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도 걱정 없는 특급 피서법 - 여름이면 생각나는 공포 게임 베스트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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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도 걱정 없는 특급 피서법 - 여름이면 생각나는 공포 게임 베스트10
  • PC사랑
  • 승인 2009.08.0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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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하자드>의 명성을 다시 되살린 <바이오 하자드 4>의 주인공 ‘레온’.

공포 게임 최고의 브랜드
바이오 하자드 : 레지던트 이블

1996년, 캡콤은 직원 미카미 신지의 개인 프로젝트 형식으로 B급 냄새를 물씬 풍기는 공포 게임 하나를 내놓았다. 화려하거나 정교한 그래픽도 없었고, 혁신적인 요소 역시 보이지 않는 그저 평범한 공포 어드벤처 장르였던 이 게임은 엄청난 대박을 터트리며 캡콤을 대표하는 게임 중 하나로 우뚝 선다. 캡콤은 속편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해 15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수많은 후속작과 외전을 내놓았다.

수많은 플레이스테이션 게이머를 밤새 공포에 떨게 한 게임, 바로 <바이오 하자드>다. <바이오 하자드>는 마치 B급 공포 영화를 보는 듯한 연출과 잔재미가 가득하다. 분위기나 심리적인 두려움보다 그냥 흉측한 좀비를 보고 놀라는 원초적인 두려움이 게이머들을 옥죄어 온다. 게이머들은 좀비밖에 없는 도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게임을 진행하다 얻는 여러 단서가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장치가 되어 게임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불안과 공포를 더하는 조미료 역할을 한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는 여러 이야기나 단서들은 줄거리와 연관되어 게임 진행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그 자체가 상상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정신없이 도망치고 좀비를 물리치다가 두세 번 플레이한 뒤에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알게 되는 자잘한 이야기와  게임 속 작은 장치들에 더 집중해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또 그리 뛰어나지 않은, 깔끔하지 못하고 칙칙한 그래픽도 공포 게임이라는 장르 덕에 의도하지 않은 큰 이점이 되었다.

<바이오 하자드>는 어드벤처다운 장치로 많은 재미를 주었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재미 요소 중 하나였던 퍼즐이 점점 사라져 갔다. 장르와 개념이 달라진 탓이다. 라쿤 시티를 벗어나 새로운 시나리오로 시작된 <바이오 하자드 4>는 어드벤처 요소가 거의 사라지고 액션이 강화된 서바이벌 게임으로 변모했다. 원 제작자였던 미카미 신지가 떠난 이후 제작된 <바이오 하자드 5>는 아예 서바이벌 어드벤처가 아닌 액션 게임이 되어 전통적인 재미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바이오 하자드>는 공포 게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게임이지만 몇 가지의 악명도 함께 남겼다. 특히 잦은 로딩으로 악명이 높았다.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처럼 공포 게임 특유의 장치와 함께 나오는 로딩 화면은 ‘무슨 일이 벌어질까?’하고 게이머들을 긴장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너무 잦은 로딩 때문에 게임의 몰입을 방해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또 <바이오 하자드 2>의 대대적인 성공 이후 캡콤의 우려먹기로 인해 <바이오 하자드>의 정체성과 동떨어진 게임들이 <바이오 하자드>의 이름을 달고 나오면서 게이머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후속작이 모두 <바이오 하자드 2>의 흥행 성적을 넘지 못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 북미지역에는 <레지던트 이블>이란 이름으로 출시되었다. 영어 발음대로라면 바이오 해저드라고 읽어야 맞지만 이미 고유 명사가 된 만큼 바이오 하자드라고 표기한다.

바이오 하자드 1 PS 1, PC, 세가새턴
바이오 하자드 2 PS 1, PC, 닌텐도 64, 게임큐브, 드림캐스트
바이오 하자드 3 PS 1, PC, 드림캐스트, 게임큐브
바이오 하자드 4 PS 2, 위, 게임큐브
바이오 하자드 5 PS 3, 엑스박스 360
18세이상
※ 각 시리즈별로 지원 플랫폼 종류와 이용 등급



2009년 하반기 발매 예정인 <바이오 하자드 : 다크사이드 크로니클즈>의 한 장면.

