의 기원: 익스트림 컴뱃
  • 임병선 기자
  • 승인 2016.01.27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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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장르 중 가장 많은 분야로 파생된 것이 바로 액션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직관적이고 쉬운 조작 덕분에 장르의 역사가 길며, 실시간으로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기 때문에 정적인 턴제 RPG나 어드벤처보다 빠져들기 쉽다.

현재는 복잡 장르로 인해 액션 RPG나 액션 어드벤쳐 등은 물론, 특화 플레이 형식에 따른 슈팅이나 잠입, 헌팅, 격투 등 다양한 하위 장르가 있다. 이중 이번에 다룰 장르는 다양한 액션 장르 중 화려한 콤보로 다수의 적을 쓰러뜨리는 스타일리쉬 액션, 익스트림 컴뱃을 소개해 볼까 한다.

 

단조로움 타파

과거 액션 게임 중에는 진행하면서 다수의 적을 쓰러뜨리는 방식이 많았다. 이런 게임들은 대체로 일부 정해진 기술만 사용하면서 플레이하게 되는데 어느 정도 하다 보면 질릴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앞서 소개한 2D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도 이런 방식이지만, 플레이 타임이 길지 않아 단점으로 지적되진 않는다.

서구권에서는 앞으로 진행하면서 적을 쓰러뜨리는 게임의 장르를 언급할 때 싸우는 방식으로 구분한다. 적을 때려 쓰러뜨리는 방식은 ‘빗엠 업’(Beat’em Up), 적을 베어 쓰러뜨리는 방식은 ‘핵 앤 슬래시’(Hack&Slash), 총 같은 원거리 무기를 사용해 쓰러뜨리면 ‘런 앤 건’(Run&Gun)으로 불린다.

하지만 10시간 이상 진행을 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단순한 조작은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지만, 계속 플레이할수록 새로운 것이 없어 재미만 떨어뜨릴 뿐이다. 장시간 플레이를 요구하는 액션 게임에 단순한 조작은 장점이 아닌 단점일 뿐이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더욱 화려하고 다양한 기술로 적과 싸워나가는 익스트림 컴뱃(Extreme Combat)이라는 하위 장르가 등장했다.

▲ 익스트림 컴뱃 장르의 탄생을 알린 ‘데빌 메이 크라이 1’.

 

극강의 최고난도

익스트림 컴뱃은 압도적으로 강한 주인공 캐릭터를 조작해 많은 적을 화려하고 멋지게 쓰러뜨리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적들도 일반 액션 게임보다 인공지능이 뛰어나고 다양한 공격을 해오지만,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는 ‘넘사벽’이라 불릴 정도의 막강함이 특징이다. 보스 캐릭터 정도는 되어야 주인공의 앞길을 잠깐 가로막는 정도다.

반면, 그만큼 이런 게임은 플레이가 난해하거나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다. 익스트림 컴뱃은 액션 게임 중 조작 난이도가 최상이나 마찬가지며, 다양한 콤보를 사용하는 만큼 웬만한 대전 격투 게임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재빠른 조작이 필요하다.

게다가 상황에 맞춰 다양한 방법과 무기를 사용해 적을 쓰러뜨려야 하므로 적의 약점이나 공격 방식을 빨리 파악하는 통찰력도 필수다. 만약 공략을 본다고 하더라도 손이 따라주질 못한다면 따라 해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단지 스토리 클리어에만 목적을 둔다면 어느 정도 난도를 낮추는 것으로 게임 플레이를 타협할 순 있다. 그래도 제작자의 의도와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최고난도를 플레이해 클리어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나 다름없다.

▲ 다양한 무기와 다채로운 콤보가 매력이다.

 

마니아층 노린 장르

그만큼 익스트림 컴뱃은 극한의 조작방법과 고난도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기에 탄탄한 마니아층을 이루고 있는 장르기도 하다. 특히 최고난도까지 클리어한 사람은 그보다 더 위를 노려 노 대미지 클리어나 최단 시간 클리어, 한 가지 무기만 사용해서 클리어하기 등 스스로 제약을 걸어 극한의 상황을 즐기기도 한다.

