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용 기자와 배우는 냉각의 기초 - 더위를 이기는 쿨링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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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용 기자와 배우는 냉각의 기초 - 더위를 이기는 쿨링의 정석
  • PC사랑
  • 승인 2009.07.1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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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사무실에서도 사우나에 앉아 있는 듯 땀을 흘리는 고신용 기자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것이 두렵기 만하다. 어쩐 일인지 PC는 작년보다 더 뜨거운 바람을 토해내는 것 같다. 명색이 <PC사랑> 하드웨어 기자면서 발열 때문에 고생하는 것은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 ‘중이 제 머리는 못 깍는다’는 말을 위안 삼아 버티고는 있지만 사실 좋은 냉각 부품을 사려니 돈은 많이 들고, 돈을 들이지 않으려니 귀찮고 번거롭다.

여름을 극복하기 위한 대장정
땀을 뻘뻘 흘리며 참았지만 결국 문제가 생겼다. 기자만큼이나 더위에 약한 PC가 자주 멈추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바이러스나 시스템 오류인 줄 알았지만, PC를 살펴본 결과 쌓이는 열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다. ‘PC는 빡세게 굴려야 제 맛’이라는 모토로 기사를 쓰기 위해 각종 벤치마크를 돌려야 하는 탓에 서둘러 문제를 해결해야 만했다.

‘어쩌나’ 고민하는 고신용 기자에게 옆 자리 선배 기자가 “냉각에 대한 기획 기사를 쓰고 관련 제품을 사서 회사에 청구해”라는 귀가 번쩍 뜨이는 조언을 했다. ‘팔랑귀’로 소문난 그답게 냉각 특집 기사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PC 냉각의 시작은 CPU부터!
교체 1순위는 CPU 쿨러다. CPU 상자에 기본으로 들어 있는 쿨러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CPU가 정상 작동을 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열을 식히는 구실을 할 뿐이다. CPU의 발열과 소비전력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오버클록 등의 상황에서는 기본 쿨러는 한계가 있다. 별 다른 이유 없이 윈도가 멈추거나 블루 스크린이 자주 뜬다면 CPU에 열이 지나치게 쌓인 탓이다.

내 돈이라면 악착같이 가격 대비 효율이 높은 CPU 쿨러를 찾겠지만, 내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닌지라 값을 신경 쓰지 않고 평소 눈여겨 두었던 쓰리알시스템의 ‘아이스 에이지 프리마 보스 2’를 골랐다. 120mm의 크기를 자랑하는 냉각팬과 직접 CPU와 맞닿아 열을 전달하는 열전도파이프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시선을 끈 것은 152mm의 높이로 우뚝 솟은 방열판이다. 달기도 전에 이미 보는 것만으로 시원한 느낌을 준다.

쿨러를 살 때는 주의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대부분은 CPU 소켓을 가리지 않는 범용이지만 몇몇 제품은 특정 규격의 소켓만 고집한다. 내 CPU의 소켓 규격과 맞는지부터 확인하라는 이야기다. 케이스에 들어가는 사이즈인지도 따져 볼 문제다. 여기서 고른 냉각 타워급의 쿨러는 작은 케이스에는 결코 들어가지 않는다.


평소라면 몇 만 원짜리 쿨러는 손이 벌벌 떨리겠지만, 내 돈이 아니라고 함부로 내지른 고신용 기자.

냉각의 정석?
케이스 규격이 ATX로 바뀌면서 인텔이 내세운 공식이 있다. 효과적인 발열을 위해 내부 공기 흐름에 기준을 둔 것이다. 대체적으로 전면 하단 냉각팬으로 공기를 흡입해 후면 상단으로 공기를 내보낸다. 케이스에 달린 냉각팬은 공기가 잘 흐르도록 돕는 구실을 한다.