4편은 언제 나올까??
클락 타워

<클락 타워>는 2003년 3편이 나온 이후 한동안 소식이 없기 때문에 지금 이야기하기엔 생소할 수도 있다. 1995년 처음 출시된 <클락 타워>는 공포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바이오 하자드>보다 오래된 역사가 깊은 공포 게임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의 공포 코드는 한마디로 도피라고 할 수 있다. 도피 과정에서 발생하는 게임 속의 다양한 변수를 통해 게이머가 상황을 헤쳐 나가도록 하여 공포와 함께 성취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클락 타워>는 시리즈는 주인공을 끊임없이 쫓아다니는 ‘시저맨’이라는 살인마를 피해 다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이머는 시저맨은 제압하거나 물리칠 수 없다. 막다른 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후의 회피 수단이 있지만 체력을 희생해야 하기 때문에 시나리오 진행에 지장이 생기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더구나 그것마저도 횟수에 제한이 있어 1편은 체력을 소모한 뒤에 다시 시저맨을 만나면 그의 제물이 되어 버릴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죽일 수 없는 적이 나타나고, 그 적에게서 도피를 하는 점 때문에 <사일런트 힐>이나 <사이렌> 등과 비교하기도 하는데, <클락 타워>의 주인공은 기본적으로 전투 능력이 존재하지 않아 시저맨 같은 추적자를 제압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액션은 다른 공포 게임에 견줘 부족하지만 대신 도피라는 공포 코드만큼은 걸출한 게임이다.

<클락 타워>는 1편과 2편 그리고 외전인 <클락 타워 2: 고스트 헤드>까지 휴먼에서 개발되었다. 최신작인 <클락 타워 3>은 캡콤에서 출시해 전작과는 여러 가지가 다른 게임이 되면서 이전 <클락 타워>만의 재미가 많이 사라졌다는 아쉬움과 함께 게임의 후반부는 <바이오 하자드>의 아류작 정도가 되었다는 혹평을 많이 들었다.

<클락 타워 3>이 전작을 훼손시켰다는 혹평을 듣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죽일 수 없는 적으로부터 도피’라는 전제가 상당히 약해졌기 때문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을 추적하는 적들이 매우 식상해져서 공포감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갑자기 엉성한 전투 위주의 게임 시스템이 나타난다. 이 부분이 <클락 타워> 시리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도피라는 공포 코드를 희석시켜 마치 B급 대전 액션 게임의 느낌을 준다. 제작사까지 캡콤이니 게이머들은 당연히 <바이오 하자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도입된 전투 시스템은 긴박감도 없고, 시스템 자체가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 무엇보다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전투 시스템이 등장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를 게이머들이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점이었다. 이러니 게임이 산으로 간다는 평을 듣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스토리 역시 <클락 타워 3>이 악평을 듣는 이유 중 하나다. 손녀와 영원히 떨어지지 않고 싶은 할아버지가 손녀를 죽여 악마 의식을 거행한다는 식의 다소 황당한 설정도 문제지만 그것 외에도 전체적인 줄거리가 전작에 비해 엉성하고 설득력도 떨어졌다. 출시되기 전에는 <배틀로얄>로 유명한 후카사쿠 긴지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고 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대단한 것은 이 명감독을 끌어들인 캡콤의 수완일 뿐이었다.

덕분에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영화적 연출은 괜찮은 편이지만 게임의 전체적인 연출은 거장의 손길을 느낄 만큼 뛰어나지는 않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클락 타워 4>가 나오기를 바란다. <클락 타워 3>이 아쉬움을 남긴 후 6년의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시리즈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또 지난해 캡콤이 <클락 타워>를 영화로 만들어 올해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만큼 <클락 타워>의 후속작이 나올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클락 타워 3>의 메인 화면. 이런 졸작으로 끝나기에는 <클락 타워> 시리즈의 매력이 너무 아깝다.

클락 타워 1 SFC, PS 1
클락 타워 2 PS 1
클락 타워 3 PS 2
18세이상
※ 각 시리즈별로 지원 플랫폼 종류와 이용 등급

대한민국의 유일한 공포 게임 시리즈

제피

예전 어드벤처 게임에 대한 글을 쓰면서 언급했지만 우리나라 어드벤처 게임은 열매는 고사하고 싹을 틔워 막 자라려는 찰나에 자취를 감춰 버렸다. 그래서 <제피>와 <화이트데이>는 어드벤처가 국내에서 싹을 틔웠던 시기를 상징하는 게임으로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론 <화이트데이>가 <제피>보다 좀더 많이 알려졌고 인기 역시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공포 게임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는 측면에서 최초의 공포 게임이자 유일한 ‘시리즈’였던 <제피>에 좀더 각별한 의미를 두고 싶다.

<제피> 1편은 1인칭 시점에서 마우스 클릭만으로 캐릭터를 이동시키고 아이템 등을 습득하면서 게임을 진행하는 고전적인 시스템을 지녔다. 시나리오 분기 같은 것이 없는 일방이고 강제적인 진행 방식이다. 마우스 커서를 사물에 갖다 대면 캐릭터가 이용할 만한 적절한 모양으로 바뀌는 시스템 덕분에 처음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인터페이스에 적응하는 데에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약간의 지루함을 주기도 했다.

