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구글은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업하는 자사의 스마트폰 ‘넥서스’의 두 가지 신제품을 공개했다. 하나는 LG와 함께 만든 3번째이자 보급형 스마트폰 ‘넥서스 5X’, 그리고 화웨이와의 첫 협업의 결과물인 고급형 스마트폰 ‘넥서스 6P’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12월 정식 출시된 넥서스 6P는 5.7인치 대화면을 가진 패블릿으로, 안드로이드 6.0 마시멜로우가 기본 설치돼 있는 구글 최고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전체를 놓고 보면 ‘프리미엄’이란 단어가 썩 어울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넥서스 시리즈 중에선 최강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합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모바일 O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다. 현재 최신 버전은 6.0 마시멜로우로, 버전마다 점유율이 조금씩 다른데 6.0의 현재 점유율은 1%대로 높지 않다. 지난해 10월 업데이트가 시작됐지만 아직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적용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6.0 업데이트 시기를 올해 1~2분기로 예정하고 있어, 2분기 정도면 2014년 이후 출시된 대부분의 스마트폰에서 업데이트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6.0 마시멜로우가 가장 먼저 설치된 것은 역시 구글의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 시리즈다. 가장 빨리 적용된 넥서스 5부터 이후 출시된 모든 넥서스 폰에 6.0 업데이트가 제공됐다. 최근작인 LG의 ‘넥서스 5X’와 화웨이의 ‘넥서스 6P’는 6.0이 기본 설치된 상태로 출시됐다. 둘 중에서도 화웨이의 6P가 고급형이기에 6.0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한적 출시
넥서스 6P는 32GB, 64GB, 그리고 시리즈 최초로 128GB 내장 스토리지를 지원한다. 별도의 스토리지 확장 슬롯이 없어 용량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국내에는 32GB 모델만 소비자가격 67만 원으로 출시돼 고민의 여지가 없다. 각종 영상이나 사진, 음원 등을 저장하기에 32GB는 넉넉하지 않은 용량이어서 64GB의 미출시가 아쉽다. 통신사는 SK텔레콤 단독으로 출시됐지만, 구글 스토어를 통해 공기계를 구입하면 KT와 LGU+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카메라는 만족, 배터리는 실망
후면 카메라로 촬영한 동영상을 캡처한 것. 사진과 비교해도 화질이 큰 차이가 없을 만큼 동영상 촬영의 성능이 괜찮다.
후면 1230만 화소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아무래도 스마트폰 사진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은 실내다. 사무실의 일반적인 조명 하에 촬영한 사진은 가로 기준으로 4032x3024 해상도를 나타냈다. 넥서스 6P의 디스플레이는 1440x2560 2K 해상도지만, 사진과 영상은 모두 4K까지 지원한다. 특히 영상은 4K 촬영을 지원하고, 240FPS의 슬로우모션 촬영도 지원해 현존하는 넥서스 스마트폰 중 최고의 성능이라 할 수 있다. 배터리는 3450mAh 용량으로, 30분 충전하면 7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시간은 사용 환경에 따라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용량이 넥서스 5X보다 크다 해서 더 오래 가는 건 아니었다. 고화질 영상을 재생할 때의 배터리 소모 속도가 빠른 편이어서 전력소비 효율은 그리 좋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넥서스 6P는 차세대 인터페이스인 USB 3.1 type C를 커넥터로 사용한다. USB-C 포트를 지원하는 PC 케이스나 메인보드가 아직 많지 않지만, 동봉된 변환 케이블을 이용해 PC의 USB 포트에 연결할 수 있다.
오른쪽 측면에 전원 버튼과 볼륨 조절 버튼이 있고, 왼쪽 상단 측면에 U-SIM 포트가 있다. 아이폰6S와 같은 nano-SIM 크기의 칩을 사용한다. 유심 트레이가 생각보다 커서 micro SIM을 사용하는 줄 알았다. 공기계로 테스트했는데 유심 칩 인식은 잘 되는 편이다.
