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시장, 누구를 위해 발전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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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O 시장, 누구를 위해 발전하고 있나
  • 정환용 기자
  • 승인 2016.02.0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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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연 300조 원 규모 성장 전망?

O2O(Online to Offline)란 지금까지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쇼핑의 확실했던 경계가 허물어지며 나타난 새로운 방식의 전자상거래 서비스다. 최근 많이 보이는 광고 중 스타들이 등장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배달 앱이나 콜택시 앱 광고를 보면, O2O의 시스템을 잘 소개해 주고 있다. 더 나아가 카페에 간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앱을 켜면, 위치 서비스가 연동된 앱이 해당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이나 적립카드 등을 보여 준다.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누군가에겐 이것이 독이 되고 있다. 기존에 구축돼 있던 상거래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어느 한 쪽의 손해가 필연적으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거대자본의 대기업이라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최근 이슈와 동시에 문제가 되고 있는 배달 앱, 그리고 콜택시 앱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 들어 많은 얘기들이 오가는 이슈 중 ‘O2O’(Online to Offline)에 눈이 갔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연결되는 서비스를 지칭하는 신조어인 O2O는, 간단하게 말해 ‘스마트폰으로 쿠폰을 받아 카페에서 할인을 받는’ 서비스로 생각하면 편하다. 온라인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결제하고, 서비스는 오프라인으로 받는 것이 O2O의 기본 개념이다. 제품 구매 뿐 아니라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주변의 음식점에서 배달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 ‘카카오택시’, ‘우버블랙’ 등 택시를 부르는 서비스 등도 O2O 서비스에 해당한다.

O2O 서비스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기자가 몇 년 전부터 이용하고 있는 ㄱ 서점의 ‘바로드림 서비스’를 이용하면, 온라인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한 책을 지정된 매장에서 바로 찾아갈 수 있다. 메신저 앱에서 패스트푸드점 할인 쿠폰을 받아 사용하는 것도, 카페에 가면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보내주는 것도 O2O 서비스에 해당된다. 스마트폰 보급 초기에는 서비스의 열람만 가능했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곧장 결제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 O2O 서비스가 발전,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KT경제경영연구소에서 향후 3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O2O 시장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바라보며 웃지도, 울지도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비자도 아니고 O2O 서비스 제공자도 아닌, 치킨을 튀기고 짜장을 볶는 공급자들이다.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연결되는 경제 구조에서 O2O 시스템이 들어갈 자리는 그 중간이다.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치킨을 예로 들면, 치킨집 사장님은 주문을 받고 맛있는 치킨을 튀겨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사장과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것은 광고전단지, 입소문, 그리고 전화였다. 스마트폰의 공급이 90%를 넘었어도 이 구조는 바뀌지 않았는데, 배달 앱이 등장하며 이 기본 구조에 변화를 가져왔다. 용산이 몰락한 원인 중 하나인 중간유통구조를 음식배달 시장에도 도입한 것이다. 홍보효과를 앞세웠지만 수수료가 숨어 있는 건 뒤에 숨겼다. 배달 앱이 흥하며 웃는 사람은 결국 앱 개발사 측이다. 심지어 이들을 ‘브로커’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없던 유통구조를 만들어 중간에서 수익을 쪼개며 ‘성공한 벤처’라 칭하는 이들 O2O 앱의 현실을 짚어본다.

 

 