3D로 제작되어 3인칭 시점으로 바뀐 <제피 2>는 주인공의 상태에 따라 게임 모드가 바뀌는 점이 신선했다. 제피를 조작해 맵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일반적인 게임 진행 외에 사산(死産)된 제피의 쌍둥이 누나 악령이 등장하면서 시작되는 탈출 모드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제피가 환각상태에 빠지면 나타나는 환상 모드가 있다. 특히 환상 모드는 제피의 혼란스러운 정신세계 속에서 무작위로 나타나는 난이도 높은 미니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하면 게임 오버의 아픔을 겪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참고로 환상 모드를 방지하기 위해서 게임 안에 등장하는 약을 제때 먹어야 했다.

이렇게 사뭇 다른 시스템만큼이나 1편과 2편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1편은 잦은 로딩 등 흐름을 깨는 미숙한 부분이 지적되는 이른바 2% 부족한 게임이었지만 아직도 무삭제 모드를 찾는 공포 게임 마니아들의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해 본 이들 역시 기억에 남을 만한 게임으로 손꼽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제피 2>는 시리즈의 변화가 약이 아닌 독로 작용했다는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제피 2>에 악평이 쏟아진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일단 다른 게임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는 것이 문제다. 탈출 모드는 ‘어설픈 바이오 하자드 따라잡기’라는 혹평이 쏟아질 정도로 엉성했고, 주인공들이 교통사고로 음산한 마을에 들어가는 설정이나 환각 상태가 되면 게임 모드가 바뀌는 것은 <사일런트 힐>에서 시도했던 콘셉트였다. 또 탈출 모드와 환상 모드에서 자칫 실수라도 하면 여지없이 게임 오버가 되는 것도 재미를 반감시켰다. 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것은 게임 외적인 문제였다. <제피 2>는 약속한 출시일을 지키지 못했다. <제피 2>가 대한민국 패키지 게임 시장이 거의 멸망했던 2002년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갑작스러운 출시일 연기 후 7개월 뒤에 출시되었다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제피 시리즈는 <제피 2>를 끝으로 쓸쓸한 막을 내렸고,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제피 1> 무삭제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을 정도로 재미있다.

제피 1  PC
제피 2  PC
18세이상
※ 각 시리즈별로 지원 플랫폼 종류와 이용 등급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인간이다

F.E.A.R.

올 1월에 최신작인 <F.E.A.R. 2 : 프로젝트 오리진>이 출시된 <F.E.A.R.> 시리즈는 <컨뎀드> 시리즈를 제작한 모노리스가 만든 게임이다. <F.E.A.R. 2>가 나오기 전 1편을 잇는 두 개의 확장팩이 출시되었지만 <F.E.A.R. 2>가 1편의 엔딩 장면에서 이어지는 것을 보면 확장팩은 번외 시리즈로 보는 편이 맞다. 참고로 이 게임은 2001년 에닉스에서 출시한 <피어>와 전혀 다른 게임이다.

<F.E.A.R.>는 <컨뎀드>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노리스가 개발한 주피터 엔진을 이용했고 게이머들에게 그야말로 공포와 같은 PC 제원의 압박을 선사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컨뎀드>와 <F.E.A.R.>는 공포 어드벤처와 FPS라는 장르말로 구분하는 점이 다를 뿐 두 게임 모두 모노리스의 공포 미학(?)을 유감없이 맛볼 수 있다.

보통의 FPS 게임은 아무리 리얼리티를 내세웠다고 해도 그저 사람이 쓰러지고 피가 흐르는 정도로만 묘사를 한다. <F.E.A.R.>는 슬래셔나 고어 영화처럼 아주 참혹하고 사실적이다. 피와 살점마저도 입체감 있게 사방으로 튄다. 이 게임에서 만에 하나 주인공에게 당한 적의 시체가 온전한 모양으로 남아 있다면 참으로 평화적인 일이다. <F.E.A.R.>는 총과 폭탄이 어떤 결과를 일으키는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전투 시스템은 장점과 단점이 뒤섞여 있다. 다양한 무기가 사실적인 살상력과 파괴력을 보여준다는 점과 공포 게임답게 유령 등이 출현하는 전투는 나쁘지 않지만 명작이라 불리는 FPS 게임들에 비교하면 타격감이 다소 부족한 편이다. 적의 인공지능이 매우 뛰어난 편이고 은폐와 엄폐도 매우 잘 하며, 게이머를 괴롭히는 사격술도 나쁘지 않지만 주인공은 이를 극복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어 난이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F.E.A.R.>를 즐기면서 몸서리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F.E.A.R.>의 근간을 이루는 줄거리 때문이다. 표면상 줄거리는 특수부대 F.E.A.R.(First Encounter Assault Recon)에 소속된 주인공이 초능력으로 군사용 복제인간 부대를 지휘해 테러를 일으킨 지휘관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감춰진 이야기에는 주인공의 형제와 엄마를 죽이도록 명령하는 잔혹한 내용이 숨겨져 있다. 게다가 후속작인 <F.E.A.R. 2>에서는 임산부인 동생의 배에 손을 얹는 주인공의 모습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를 보고 마니아들 사이에 격한 토론까지 벌어질 정도다. 그렇기에 <F.E.A.R.> 시리즈를 플레이하고 나면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인간이라는 점이 새삼 느껴지기도 한다.