기회를 얻은 김에 그래픽카드도 바꾸자!
요즘 출시되는 그래픽카드는 성능은 올리고 발열은 낮췄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그래픽카드의 특성상 성능과 발열이 비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제조사들은 그래픽카드에 성능 좋은 쿨러를 얹어 발열로 인한 문제를 해결한다. 같은 그래픽카드라도 고성능 쿨러를 얹은 제품이 더 비쌀 수밖에 없는데 기획기사를 이용해 ‘파워 냉각 PC’로 거듭나겠다는 야욕에 눈이 먼 고신용 기자가 이를 놓칠 리 없다.

멀쩡한 엔비디아의 ‘지포스 8600GTS’를 떼고 이엠텍의 ‘지포스 GTS 250 제논 맥스 HDMI 512MB 쿨맥스 3000 트윈’을 주문했다. 그래픽카드 기판을 통째로 덮는 거대한 방열판과 두 개의 냉각팬이 달린 듬직한 녀석이다. 냉각팬도 마음에 들지만 ‘지포스 GTS 250’인 만큼 그래픽 성능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크다. 열전도 파이프로 열을 빠르게 전달하고, 두 개의 냉각팬으로 그래픽카드 전체에 시원한 바람을 불어주는 구조인데, 비싼 만큼이나 냉각 효과가 뛰어나다. 무엇보다 3D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고신용 기자는 늘 고성능 그래픽카드에 목마를 수밖에 없다.

덩치 큰 쿨러가 달린 그래픽카드를 조립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케이스 크기다. 쿨러 크기 때문에 두 개의 슬롯을 차지하거나 주변 부품에 걸리기도 한다. 그래픽카드가 쓰고 있는 케이스에 맞는지 꼼꼼하게 따져 보는 것은 필수다.


그래픽카드 전체를 덮은 방열판에 손이 베일 것만 같은 서늘함이 느껴진다. 손 좀 베면 어떠랴, 시원하기만 하면 그만이지.

케이스를 바꿔 보는 것은 어떨까?
예쁘고 날씬한 슬림 케이스가 인기지만 이런 친구들이 내부의 열기를 원활하게 배출하기는 쉽지 않다. 많은 제조사들이 케이스는 작지만 발열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전한다. PC가 작동하는데 지장이 없다는 이야기지 큰 케이스와 차이가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2인용 텐트에 3명이 자는 것과 10인용 텐트에 5명이 자는 것은 분명 차이가 난다. 그렇다. 다음 순서는 케이스다.

작은 케이스 때문에 교체할 수 있는 부품이 많지 않다는 생각 끝에 대담하게 케이스까지 손대기로 했다. 예전부터 눈독을 들여왔던 엔씨탑의 ‘CS-A +380 트윈엔진 블랙’을 구입했다.

PC 냉각에서 케이스의 역할은 그 어떤 부품보다도 크고 중요하다. CPU나 그래픽카드 등에 달린 냉각팬이 단지 부품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는 작은 역할을 맡고 있다면, 차가운 공기를 빨아들여 내부를 식히고 뜨거운 공기를 밖으로 빼는 중요한 일은 케이스의 몫이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방에 선풍기를 켜는 것보다 선풍기를 끄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창을 내는 것이 더 시원한 것과 마찬가지다.

작은 케이스는 흡기와 배기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고, PC 냉각을 위해 단 장치가 공기 흐름을 방해해서 발열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파워 유저들이 빅타워 케이스를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CS-A +380은 포스부터 남다르다. 위아래, 좌우 양옆을 가리지 않고 커다란 냉각팬이 뜨거운 공기가 내부에 멈출 시간을 주지 않는다. 옆에 달린 360mm 팬은 선풍기를 방불케 한다. 잠자던 냉각 본능이 후끈 달아오른 고신용 기자에게는 금상첨화다. 다만 쓰던 PC의 온도를 내리겠다는 초기의 의도는 잊은 지 오래라는 점이 불안요소일 뿐.


책상 위에 올려놓기 힘들 정도로 크기가 장난 아니다. 책상 주변을 싹 정리하고 나서야 겨우 자리가 났다.