수입사와 판매자 사이의 수많은 징검다리
중간유통 구조, 유통 시장 몰락의 맹점

현재 용산은 전자상가로서의 이미지가 많이 퇴색됐다. 필요한 물건을 찾으려 발품을 파는 일도 거의 없어졌고, 예전에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토요일 오후 6시에도 용산의 거리는 여유가 넘친다. 선인상가와 나진상가 어디에 가도 문을 닫았거나 비어 있는 매장이 수두룩하다. 지난 2001년 연 매출 10조 원을 넘었던 용산 전자상가인데, 지금은 반토막이 났다. 전자상가의 중심에 서 있었던 터미널 전자상가는 철거됐고 그 자리엔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자상가가 호황이었다면 아무리 거대자본이 들이댄다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크게 아이파크몰, 터미널 전자상가, 선인상가, 나진상가 등 4개 구역으로 나뉘었던 용산 전자상가는, 남아 있는 3개 지역 중 선인상가와 나진상가도 괴사 상태여서 사실상 오프라인 쇼핑몰로서는 아이파크몰이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IMF도 견디며 국내 PC 시장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용산이 어떻게 지금처럼 무너졌을까? 온라인 마켓의 활성화, 서비스 부실과 악덕 영업 등 많은 분석과 추측들이 오갔는데, 그 중 유통구조에 대한 얘기도 언뜻 보였다. ‘XX 아이템이 잘 팔린다더라’하는 얘기가 들리면 여지없이 다음 해 우후죽순 관련 매장과 업체가 줄줄이 생기는 국내 시장의 냄비근성이 크게 한 몫 한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조립PC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며 용산은 말 그대로 국내 전자상가의 메카가 됐다. 그러나 속칭 ‘용팔이’라 불리는 관련 직원들의 바가지 씌우기나 폭력적인 영업, 중구난방 난립하는 매장들은 손님들이 발길을 대거 끊어버리는 계기가 됐고, 결국 전자제품 매장의 중심이라는 용산은 임대료가 10년 전보다 더 저렴한데도 하루가 다르게 셔터를 내리는 매장들이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과 네티즌들은 용산 매장 직원들의 무례함과 믿을 수 없는 가격 정책이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맞는 말이다. 용팔이 문제는 단순히 친절함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을 기만했다는 것이 가장 크다. 기자 역시 스무 살 시절 용산에 갔다가 “이게 훨씬 더 좋은 건데, 특별히 싸게 해 줄게”라는 사탕발림에 넘어가 보통 가격의 두 배가 넘는 바가지를 썼던 기억이 난다. 가격정찰제가 적용되지 않아 5만 원짜리를 10만 원에 팔아도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잘 아는 사람에게는 제대로 된 가격에 팔면서 모르는 사람에겐 바가지를 씌운다는 인식 자체가 용팔이란 비속어를 만든 원인이 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목요일 오후 3시에도 호황이었던 2000년대 초반에는, 약간의 지식과 자금만 있다면 누구나 용산에 전자제품 매장을 열 수 있었다. 당시에는 빈 곳이 없어서 못 들어갈 정도였으니 장사 실패에 대한 위험성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당시의 용산은 정말 일본의 아키하바라처럼 성장을 멈추지 않을 기세였고, 업체들의 난립이 이어지며 괴상한 유통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에둘러서 ‘중간유통’이라 부르는 일종의 중간도매상은, 수입업체·총판업체에서 곧장 판매처로 가는 일반적인 구조의 사이에 생긴 유통라인이다.

예를 들어보자. 소비자가 1,000원에 구입한 물건은, 판매자가 도매상에게서 900원에 구입한다. 도매상은 총판, 혹은 수입업체에서 800원을 내고 물건을 사고, 수입업체는 중국, 대만 등 제조사에서 700원에 물건을 들여온다. 가장 기본적인 구조가 이렇고, 많게는 도매상이 3~4단계를 거치기도 한다. 농산물이나 기타 산업의 경우 이보다 더 복잡하고 많은 단계를 거치기도 하지만, 용산 유통구조의 문제 중 하나는 중간도매상에 있다. 판매 시스템을 가지지 않고 유통업을 하려면 자본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들이 100개 살 것을 1000개 구매하는 식으로 단가를 내린 뒤 2차 도매상에 얼마간의 마진을 남기고 기존 납품 단가보다 싸게 물건을 공급한다. 단순히 이 방법만으로는 잘못이 없지만, 이 과정이 2개가 되고 3개가 되면 대량 매입으로 인한 차익은 점점 줄어들고, 이것이 지속되면 자본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결국 제품 가격은 처음보다 높아지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사실 이 구조는 용산의 오래된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익명을 요구한 전 용산 소매점 운영자는 “대금 지불의 유예기간을 이용해 허위 계산서를 작성한 뒤, 실제 매출이 있는 것처럼 꾸며 은행에서 거액의 자금을 대출받기도 한다. 다행히 열에 아홉은 대출금을 제대로 갚고 있지만, 극소수의 악덕 상인들은 이 대출을 목적으로 작업을 한 뒤 잠적해버린다”고 밝혔다. 복잡해진 유통구조를 악용한 사례라 볼 수 있다.