PC방에 가면 갖은 욕설을 하면서 <서든어택>을 하는 초등학생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등급에 맞는 문화 콘텐츠는 어린 시절 인격 형성과 정신적 가치관 성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서든어택>만으로도 어린 학생들의 언어생활이나 인성이 거칠어지는 것이 눈에 보일 지경인데, 그런 어린 학생들에게 <F.E.A.R.> 같은 게임에 노출된다면? 상상만으로 공포 영화보다 더 끔찍하다.




무기를 이용하면 원래 이런 일이 일어나야 정상이다.

F.E.A.R. 1  PC
F.E.A.R. 2 PS 3, PC
18세이상
※ 각 시리즈별로 지원 플랫폼 종류와 이용 등급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더욱 무섭다

공포 영화로도 꽤 나쁘지 않았던 <사일런트 힐>.

사일런트 힐
<사일런트 힐>은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보다 늦게 나왔지만 이제는 공포 게임으로 더 큰 명성을 얻고 있다. 이 게임은 외딴 마을에서 사이비 종교에 의해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공포 어드벤처 게임이다.

<사일런트 힐>이 전해 주는 공포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더욱 무섭다’는 것이다. <사일런트 힐>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라디오다. 몬스터가 다가오면 지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는데, 이 효과음과 함께 다가오는 몬스터의 기괴한 소리가 주는 공포감이 워낙 커서 정작 몬스터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는 놀라움이 덜할 정도다.

자유로운 시점변화 역시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시점변화가 자유롭다는 것은 몬스터들이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렇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공포가 더욱 극대화된다. 기괴한 분위기의 마을 ‘사일런트 힐’에서 현실 세계와 이면 세계를 오가면서 두 세계 사이의 숨겨진 의문을 풀어나가야 줄거리와 게임 속 숨겨진 장치를 알 수 있는 것도 보이지 않는 공포를 자아내는 게임 요소다. 보여주는 공포에도 매우 충실해서 현실과 이면 세계를 상징하는 이질적인 느낌들, 미로와 같은 구조물, 그리고 시리즈를 거듭되면서 진화하는 몬스터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게임은 최고 난이도가 아닌 이상 보스전을 제외하고는 죽을 일이 많지 않을 정도로 전투 난이도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사일런트 힐>의 난이도가 매우 높다고 생각하는 게이머가 많은 편인데, 전투가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게임 속에 등장하는 수수께끼나 퍼즐 등이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퍼즐을 풀다보면 공포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퍼즐 어드벤처를 즐기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여기에 웬만한 공포 게임을 능가하는 긴장감 탓에 게이머들은 미칠 지경인 것이다. 하기야 모든 것이 제정신이 아닌 마을에 들어왔으니 그 정도 고통은 겪는 게 당연할 수도 있겠다.

<사일런트 힐> 시리즈는 게임 플레이만큼이나 게임 엔딩과 다시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을 위한 차별화된 재미 요소로도 유명하다. 이른바 UFO 엔딩이라 불리는 황당무계하고 허무한 엔딩은 매우 유명한 특전이다. 시리즈에 따라서 엔딩 후에 획득하는 복장을 입고 다시 게임을 하면 중간에 볼 수 있는 이벤트 동영상까지 새로운 복장이 적용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이외에 전기톱 등의 강력한 무기를 얻을 수 있어 처음에는 쩔쩔 매면서 조심조심 게임을 하던 이들도 나중에는 전기톱으로 몬스터를 썰고 다니는 액션 활극을 즐기기도 한다.

오래된 게임 시리즈가 그렇듯 <사일런트 힐> 역시 매번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시도하지만 항상 좋은 평가만을 받지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사일런트 힐 4>는 다른 시리즈와 달리 방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통해 이면세계로 진입하는 변화를 꾀하고 전투 시스템 등을 여러 방향으로 개선했지만 완전히 죽일 수 없는 유령을 등장시킨 것 때문에 재미와 독창성이 훼손되었다는 평가를 들어야만 했다. <사일런트 힐 홈커밍>은 해외 게임 웹진들에게 구입할 의미가 없다는 박한 평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혹평에도 불구하고 <사일런트 힐>이라는 이름이 붙은 게임들은 명작이냐 범작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시간을 내어 즐길 만한 게임이다.




