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그때 그 휴대폰] 삼성 애니콜 SGH-T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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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그때 그 휴대폰] 삼성 애니콜 SGH-T100
  • 이철호 기자
  • 승인 2021.11.25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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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가 53억명을 돌파한 2021년, smartPC사랑은 새로운 모바일 코너를 신설하고자 한다. 바로 '응답하라, 그때 그 휴대폰'이다. 이 코너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피쳐폰과 스마트폰을 소개하려 한다.

제일 먼저 소개할 휴대폰은 삼성 애니콜 'SGH-T100'이다. 삼성전자는 한때 모토로라, 노키아 등이 장악했던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당당히 최강자로 자리잡았다. 그 중심에 단일 휴대폰 모델 중 사상 최초로 1,000만대가 팔린 SGH-T100이 있었다. 이 휴대폰을 살펴보자.

 

애니콜의 탄생과 아픔 그리고 성장

1990년대 초 고(故) 이건희 회장은 "향후 1명 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온다"며 휴대폰 사업 강화를 지시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휴대폰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그 결과 1994년 10월 삼성전자 최초의 애니콜 휴대폰인 'SH-770'이 탄생한다. 이 휴대폰에는 통화 버튼과 종료 버튼을 상단에 배치하는 이건희 회장의 아이디어가 담겨 있었다.

애니콜(Anycall)이라는 이름은 당시 삼성전자에서 국내영업을 맡았던 오정환 전 전무의 작품이다. 당시 그는 영화 '애니깽'에서 '애니텔'과 '애니콜'을 떠올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애니텔이 선정되었으나 유사상품인 '앤텔(Antel)' 때문에 독점적 사용이 어려워짐에 따라 새로운 삼성 휴대폰의 브랜드명은 애니콜로 결정됐다.

초창기 삼성 애니콜은 '한국 지형에 강하다'는 캐치프라이즈를 내세웠다. 당시 휴대폰 사용자들이 불편하게 여기던 통화 품질 문제를 공략한 것이다. [출처-한겨레]
초창기 삼성 애니콜은 '한국 지형에 강하다'는 캐치프라이즈를 내세웠다. 당시 휴대폰 사용자들이 불편하게 여기던 통화 품질 문제를 공략한 것이다. [출처-한겨레]

애니콜에 꽃길만 깔린 건 아니었다. 외국 업체보다 출발이 늦었을 뿐만 아니라 불량률도 상당했다. 이에 이건희 회장은 1995년 1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애니콜 15만대를 해머와 불도저로 부수고 화형시키며 품질의 중요성을 알렸다. 그해 8월 삼성전자는 모토로라를 제치고 국내 시장 1위에 올랐다.

 

최초의 텐밀리언셀러 애니콜, SGH-T100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삼성전자는 1996년 휴대폰 수출을 시작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홍콩 허치슨에 SCH-100, SCH-200을 수출한 데 이어 미국, 브라질 등에도 진출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 것이다.

보통 가전/IT기기 시장에서 후발 주자는 '가성비'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다. 60~70년대 해외 시장에 진출한 일본 가전회사가 그랬고, 오늘날에는 샤오미, 오포 등의 중국 업체가 이런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내세웠다. 고품질은 물론 혁신적인 기능도 과감하게 채택하며 '명품 휴대폰' 이미지를 부각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휴대폰과 다른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프리미어리그 명문클럽인 첼시 FC를 후원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휴대폰과 다른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프리미어리그 명문클럽인 첼시 FC를 후원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02년, SGH-T100이 등장한다. 이 휴대폰은 2003년, 글로벌 판매 1,000만대를 돌파한 '텐밀리언셀러폰'으로, 삼성 휴대폰의 세계 시장 점유율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의 모토로라, 핀란드의 노키아 등이 장악했던 세계 휴대폰 시장에 당당히 대한민국 휴대폰이 이름을 날리는 순간이었다.