배터리 일체형인 넥서스 6P의 후면은 ‘nexus’ 로고와 지문인식 포트 ‘넥서스 임프린트’가 배치돼 있다. 다른 버튼을 누르지 않고 넥서스 6P를 들어 임프린트에 지문을 얹기만 하면 잠금 해제가 빠르게 이뤄진다. 인식률도 매우 뛰어나 잠금 해제에 불편함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F2.0, 1230만 화소의 카메라가 있는 후면의 상단 부분은 전체가 튀어나와 있다. 넥서스 6P의 카메라는 5X보다 2배 향상된 8배속 슬로우 모션 촬영을 지원하는데, 초당 240프레임을 촬영할 수 있어 재미있는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이 기능은 주변의 빛이 충분히 확보돼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손떨림 방지 촬영 기능은 영상 처리 과정에서의 끊김이나 깨짐 현상이 약간 보여, 동영상 촬영에는 꺼두는 것이 좋겠다.
성능
모바일 기기도 디자인 뿐 아니라 성능과 효율을 따져봐야 한다. PC처럼 객관적인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앱들이 있다. 넥서스 6P를 사용하는 동안 ‘아스팔트 8’을 비롯한 여러 3D 게임들을 구동했다. 게임 중 프레임이 떨어지는 구간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인 동작 성능은 아이폰6S플러스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발열 상태는 소문과 달리 아이폰보다도 손에 느껴지는 열기가 덜했다. 아직 관련 액세서리가 많지 않지만, 전용 케이스를 장착하면 발열 문제는 무시해도 될 듯하다.
대표적인 모바일 기기 벤치마크 유틸리티인 ‘긱 벤치 3’와 ‘3DMark’를 사용해 기자가 사용 중인 아이폰6S플러스와 성능을 비교했다. 주로 프로세서 위주의 테스트인 점, 그리고 가격 면에서 두 배에 가까운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감안하자.
모바일 기기 벤치마크 앱 ‘긱벤치 3’로 하드웨어 스펙을 확인했다. 1.56GHz로 동작하는 옥타코어 프로세서와 2.64GB로 표기된 LPDDR4 RAM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싱글 코어와 멀티 코어의 테스트 결과. 싱글 코어 1335점, 멀티 코어 4272점을 기록했다. 점수의 편차는 약 5%다. 아래의 비교 기기들이 1~2세대 이전 제품들인 것을 감안하고 보자. 참고로 비교적 최근 제품인 삼성 갤럭시S6의 점수는 싱글 코어 1400점 후반대, 멀티 코어 4800점 초반대를 기록했다.
듀얼 코어인 아이폰6SPlus의 A9 칩의 테스트 결과. 싱글 코어 2551점, 멀티 코어 4448점을 기록했다. 코어 자체의 속도는 무척 빠르지만, 코어 개수가 2개여서 종합 성능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3DMark의 모바일 버전은 원래 아이스 스톰이 주로 사용됐으나, OpenGL ES 3.0 모드에서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슬링 샷’이 기준이 됐다. 넥서스 6P의 슬링샷 ES 3.0 테스트 결과는 일반 모드 1839점, V-sync해제 모드 1894점으로 측정됐다. 측정에 따른 온도 변화도 거의 없어 안정적이었다. 평균 프레임 수치는 약 14FPS 정도였다. 원래는 2K 화질을 지원하는 ES 3.1로 테스트를 해야 하나, 웬일인지 넥서스 6P에서 테스트 도중 자꾸 앱이 멈추는 현상이 생겨 부득이하게 3.0으로만 비교했다.
아이폰6S플러스의 3DMark 슬링 샷 테스트 결과. 일반 버전 2306점, 무제한 버전 2506점을 기록했다. 다만 모니터 데이터는 안드로이드 앱과 달리 FPS와 배터리 상태만 보여줘 프로세서의 작동 상태나 온도 변화는 볼 수 없다. FPS는 V-sync해제 버전에서 29FPS 정도로 측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