<사일런트 힐> 시리즈에는 대개 거울이 빠지지 않는다.

사일런트 힐 1 PS 1, 닌텐도 64
사일런트 힐 2 PS 2
사일런트 힐 3 PS 3
사일런트 힐 4 PS 2, 엑스박스
사일런트 힐 5 PS 3, 엑스박스 360
18세이상
※ 각 시리즈별로 지원 플랫폼 종류와 이용 등급

무섭다기보다 슬픈 이야기

<령> 시리즈는 처음부터 미소녀를 주인공으로 해 주목을 끌었다.

령(零)
테크모하면 게이머들은 대개 <DOA>(데드 오어 얼라이브) 같은 미소녀 격투게임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테크모도 명작 공포 게임을 내놓은 바 있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령> 시리즈다. 이 게임은 ‘사령기’로 원혼을 촬영해서 잡는 특이한 게임 시스템, 몽환적 세계관과 분위기, 그리고 테크모의 주특기인 미소녀를 주인공으로 채택해 공포라는 특징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령>은 총 네 편의 시리즈가 출시되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국내에는 네 시리즈 중 1편인 <령>(제로)과 2편인 <령: 붉은 나비>만 한글화되어 정식 발매되었다. 보통 국내에서 <령>이라는 이름의 공포 게임을 이야기하면 쌍둥이 자매인 마유와 미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2편인 <령: 붉은 나비>를 떠올린다. 물론 여기에는 쌍둥이 자매의 미모에 현혹된 게이머들의 지지가 상당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령> 시리즈의 전투 방법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혼령들을 사진기와 같은 형태의 사령기로 찍어서 잡는 게임 시스템이다. 1편은 혼령들이 나타나면 먼 거리에서부터 셔터를 눌러 제압하는 꼼수를 쓸 수 있었다. 2편부터는 사령기마다 필름을 갈아 끼우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필름의 활용하거나 사령기로 업그레이드 해야 혼령을 제압해야 한다. 이전처럼 사령기 셔터를 마구 눌러 혼령들을 제압하기는 무척 힘들어졌다.

다른 공포 게임에 견줘 <령> 시리즈는 상대적으로 덜 무서운 편이다.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 고요함 속에 간간이 들리는 효과음,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혼령들이 공포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만 다른 공포 게임에 견주며 그다지 무섭지는 않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공포 게임에 비해서’라는 점이다. 음흉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스토리,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절제된 이벤트 동영상에는 처연한 슬픔 같은 것들이 잔뜩 묻어난다.

개인적으로도 엔딩을 보고 나면 공포에서 탈출했다기보다 덩달아 우울해지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포를 원하는 게이머라면 적합하지 않은 게임일 수도 있다. 또 일부 게이머들은 <령> 시리즈를 공포가 아닌 미소녀 주인공으로 승부하는 타이틀이라는 혹평을 내리기도 한다. 설령 미소녀 캐릭터가 중심이라고 해도 호러 게임이란 장르의 공식을 크게 해치지는 않고 있는 만큼 이는 게임의 한 면만을 본 적절하지 않은 평가라고 생각한다.





령 1 PS 2, 엑스박스
령 2 PS 2, 엑스박스
령 3 PS 2, 엑스박스
령 4 위
18세이상
※ 각 시리즈별로 지원 플랫폼 종류와 이용 등급

공포를 넘어선 잔혹함

컨뎀드

<컨뎀드>는 에단 토마스라는 경찰이 살인 현장의 단서를 찾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던 도중 누군가에게 총을 뺏기고, 자신이 동료 경찰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설상가상으로 슬럼가에는 이상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추적하던 살인범이 누군가에게 살해되는 등 사건은 점점 꼬여만 간다. 게이머들은 에단 토마스가 되어 주인공에게 다가오는 위험과 공포, 그리고 음모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이다.

컨뎀드는 사형수를 뜻하지만 미국 속어로는 ‘저주받은’, ‘구제받을 길 없는’이라는 뜻을 가지기도 한다. 제목대로라면 이 게임은 저주받은 상황에서, 구제 불능의 상태에 빠진 상대에게, 자비를 베풀 수 없는 싸움을 해야 한다. 문제는 이 게임의 상대가 앞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좀비나 유령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라는 데에 있다.

다른 게임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설령 무차별 살육이 가능하다 해도 사람과 비슷한 좀비나 유령   등을 해치우는 선에서 그친다. 하지만 <컨뎀드> 시리즈는 인간을 상대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공포의 강도가 훨씬 직접적이고 강렬하다.