직접 익스트림 컴뱃이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진 않지만, 고난도 조작과 화려한 콤보를 사용하는 액션 게임이라면 대체로 익스트림 컴뱃이라고 칭한다. 현재는 익스트림 컴뱃 방식 게임이 많이 있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 4가지만 소개해 보도록 한다.

▲ 거대 보스와 싸우는 것은 덤이다.

 

데빌 메이 크라이

최초의 익스트림 컴뱃 게임은 2001년 출시된 캡콤의 ‘데빌 메이 크라이 1’(이하 DMC)을 꼽는다. 이 때문에 이후 출시된 비슷한 방식 게임이라면 무조건 DMC와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DMC는 원래 ‘바이오 하자드 4’ 기획에서 떨어져 나온 게임이다. DMC를 만든 카미야 히데키는 바이오 하자드 4 초기 기획안 중 하나를 다른 게임으로 제작했고, 그게 바로 DMC였다. 결과는 ‘바이오 하자드 1’처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대박친 게임이 됐고, DMC 시리즈는 캡콤을 대표하는 게임으로 자리 잡는다.

DMC 시리즈의 주인공인 ‘단테’는 게임 속 세계관에서 최강인 존재로, 다양한 적들을 화려하게 쓰러뜨린다. 단테는 기본 장비인 대검 한 자루와 쌍권총을 이용해 적을 공격하고 여기에 근접무기인 너클이나 샷건 등의 무기로 다양한 콤보를 구사할 수 있다.

기존 2D 액션 게임에나 봤던 화려한 액션을 3D로 완벽히 옮겼고 거기에 빠른 스피드를 더해 DMC가 추구하는 ‘스타일리쉬 액션’을 완성했다. 지금은 대수롭지 않은 ‘적을 칼로 공중에 띄우고 점프로 쫓아가 난도질하거나 쌍권총으로 난사’하는 콤보를 선보이며 큰 충격을 안겼다.

여기에 후속작인 ‘데빌 메이 크라이 3’로 넘어와서는 스타일 변경 시스템 추가, ‘데빌 메이 크라이 4’에서는 실시간 스타일 변경까지 되면서 해괴하고 복잡한 콤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난이도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DMC는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다른 액션 게임에는 없는 특수 고난도 모드를 추가했다. DMC 유저라면 모두 알고 있는 ‘Dante Must Die’(이하 DMD)와 ‘Heaven or Hell’(이하 HOH) 난이도다. DMD는 ‘Very Hard’ 보다 더 고난도로, 극한의 어려움을 즐기기 위한 유저를 위한 모드다. HOH는 적이든 플레이어든 한 대만 맞으면 죽는 모드로 많은 사람을 황당케 했다.

이렇듯 익스트림 컴뱃을 논할 때 DMC는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며, 액션 게임의 판도를 바꾼 게임이기도 하다. 비록 지금은 최신작이자 외전인 ‘DmC: 데빌 메이 크라이’이 유저들에게 좋은 평을 받지 못해 후속작이 잠잠하지만, 캡콤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이니만큼 조만간 후속작이 나올 듯하다.

 

베요네타

2009년 플래티넘 게임즈에서 출시한 ‘베요네타’는 ‘논스톱 클라이막스 액션’이라는 장르를 달고 나왔다. 하지만 DMC의 ‘스타일리쉬 액션’처럼 제작사에서 표방하는 장르이며, 비슷한 방식의 익스트림 컴뱃 장르로 묶는다.

베요네타를 만든 사람은 캡콤을 나와 플래티넘 게임즈를 설립한 DMC의 아버지, 카미야 히데키다. 악마가 악마를 때려잡는 게임이 DMC라면, 베요네타는 마녀가 천사를 때려잡는 게임이다. 주인공 베요네타는 팔다리에 권총을 달고 마치 춤을 추듯이 적을 유린하는 모습으로 큰 화제를 일으켰다. 여기에 가드가 없고 적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면 주변 시간이 느려지는 ‘위치 타임’과 마력 게이지를 소비해 고문 도구를 소환하는 ‘토쳐 어택’ 등 베요네타 만의 특색도 있다.

DMC의 카미야 히데키가 만든 신작이기 때문에 발매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고, 출시 후 평가도 후했다. 전 세계 판매량도 130만 장에 달했지만, 퍼블리셔인 세가가 지원을 끊어 후속작 출시가 불투명해졌었다. 이에 닌텐도가 후속작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고 ‘베요네타 2’는 2014년 닌텐도 WiiU(위유) 독점으로 출시됐다.