 

시대를 앞서간 클램쉘 디자인

SGH-T100의 가장 큰 특징은 클램쉘 디자인이다. 이 휴대폰은 조개껍데기를 언상시키는 곡선형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네모반듯하고 투박한 외관의 휴대폰이 대부분이었던 당시로서는 참신하고 세련된 디자인이었다. 전 세계 시장에서 큰 호평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이 디자인에는 이건희 회장이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별명도 '이건희폰'이다.

어떤 의미에서 SGH-T100은 시대를 앞서갔다고도 볼 수 있다. 오늘날에는 바형 스마트폰을 넘어 화면을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폰이 유행이다. 특히 가로형 폴더블폰인 갤럭시 Z 플립 시리즈가 MZ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채택된 클램쉘 디자인을 이미 2002년에 보여준 셈이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던 곡선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던 곡선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화려한 색감의 TFT LCD

SGH-T100이 지닌 또 하나의 특징은 TFT LCD를 채택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훅백 화면을 사용한 휴대폰이 대다수였지만, SGH-T100은 160x128 TFT LCD로 컬러 화면을 구현했다. TFT LCD는 얇은 필름 형태인 박막을 이용해 만든 트랜지스터를 사용한 LCD로, 이전보다 얇은 사이즈로 컬러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SGH-T100을 기점으로 휴대폰에 컬러 디스플레이가 도입되면서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화사한 색감 아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게임을 즐기며 원하는 콘텐츠를 편집하는 모바일 시대에 SGH-T100은 중대한 기여를 한 셈이다.

휴대폰에 내장된 컬러 디스플레이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신기술이었다.
휴대폰에 내장된 컬러 디스플레이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신기술이었다.

이후로도 텐밀리언셀러폰 대거 등장

SGH-T100을 앞세웨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린 삼성전자는 수많은 텐밀리언셀러폰을 출시하며 세계 3대 휴대폰 제조사로 자리매김했다. 두 번째로 1,000만대 판매에 성공한 휴대폰은 2003년에 출시된 'SGH-E700'이다. 이 휴대폰은 외신으로부터 '휴대폰의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극찬을 받았다. 실제로 혁신적인 내장형 안테나 디자인과 뛰어난 카메라 성능이 매력적이었다.

이후 1.3MP 카메라와 블루투스를 탑재한 'SGH-D500'이 세 번째 텐밀리언셀러폰이 되었으며, 2006년에 선보인 'SGH-D900' 역시 얇은 두께와 3MP 카메라, MP3 등의 최첨단 기능으로 호평 받으며 1,000만대 판매에 성공한다. 특히 2006년 11월 해외 시장에 출시된 'SGH-E250'은 전세계적으로 5,000만대가 판매되기도 했다.

SGH-E700은 ‘벤츠폰’이라는 별명답게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최신 기능을 갖췄다.
SGH-E700은 ‘벤츠폰’이라는 별명답게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최신 기능을 갖췄다.

2021년, 갤럭시 버즈 프로 케이스로 재탄생

오늘날 SGH-T100과 같은 2G 피쳐폰을 사용하는 이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SGH-T100이 휴대폰 역사에 남긴 발자취는 크다. 기술적으로는 휴대폰에 컬러 디스플레이를 본격적으로 도입해 모바일 시대를 앞당겼으며, 삼성전자를 굴지의 모바일 브랜드로 만들어준 모델이기 때문이다.

한편, 2021년에는 갤럭시 버즈 프로 출시에 맞춰 SGH-T100이 이어폰 케이스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갤럭시 버즈 프로 애니콜 커버는 SGH-T100을 비롯해 SGH-E700을 축소한 듯한 뉴트로 디자인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후 '깍두기폰'으로도 불리는 'SCH-A100' 디자인의 케이스도 등장했다.

2021년에는 SGH-T100을 비롯한 인기 피쳐폰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갤럭시 버즈 프로 케이스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21년에는 SGH-T100을 비롯한 인기 피쳐폰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갤럭시 버즈 프로 케이스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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