공포 게임에 으레 등장하는 암울한 분위기, 기괴한 소리와 잡음, 그리고 작은 라이트 하나에 의존하는 주인공의 시야 밖에서 움직이며 뒤나 바로 앞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적들도 공포지만, 도저히 지면에 실을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져 이른바 고깃덩어리가 되는 시체의 모습이나 흩뿌려지는 선혈은 공포의 정도를 넘어 게이머에게 혐오감을 일으킨다. 만일 공포 영화에 약하거나 슬래셔 무비 같은 잔혹한 영화를 싫어한다면 <컨뎀드> 플레이를 말리고 싶다.

전투 시스템은 두 편이 각기 다른 재미를 전해 준다. 권총, 각목 같은 도구가 없으면 전투 자체가 불가능해서 맞아 죽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던 1편에 견줘 속편인 <컨뎀드 2>는 맨주먹으로도 싸울 수 있다. 펀치와 킥을 조합해 콤보 액션까지 펼치면 마치 대전 액션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1편이 전투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하여 긴급 상황에서 게이머들의 긴박감을 높이고 주위의 사물을 이용하는 임기응변의 재미를 추구했다면, 2편은 ‘블러드샷 파이트 클럽’과 같은 미니 게임에서 알 수 있듯 공포 분위기를 내는 데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진입장벽을 다소 줄이고 전투 자체의 재미를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경찰을 비웃듯이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 살인 사건은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추리소설에서 오래 전부터 이용된 소재이다. 그러나 이런 고전적인 소재라도 어떤 콘텐츠로, 그리고 누가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공포감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그런 점에서 콘솔 게임의 명가인 세가와 미주 지역의 공포 게임 전문 개발사인 모노리스, 그리고 워너 브러더스가 만나면 어떤 게임이 나오는지 두 편의 <컨뎀드>는 잘 보여주고 있다.

<컨뎀드>는 한글화된 <컨뎀드 : 크리미널 오리진>과 한글화가 되지 않은 속편 <컨뎀드 2 : 블러드 샷> 두 편이 현재 나와 있다. 거듭 말하지만 스너프 필름이나 슬래셔 무비 등에 약한 사람들은 정신건강상 컨뎀드 시리즈를 플레이하지 않는 것이 좋다.


<컨뎀드>의 잔혹함은 스너프 필름을 보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컨뎀드 1 엑스박스 360
컨뎀드 2 PS 3, 엑스박스 360
18세이상
※ 각 시리즈별로 지원 플랫폼 종류와 이용 등급

호불호가 갈리는 명작 공포게임

사혼곡 : 사이렌

<사혼곡 : 사이렌>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마을 사람들이 사라져버린 적막한 마을의 공포 상황에서 죽지 않는 적의 위협을 피해 도망치는 잠입 액션, 탈출 형식의 공포 어드벤처 게임이다. 1, 2편과 1편의 리메이크판이라 할 수 있는 <사이렌 : 뉴 트랜슬레이션>이 나와 있으며,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사이렌>은 적의 공격과 추적에서 생존하고, 도망치는 방식으로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적들을 게이머가 죽일 수 없도록 설정되어 있다. 단지 쓰러뜨리거나, 빛을 비춰 행동을 제한시키는 방법으로 자신을 향해 손을 뻗어 오는 적들의 손에서 탈출할 수는 있을 뿐, 적을 모조리 섬멸한 다음 유유히 빠져나가는 식의 게임 진행을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사이렌>의 특이 시스템으로는 ‘뷰재킹’을 꼽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상대의 시선을 훔쳐 상대의 눈에 무엇이 비취는지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문제는 게이머가 훔쳐야 하는 시선이 살아 있는 시선이 아닌 죽은 자의 시선이라는 점이다. 자신을 쫓아다니며 죽이려고 하는 죽은 자에게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도 오싹한데, 시선까지 훔쳐야 하는 사실은 공포감을 극대화시키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시나리오 진행과 탈출의 힌트를 주기 때문에 지도를 외우다시피 하지 않는 한 뷰재킹을 써야만 한다. 참고로  2탄에서는 적의 시선뿐만 아니라 동물의 시선을 뷰재킹할 수도 있으며 현재의 일 뿐만 아니라 과거며 일어난 일까지 볼 수 있기 때문에 뷰재킹으로 필요한 정보를 더욱 많이 얻을 수 있다.

