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최한슬 기자] 앞서 한 번 밝힌 적이 있는데, 기자는 smartPC사랑의 유일한 ‘겜알못’이다. 게임을 심각하게 못해 이젠 알기를 포기했다. 즐겨하던 마지막 PC 게임은 2000년대에 초딩 군단을 몰고 다녔던 크레이지 아케이드로, 그마저도 매일 같이 남이 쏜 물풍선에 갇혀 죽기 일쑤였다.
그런 기자가 리듬 게임에 도전해봤다. 도전 대상은 마니아층이 두터운 한국 대표 리듬 게임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이하 리스펙트 V)’이다. 그 시작은 리듬 게임 고인물인 남지율 기자의 화려하고 리드미컬한 손놀림 때문이었다. 음악도 듣지 않고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MAX 100%’를 내리 찍어내는 그의 손놀림에 단단히 속아버렸다.
음악을 좋아하면 재미있을 거라는 선배 기자의 삼고초려 끝에 리스펙트 V에 입문했다. 기자가 제갈량도 아닌데 선배는 왜 리듬 게임을 권했을까? 리듬 게임 초보자는 과연 몇 초 만에 게임 오버를 맞이하는지 궁금하다면 이번 리뷰를 주목하자.
리스펙트 V, 이거 완전 리스펙!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란 게임 자체에 대한 감상이자, 이 게임을 즐기는 마니아들을 향한 말이다. 특히 이 게임의 고인물들, 정말 ‘리스펙’한다. 결코 쉽지 않은 게임이다. 음악을 따라 비처럼 쏟아지는 노트의 향연 속에서 리듬에 맞춰 정확한 타이밍에 손을 움직여야 한다. 단호한 노트는 절대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잘하고 싶다면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
기자가 즐겨본 버전은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 디럭스 에디션’이다. 리스펙트 V에 DLC 팩 2종을 추가한 버전으로, 디제이맥스 온라인 시절 8곡을 모은 ‘이모셔널 센스’와 신곡 20곡을 추가하고 스킨과 추가 미션을 확장한 ‘V 익스텐션 팩’이 더해졌다. 곡 편식이 다소 심한 편인데, 기본 선택의 폭이 넓어 좋았다.
화려한 화면이 나를 감싸네
리스펙트 V를 실행해 첫 곡을 마치고 든 느낌은 게임이 정말 화려하다는 것이다. 음악도 들어야 하는데, 화면도 정신없이 지나간다. 쏟아지는 노트 뒤로 매 곡마다 다른 BGA(배경 애니메이션)가 흐른다. 순정 만화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부터 강렬한 비트를 느낄 수 있는 일러스트 영상까지 종류도 다양해, 플레이하는 곡의 느낌을 더욱 살려준다. 다만 리듬 게임 초보자는 그 화려한 BGA를 감상할 시간도, 정신도 없다. 위에서 떨어지는 노트를 처리하기도 바쁘기 때문에 BGA를 감상하고 싶다면 더욱 분발할 것!
매번 새 기록을 달성할 때마다 잠겨 있던 곡이 하나씩 열리는 것도 재미 포인트다. 마니아들은 이것을 ‘해금’된다고 표현하는데, 기자에겐 앞으로 해금될 수 있는 곡이 90개나 더 있다. 역시 더 분발해야 한다.
내가 지금 악기를 연주하나?
앞서 ‘탭 소닉 볼드’도 즐겨봤는데, 리스펙트 V는 키음이 따로 없는 탭 소닉과 달리 마치 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키음이 재미를 더한다. 키를 누를 때마다 피아노, 현악기, 베이스, 드럼 등 다양한 악기 소리가 나고, 이는 플레이하는 곡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이번 곡에선 어떤 소리가 날까 기대되는 동시에 멜로디와 박자에 맞춰 키를 누르니 게임이 아니라 마치 악기를 연주하는 기분이다.
키 구성은 4키/5키/6키/8키까지 다양하다. 아직 입문 단계라 그런지 양 손가락을 각각 2개씩 이용하는 4키 구성에 익숙해져, 세 손가락 이상 필요한 구간에 진입하면 어김없이 브레이크가 난다. 그런데 이 역시 반복하다보면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정확한 타이밍에 노트를 맞출 때 그 손맛과 쾌감이 아주 짜릿하다.
사무용 노트북에서 돌리면 어떨까?
사실 리듬 게임이란 장르를 아예 처음 접하는 것은 아니지만 PC 버전 리듬 게임은 처음이다. 스마트폰 초창기 시절, 모바일 리듬 게임 ‘탭 소닉’을 내려받고 레인보우의 ‘A’만 줄곧 플레이했던 기억이 있다. 기자가 느끼기에 스마트폰 리듬 게임과 PC 리듬 게임은 판연히 다르다. 개인적으론 손에 키감이 느껴지는 PC 리듬 게임이 훨씬 재밌다. 노트북 키보드로도 나쁘지 않지만 키감 좋은 기계식 키보드가 더해지면 그 재미가 한층 배가된다.
기자가 게임에 사용한 노트북은 11세대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와 내장 그래픽을 탑재한 사무용 노트북이다. 리스펙트 V 용량은 약 40GB로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은 게임이다. 과연 내장 그래픽 탑재 노트북에선 어떨까? 대답은 ‘즐기기엔 전혀 무리가 없다’다. 고주사율 게이밍 노트북을 이용하면 더 선명하고 부드러운 화면과 함께 즐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리듬 게임 자체는 무리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한 곡을 완주하는 동안 초당 프레임을 측정해봤다. FHD 해상도에서 코요태 신지가 부른 ‘Always’를 ‘Normal’ 패턴으로 마치는 동안 최고 120, 최저 94, 평균 107프레임을 기록했다. 노트북에서 즐기는 정도로는 충분하다.
마치며
이 게임을 하며 기자는 난생처음 손가락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과 뇌가 보내는 신호를 손이 아직 빠르게 따라가지 못한다. 그런데 이 게임,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이는 게 아주 재밌다. ‘Dream it’을 처음 플레이할 땐 10초 만에 게임 오버가 됐다. 다른 곡들을 몇 번 돌고 오니 20초로 늘었다. 좀 더 연습하면 이제 게임 오버는 면할 수 있을 것 같다. 조만간 노래를 끝까지 감상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바라며 초보 리듬 게이머의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