 

닌자 가이덴

2004년, 테크모(현 코에이테크모) 산하의 팀 닌자에서 만든 3D 액션 게임이다. 당시 닌자 가이덴 제작을 진두지휘한 사람은 앞서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를 만든 이타가키 토모노부로, 과거 명작 ‘닌자용검전’을 신세대 콘솔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주인공인 류 하야부사는 세계관에서 최강인 ‘슈퍼 닌자’로 기본 무기인 용검을 시작으로 활, 사슬낫, 봉, 대검, 쌍칼, 쌍절곤, 사슬낫, 대낫, 톤파, 대포 등 다양한 무기를 다룬다. 마치 격투 게임을 하듯이 무기마다 수십 가지 기술이 존재하며, 다양한 기술을 조합해 화려한 콤보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액션에 대해서는 다른 익스트림 컴뱃 게임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극한의 완성도를 자랑하지만, 스토리는 ‘그냥 방해되니까 없앤다’ 정도가 전부다.

닌자 가이덴 시리즈의 단점으로는 스토리 외에도 난이도 조절 실패가 꼽힌다. 다양한 난이도가 존재함에도 가장 쉬운 모드인 노멀조차 웬만한 사람들이 혀를 내둘 정도의 어려움을 자랑한다. 그렇다고 이지 모드도 없다. 그나마 2에서 계속 죽으면 개방되는 ‘닌자 독’(Ninja Dog)이라는 모드가 생길 뿐이다. 닌자 가이덴은 다른 액션 게임보다 배치되는 적은 적지만 그만큼 잡졸조차 높은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어 대처법과 컨트롤이 따라주지 않으면 게임 오버 화면만 줄창 보게 된다.

그럼에도 고난도 게임을 추구하는 일부 게이머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사실 닌자 가이덴을 플레이하는데 익숙해진다면 밸런스 조절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게임들이 단순히 적의 수를 늘리고 체력을 늘리는 것에 그쳤다면, 닌자 가이덴은 난도가 올라갈수록 공격 패턴 변화는 물론, 더 강한 적이 등장한다. 즉, ‘하드-베리하드-마스터닌자’로 이어지는 고난도에 따라 등장하는 적이 달라지기 때문에 노멀 클리어로는 구경조차 못하는 적들도 많다.

이타가키 토모노부가 퇴사한 후 ‘닌자 가이덴 3’는 PS3의 시그마 시리즈를 만들었던 하야시 요스케가 지휘봉을 잡았지만, 팬들에게 큰 실망만을 안겼다. 이후 발매한 ‘야이바: 닌자 가이덴 Z’는 더 망해버려 후속작 제작은 불투명한 상태다.

 

갓 오브 워

‘갓 오브 워’는 2005년 SCEA 산하의 산타모니카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액션 게임이다. 어드벤처 요소가 상당히 많이 있어 액션 어드벤처로도 분류되기도 하지만, 플레이나 콤보를 넣는 방식은 DMC를 거의 그대로 차용해 익스트림 컴뱃으로 분류해도 무방하다. 처음 출시했을 때 DMC 짝퉁이라는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현재는 PS 진영을 대표하는 액션 게임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뛰어난 그래픽과 잔인한 연출, 거대한 적과의 전투는 많은 게이머에게 호평받았다. 특히 그 어떤 적도 무서워하지 않고 신마저도 죽이는 주인공 크레토스의 강렬한 모습은 많은 게이머의 뇌리에 각인됐다. 특히 게임 중간에 특정 버튼을 눌러 이벤트가 진행되는 QTE(Quick Time Event)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영화와 같은 연출을 보여줬다.

크레토스가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체인이 달린 트윈 블레이드로, 멀리 있는 적에게 날려 공격하거나 적을 끌고 와 위로 높이 띄워 공중 콤보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근접 무기 건틀릿이나 원거리 무기 활 등 다양한 무기가 등장한다.

갓 오브 워도 앞서 다른 게임들과 비교하면 아쉬울 정도로 다양한 조작과 고난도를 자랑한다. 높은 난도일수록 적들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은 물론 패턴 변화나 체력까지 많아져 플레이어를 더욱더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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