뷰재킹 같은 특이한 시스템과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사운드 등 공포 게임으로는 매우 훌륭한 장치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이렌>은 게이머들에 따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일단 난이도라는 진입 장벽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배경이 음산하고 어두운데다가, 죽일 수 없는 적이라는 것만으로도 난이도가 높다. 특히 1편은 난이도 선택 기능도 없기 때문에 어렵게 설정된 난이도를 고스란히 견뎌야 하며, 2편의 난이도 역시 1편의 난이도를 능가할 정도다. 그래서 <사이렌>을 즐기는 게이머들은 공포 장치에 놀라기 이전에 난이도 때문에 좌절하는 경우도 많고, 뷰재킹 등을 필수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게임 시스템으로 인한 진입 장벽 때문에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포기하는 일이 많다.

다른 하나는 <사이렌> 특유의 불규칙한 미션 짜임새다. 사이렌에서 연속으로 진행되는 미션들은 마치 ‘퍼즐 맞추기’에 비유할 수 있는데, 진행 과정에서 등장하는 등장 인물들을 개별적으로 조종하는 미션은 시간 순서를 따른 것도 아니고 등장인물 사이에 밀접한 관계도대로 배치한 것도 아니다. 조각난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짜맞춰야만 몰랐던 사실들을 알 수 있고 시나리오가 하나로 이어진다. 이런 부분을 머릿속에서 유기적으로 짜 맞추는 것은 고도의 스트레스와 혼란을 요하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게임을 깼는데도 불구하고 전체 스토리를 다 알지 못하기도 한다. 다양한 캐릭터를 불규칙하게 조종하는 미션의 특성은 다른 부가적인 문제를 낳기도 하는데, 조종하는 캐릭터에 따라 게임 난이도가 들쭉날쭉해진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극악의 난이도에 대한 불평하거나 어려운 시스템을 폄하하는 이들도 있지만 다른 공포 게임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재미를 주고 있어 많은 공포 게임 마니아들이 <사이렌>을 즐긴다.


사이렌의 배경은 한적한 농촌 아니면 어촌이다.

사이렌 1 PS 2
사이렌 2 PS 2
사이렌 뉴 트랜스레이션 PS 3
18세이상
※ 각 시리즈별로 지원 플랫폼 종류와 이용 등급

여러분의 세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

쓰르라미 울 적에
<쓰르라미 울 적에>는 동인 게임으로 출발하여 플레이스테이션판으로 정식 발매되고 애니메이션은 물론 영화로도 제작된 특이한 역사를 지닌 게임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 소개한 공포 게임 시리즈 중에서 유일하게 국내에 공식 판매가 되지 않는 게임이다. 그러나 어떤 이에겐 불쾌하고, 어떤 이에겐 무섭고, 어떤 이에겐 참혹하고, 어떤 이에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이 게임의 재미(?)는 단지 동인 코드나 게임의 특이한 이력으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쓰르라미 울 적에>는 세 개의 시리즈와 그 타이틀에 포함된 열한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본편인 <쓰르라미 울 적에>와 해답편인 <쓰르라미 울 적에 카이>, 그리고 외전에 해당하는 <쓰르라미 울 적에 레이>가 있다. 이 중 공포에 충실한 것은 본편과 해답편이고, 외전은 공포라는 부분을 떠나 가볍게 즐길 만한 타이틀이다.

<쓰르라미 울 적에>를 실행하면 ‘な’자만 빨갛게 칠해진 기분 나쁜 메인 로고와 엄청난 양의 내레이션, 다소 불편하고 엉성한 인터페이스, 대충 그린 듯한 등장인물들의 일러스트가 게이머를 맞이한다. 중간에 등장하는 미니게임들도 그저 클릭을 잘 하면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

손에 익숙한 쉬운 조작법과 다양한 재미 요소,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무장한 게임들이 즐비한 요즘, <쓰르라미 울 적에>를 처음 접한 게이머들은 그런 부분만을 보고 그냥 게임을 삭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진입 장벽(?)을 넘어서면 이 게임이 주는 공포와 서스펜스에 빠져들게 되는 건 시간문제이다. ‘사운드 노벨’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소리와 텍스트 시나리오 외에는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조금의 변화로도 공포는 극대화된다.

고요함 속에서 울려 퍼지는 쓰르라미 소리와 공포를 극대화하는 배경 음악, 웃고 떠들고 행복해 했던 친구가 한 순간 돌변하여 서로에게 흉기를 겨누는 모습, 그리고 일어나는 연속 살인. 게이머들의 상식을 뒤엎는 전개는 괴리감을 일으킬 정도로 줄줄이 발생하고,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게다가 에피소드 하나로 스토리가 모두 완결되는 게 아니라 다음 에피소드를 진행하다 보면 이전 에피소드에서 몰랐던 사실 등을 알 수 있게 되므로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진행해야만 전체 줄거리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본편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이고, 해답편으로 넘어가게 되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의 의미가 또 달라진다. 해답편을 만나는 순간, 공포는 당혹스러움으로 바뀌고 여러분을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반전이다. 친구가 한 순간 돌변하여 서로에게 흉기를 겨누던 모습만큼이나 강력한 반전은 게이머들에게 과연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한 혼란을 일으키게 만든다.