 

단순히 용산이 왜 지금처럼 무너졌는지를 한두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할 순 없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는 말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충분히 단순해질 수 있는 구조의 사이에 비집고 들어오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경쟁, 그리고 그 결과가 현재의 용산이란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마트폰 터치 → 전화로 주문?
배달 앱, 다운그레이드의 정석

처음 음식 배달 앱이 나왔을 때는 신기했다. 종류별로, 지역별로 음식점들이 정리돼 있어 검색하기도 편했다. 국내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매우 높은 편이어서 앱의 다운로드 숫자와 일 이용 건수는 계속해서 늘었다. 얼마 동안은 편하게 이용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며 미처 몰랐던 점들이 속속 드러났다. 그 이후 기자는 배달 앱을 모두 지우고, 자주 이용하는 음식점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두고 이용하고 있다.

 

마치 새로운 트렌드의 등장인 것처럼 화려하게 데뷔한 배달 앱은, 그 구조가 웃지 못 할 만큼 아날로그 스타일이었다. 한동안 이 사실을 몰랐던 기자는, 이 얘기를 듣고 난 뒤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모 배달 앱의 서비스 초창기 운영 시스템은 이랬다. 스마트폰으로 이용한 배달 앱의 주문을 받으면, 서비스 업체의 직원이 주문을 확인하고 그 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대신 주문을 해 주는, 이른바 ‘주문 대행업체’였다. 하다못해 음식점주의 스마트폰에 관련 주문 시스템이 제공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때서야 왜 배달 앱 관련 TV광고가 자사의 기술이 아닌 스타 마케팅에만 매달렸는지 알 것 같았다. 다행히 지금은 음식점에 주문 단말기가 설치돼 앱으로 주문한 내역이 카드 영수증처럼 출력되는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다.

1년여 전, 모 커뮤니티에서 누가 봐도 A 배달 앱의 업체 관계자인 네티즌이 쓴 배달 앱 비평 기사 반박 글을 본 적이 있다. “A는 다른 B, C 앱과 달리 광고비를 받지 않는다. 수수료는 매우 합리적이다.” 대부분의 반박글이 A 앱을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이 중 압권은 이 문장이었다. “A 앱을 통해 한 달에 100만 원의 주문이 들어오면, 오직 13~17만 원만 지불하면 된다.” 당시 낮게는 13%의 수수료가 책정된 업체의 얘기인데, 수수료가 총 매출의 일정 비율이란 것은 무척 높은 수치다.(전단지 홍보시 아파트 1개 동 홍보에 최소 30만 원 이상이 든다고도 했는데, 16절지 1묶음(약 8천 장) 인쇄비 및 인건비는 지금 계산해도 30만 원이 들지 않는다)

 

4천 원짜리 짜장면 한 그릇인데, 맛이 아니라 돈을 보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기자의 집 주변 한 배달음식점에 문의해 보니 배달 앱으로 들어오는 주문이 30% 정도라 했다. 음식점의 보편적인 마진율이 20% 정도인데, 지금처럼 수수료가 줄어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월 매출을 3천만 원으로 가정하면 순이익 600만 원, 그 중 900만 원의 매출이 배달 앱일 때, 13%의 수수료를 적용하면 117만 원이다. 이익의 1/5, 마진율이 4% 가량 더 줄어든다. 원가 상승이나 계절성 등의 이유로 총 매출이 떨어지면 이 비율은 더 커진다. 이것이 계속되면 TV 뉴스에서처럼 배달 앱 주문 건의 음식 양이 줄거나 품질이 낮아질 위험이 커진다. 위 음식점 사장이 ‘되도록 전단지 번호로 주문해달라’ 귀띔한 것이 이해가 간다.

게다가 오픈마켓처럼 더 좋은 위치에 음식점을 노출하기 위해 광고비를 내기도 한다. 제품의 품질과 홍보의 상관관계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검색하자마자 보이는 음식점과 스크롤을 내려야 보이는 음식점의 주문 비중은 불 보듯 뻔하다. 당연히 음식점 측은 더 높은 홍보효과를 위해 광고비를 지출한다. 월 회비 3~5만 원대는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모 배달 앱 관계자가 “유료 광고를 등록한 업체는 10% 정도”라고 밝혔다. 해당 앱의 등록 업체가 20만이 넘으니, 10%면 2만, 33,000원이라 해도 월 6억대, 연 80억 원의 추가 매출이다. 게다가 같은 지역의 같은 업종인 음식점이 모두 같은 광고를 등록했다면, 스마트폰의 화면에 해당 광고업체가 모두 한 번에 노출되지도 않아 형평성도 떨어진다.