갈 때까지 가 보자!
극한 오버클록 PC가 아닌 이상 지금까지 준비한 제품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 ‘조금 더! 조금 더!’를 외치며 또 다른 냉각 부품을 찾아 봤다. 눈에 띈 특이한 제품은 써멀테이크의 ‘TMG SL1’과 ‘V1 CL-R0028’이다. 약간 생소한 이 제품들은 시스템 냉각팬과 메모리 쿨러다. 시스템 냉각팬은 다른 냉각팬이 미처 처리하지 못한 내부의 뜨거운 공기를 배출하도록 도와주고, 메모리 냉각팬은 메모리에 높은 전압을 넣어 클록 주파수를 높일 때 필요한 제품이다. 오버클록을 할 것도 아니면서 단지 여름이라는 핑계로 이런 것까지 구입할 필요는 없지만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모셔왔다.

냉각장치를 많이 달면 발열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문제는 소음. 냉각팬을 사방에 두른 빅타워 케이스를 비롯해 CPU 쿨러와 그래픽카드 냉각팬 등이 힘차게 돌아가느라 소음이 무척 크다. 팬 속도를 조절하면 조금은 나아지겠지만 한 두 개도 아니고 모두 9개의 냉각팬이 돌아가니 팬 속도를 아무리 줄여도 시끄럽다.


시스템 냉각팬과 메모리 냉각팬으로 완성된 ‘냉장고 PC’. 냉각만 잘 되면 ‘소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PC 냉각의 기본
파워 냉각 PC를 완성한 고신용 기자. 남은 일은 회사에 물품 대금을 청구하는 일뿐이다. 이것저것 사고 싶은 제품을 살 때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허락을 받지 않은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설마’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쭈뼛거리며 편집장에게 영수증을 내민 고신용 기자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결제를 기다렸다. 한참 동안 말없이 영수증을 보던 편집장님은 느닷없이 무슨 기사인지 물어봤다. 처음 의도했던 대로 “여름을 맞이해 PC 발열을 막고 효율적인 냉각 방법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넌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PC 한 대 값이냐? PC 청소도 해보지 않았으면서 무슨 소리야. 다 네가 게을러서 그런 것 아냐. PC 냉각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뭐야!”라고 외쳤다. 상상했던 최악의 상황이 닥친 것이다. PC 냉각의 ABC는 뭘까?

하나. PC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라
PC는 설치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유독 PC는 책상 밑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 놓거나 물건을 올려놓는 일이 많다. 책상 옆에 두고 옆을 책받침처럼 이용하는 일도 많다. 무엇보다 통풍이 가장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PC는 흡기와 배기를 통해 냉각을 하기 때문이다. 냉각팬을 많이 달수록 열이 내려가는 이유도 공기를 더 빠르게 순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로 PC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온도를 낮출 수 있다.

둘.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PC를 청소하라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마어마한 먼지가 공기 중에 떠다닌다. PC를 냉각시키기 위해 빨아들이는 공기에도 먼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 먼지가 바람을 따라 고스란히 빠져나가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부품에 생긴 정전기가 먼지를 한 톨씩 모아 커다란 먼지덩이를 만든다. 먼지가 쌓일수록 내부 공기 순환은 어려워지고, 심지어 냉각팬을 멈춰 세우기도 한다. 케이스를 열면 부품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쌓인 먼지를 파헤처야 냉각팬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씩 분해해서 먼지를 털고 닦아내는 것이 좋지만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꾸준하게 제거하기만 해도 온도는 훨씬 낮아질 것이다.

셋. 냉각팬을 추가한다면 공기 흐름을 생각해라
오버클록이나 벤치마킹을 즐기거나 또는 열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나는 제품이라면 냉각팬을 추가하거나 남다른 쿨러를 단 제품을 골라야 한다. 덩치 큰 쿨러를 단 부품을 살 때는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전면 하단으로 공기가 들어가서 후면 파워서플라이 부분으로 나오는 것이 기본적인 흐름이다. 아무리 성능 좋은 냉각팬이라고 해도 이 흐름을 거스르면 PC 내부의 더운 공기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팬 회전 속도만 높아져서 소음만 키울 뿐이다. 내 케이스가 어떤 형태고, 내부 공간에 여유가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 본 뒤 냉각 부품을 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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