아마도 이 게임을 접한 게이머들 중 꽤 많은 이들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꽤 비슷한 소원을 한 가지 빌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아직 <쓰르라미 울 적에>를 해 보지 않은 여러분들 역시, 아마 이 게임을 하게 된다면 같은 소원을 빌게 될 것이다. “슬프고 잔혹한 건 이제 볼 만큼 봤어, 제발 해피엔딩을!!” 여담이지만 <쓰르라미 울 적에> 애니메이션을 일본에서 방영하던 시기에 당시 발생한 살인 사건 때문에 일부 방송사에서 애니메이션 방영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우연치고는 무서운 일이다.


장난스러워 보이는 일러스트에 절대로 속지 마라.


이런 무서운 게임 가지고 마작을 만드는 센스라니.

쓰르라미 울 적에 1 PC
쓰르라미 울 적에 2 PC, PS 2, 닌텐도 DS
쓰르라미 울 적에 3 PC, PS 2
18세이상
※ 각 시리즈별로 지원 플랫폼 종류와 이용 등급

탈출하려면 쏴라, 맞춰라, 부셔라!!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는 ‘죽음의 집’이라는 이름처럼  폐쇄되고 제한된 공간 속에서 몰려드는 좀비들을 처리하면서 진행하는 게임이다. 현재 4편까지 나와 있으며, 3편까지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발매되어 가정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다.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는 시작부터 당시에 출시된 다른 슈팅 게임들과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 슈팅 게임에서는 적들은 보스를 제외하고는 머리를 맞았건, 다리를 맞았건 한 방에 완전히 제압당했지만,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의 좀비들은 한 방으로 쓰러지지 않았다.

총을 맞은 좀비들이 머리나 몸통에 구멍이 뚫리거나 팔 다리가 날아가고 붉은 액체(심의에 따라 녹색 액체)를 질질 흘리는 것은 예사이며 완전히 쓰러지기 전까지 게이머에게 쉬지 않고 다가온다. 전기톱을 가진 좀비의 양 팔을 총으로 쏘아 떨어뜨리면 몸통박치기를 하듯 달려오는 좀비의 모습을 보면서 ‘아, 징한 녀석이네’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1편부터 4편까지 오면서 무기도 진화했는데, 1편과 2편에서는 권총이 기본 무기였지만 3편은 위력이 강한 샷건이 기본 무기로 등장했고, 4편에서는 기관단총이 기본 무기로 등장했다. 하지만 무기가 진화했다고 난이도가 하락한 것은 아니다. 무기가 진화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물리쳐야 하는 좀비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의 재미 요소는 눈앞에서 대놓고 나타나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나든, 폐쇄된 공간에서 끈질기게 게이머를 위협하는 좀비들의 공포스러운 모습, 그리고 그 공포스러운 좀비가 아주 리얼하게 부서지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또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분기가 진행되는 이른바 ‘분기(갈림길) 시스템’이야말로 게임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분기는 어떤 위치의 좀비를 잡았을 때에 생기기도 하고, 인질을 잡았을 때에 생기기도 하며, 바닥이나 벽 등의 어떤 물체를 부쉈을 경우에 생기기도 한다. 같은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더라도 매번 같은 좀비를 만나지는 않는다. 이런 분기는 무조건 좀비들을 물리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 게임에서 게이머가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유도이기도 하다.


좀비들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샷건이 등장하는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3>

더 하우스 오브 데드 1 아케이드, PC, 세가새턴
더 하우스 오브 데드 2 아케이드, PC
더 하우스 오브 데드 3 아케이드, PC, 엑스박스
더 하우스 오브 데드 4 아케이드, PC
18세이상
※ 각 시리즈별로 지원 플랫폼 종류와 이용 등급 ]

공포 게임 시리즈를 마치며
공포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위해 키보드에 손을 얹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의외로 생각나는 공포 게임이 많아 하나 둘 정리하다보니 내용이 꽤 길어졌다. 게이머들에게 당부 하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대부분의 공포 게임은 18세 이상 이용 등급을 받은 상태이므로 절대 미성년자는 플레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아무리 강심장인 사람이라도 필자처럼 짧은 기간에 많은 공포 게임을 플레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원고를 쓰기 위해 기억을 되살리고자 예전에 했던 공포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거나, 플레이 동영상 등을 보고 공포 게임 사이트 등을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니 며칠을 식은땀을 흘리며 잠을 설쳐야 했다. ‘게임은 적당히 즐겨야 한다’는 말은 공포 게임에서도 특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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