지난해부터 배달 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배달 앱 측은 수수료를 내리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여전히 외부결제 수수료를 더한 총 수수료는 낮게는 6%, 많게는 16%가 유지되고 있다. 심지어 B2B로 배달 관련 용품을 판매한다거나 앱 개발업체에서 자체적으로 배달 서비스를 진행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음식점이라는 특수성 덕에 용산처럼 오프라인 시장이 무너지는 일은 없겠지만, 자꾸 하나의 분야에 집중하는 기업과 문어발처럼 여기저기에 손을 뻗치는 대기업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서비스 개선을 위한 시스템
콜택시 앱, 효과 아직 미미하다

기존의 시장을 개선하기 위한 시스템 도입은 오히려 반갑다. 현재 O2O 시장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파이인 콜택시 앱이 그렇다. 기존에 콜택시를 이용하려면 해당 업체에 전화해 위치를 설명해야 하고, 언제 올지 모르는 택시를 기다려야 하는 정보 부족의 단점이 컸다. 스마트폰의 보편화 이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는데, 대표적으로 콜택시 앱이 그렇다. 위치 서비스를 켜 두고 콜택시 앱을 실행하면 자신의 위치가 택시기사에 전송되고, 대강의 도착 대기시간도 알 수 있다. 택시에 대한 대강의 정보도 알 수 있어 안전하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적인 택시 쉐어 서비스 ‘우버’ 논란을 보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우버는 영업용 면허가 없더라도 승용차를 택시처럼 운영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국내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서울 도입에 실패한 바 있다. 게다가 우버 운전자 교육에서 교육자가 “혹시 단속에 걸리면 손님이 아니라 친구라고 하라”고 말하는 등 불법 행위를 지시하기까지 해 논란이 됐다. 당시 기자는 국내 업체에 불법 운영 및 보상 시스템에 대해 문의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자동차 보험회사 관계자도 우버 운전자가 사고가 나면 보상이 불가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콜택시 앱의 문제는 기존의 서비스 업체의 개선이 아니라 거대 자본이 시장을 잠식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업체는 해당 분야의 전문업체가 아닌 경우가 많다. 카카오는 메신저 업체, SK플래닛은 통신 서비스 업체다. 단순히 스마트폰을 이용한다는 것만으로 기술과 기업을 연결시키기에는 그 의도가 너무 단순하다. 두 앱 모두 현재는 이용자 및 택시기사에 어떤 수수료도 부과하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사나 이용자들은 추후 광고나 부분유료 등 어떤 방법으로든 수익 구조로 전환될 것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

현재 약 3~4개 콜택시 앱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데, 아직 콜택시 서비스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사람들이 콜택시를 많이 이용하는 장소와 시간 등의 환경은 규칙적이면서도 불규칙적이다. 택시가 많이 오가는 역 앞이라도 자정 즈음이면 기다리는 줄이 길다. 평소 1분도 기다리지 않던 곳이더라도 눈이 오거나 비가 많이 오면 10분이 10초처럼 흘러간다. 궂은 날은 콜택시마저 부르기 어렵다. 11시 40분쯤이면 그 많던 택시들이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12시가 넘어 할증이 붙으면 다시 줄줄이 정류장 앞에 선다. 콜택시 앱이라 해도 기사가 원하지 않는 콜은 거부할 수 있다.

사실 콜택시 앱은 전화번호를 누르는 과정을 스마트폰 앱을 실행하는 것으로 바꿨을 뿐이다. 특정 시간대나 지역에서 이용이 어려운 부분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당연하다. 새로운 볼펜이라 해서 모르는 문제가 풀리진 않는다. 자본이 탄탄한 기업이 시장에 새로 들어오는 건 거부할 권리도 이유도 없지만,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 대한 개선 방안이 아니라 남의 파이를 빼앗아오겠다는 작전은 혁신적이라 할 수 없다. 물론 배달 앱이나 콜택시 앱을 제공하는 측에선 끊임없이 ‘서비스 개선’을 외치고 있지만, 사실 소비자가 느낄 만한 서비스 개선은 아직까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음식점의 질 개선은 배달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콜택시는 적어도 손님과 기사 모두 만족해야 한다. 제작과 소비 사이에 구축된 원래의 시스템에 발을 걸치고 싶다면, 최소한 나눠먹기에 대한 인식을 하고 시스템 자체에 대한 개선 방안을 수행할 수 있어야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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