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천재소년의 우주대모험- 커맨더 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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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천재소년의 우주대모험- 커맨더 킨
  • PC사랑
  • 승인 2012.07.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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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8살 어린이들은 초등학교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까르르 웃으며 장난칠 나이다. 그런데‘커맨더 킨’의 주인공 빌리 블레이즈는 8살 나이에 작은 로켓(!)을 만들어 우주여행을 떠나는 황당한 꼬마 천재다. 혹‘게임인데 뭐 어때’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필자도 마찬가지다. 게임인데, 뭐 어때!
-정환용 기자



확실히 286, 386 PC 시절에 즐겼던 게임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 지금처럼 사람인지 그래픽인지 분간하기 힘든 기술의 발전에 익숙해서일까? 도트 투성이의 허술한 그래픽인데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그랬지’ 하며 괜히 미소가 지어진다. 
이 작품 역시 생각보다 스크롤이 부드러웠다는 것 말고는 딱히 그래픽이 뛰어난 게임은 아니었다.(1991년 당시를 생각해보면 ‘획기적’이긴 했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출시되는 게임들이 하나같이 새로운 체험이었기 때문에 몰입도 면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대단한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어린 시절 PC게임을 즐겨 했다면 ‘울펜슈타인’을 모르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FPS 장르의 틀을 확립한 이 게임의 제작사 ‘이드’(id)는 이후 ‘둠’과 ‘퀘이크’ 시리즈로 새로운 게임 역사를 쓰게 된다. 그런 카멕이 ‘id’를 설립한 뒤 만든 첫 작품은 무려 ‘초딩 우주여행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었다. 상상이 가는가? 게다가 등장하는 적들을 쓰러뜨리는 것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기절시켜 ‘별’로 바꾸는 설정이 도입됐다. 
처음에는 제작자 톰 홀의 의견이 반영돼 빌리가 해치운 적의 시체가 맵에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학부모들의 반발로 시체가 별로 바뀌는 설정으로 변경됐다고 한다.(역시 부모님들의 자식사랑은 시대와 국적을 초월한다)
‘둠’을 기억하는가? 무참히 사지를 절단하고 화면 가득 네모난 핏덩이를 흩뿌리는 호쾌한 게임을 만든 사람들이 왜 첫 작품을 이렇게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만들었을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은 뒤 충격적인 화면으로 사람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트리려는 제작자 존 카맥의 노림수였을지도 모르겠다.



FPS의 아버지, 존 카맥의 첫 게임은 귀여웠다

‘커맨더 킨’은 많은 시리즈물이 출시됐다. PC 버전과 GBC로도 즐길 수 있었던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횡스크롤 런 앤 액션 게임이다. 우주의 곳곳을 여행하며 적을 해치우고 아이템을 수집하는 것은 여느 액션 게임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이 게임이 국내에 ‘스카이콩콩’이란 이름으로 더 유명한 것은 주인공 꼬마 빌리가 장난감 스카이콩콩을 타고 다니기 때문이다. 
기본 점프보다 높은 곳에 있는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선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빨간 점프볼을 잘 이용해야 한다. 스카이콩콩을 타고 점프볼에 올라타면 2배 가량 높이 뛰어오를 수 있다.
빌리가 획득하는 아이템도 껌, 콜라, 물방울 등 참으로 유치발랄한 아이템들이다. 어린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만든 노림수가 분명하다. 게다가 빌리가 다치는 것을 염려했는지 하키 선수들이나 뒤집어쓸 법한 헬멧을 항상 착용하고 있다.(애들 머리에 이런 거 씌우면 성장에 지장이 없을까?) 하여튼 게임 전반적으로 ‘미국스러운’ 면모가 가득한 게임이다.



8살 빌리가 만든 우주선. 위쪽에 꽂힌 콜라병같은 것이 연료다. 웃기지도 않는다.


어쨌든 우리의 꼬마천재 빌리의 목적은 시리즈마다 다르다. 3편까지는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지구를 지키는 것이고, 4편부터는 우주여행을 하다가 부서진 우주선의 부품을 모두 찾아 집으로 돌아가는 것부터 다양한 이야기들을 안고 있다. 생긴 것도, 하는 짓도 8살 소년인데 스토리는 범우주급 SF 액션 못지않다. 누가 8살 소년에게 지구의 운명을 맡겼는지... 기가 찰 따름이다. 
종반으로 넘어갈수록 생각보다 높은 난이도에 부딪히게 되고, 액션 게임 특유의 무한반복을 하다 보면 짜증이 샘솟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코너의 제목이 뭔가? ‘추억의 게임’ 아닌가. 과거 잠깐이나마 즐거웠던 기억을 되새겨보는 의미에서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 괜히 어려운 게임 추천했다고 성질만 내지 말고 침착하게 즐겨보자.





필자가 마지막으로 즐겼던 시리즈는 6편이다. 부제는 ‘Alien ate my baby sitter!’ 외계인이 나의 유모를 먹었단다. 지금 생각해봐도 ‘뭐 이런 제목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명센스였다.
이 시리즈는 id소프트에서 6편까지 제작했고, 이후 열혈 팬들이 MOD 형식으로 9편까지 제작해 총 9편의 시리즈를 즐길 수 있다. 스토리 면에서는 6편이 마지막이니 존 카맥의 센스를 느끼고 싶다면 1편부터 즐겨보기 바란다. 지금 즐기기에는 다소 유치할 수 있으나, 추억이 괜히 추억이겠는가? 과거 빌리와 비슷한 나이 때에 즐겼던 기억을 새록새록 되살려 보자.
혹시 ‘둠’ 시리즈를 즐겨봤다면 빌리를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존 카맥은 이스트에그 형태로 빌리를 둠 속에 숨겨뒀다. 둠2의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목을 매달고 있는 빌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왜 하필 목매단 모습인고 하니, 존 카멕과 함께 커맨더 킨 시리즈를 만들었던 제작자 존 로메로는 제작자 간의 불화로 회사를 떠나게 됐고, 이것이 제작사 간의 유치한 다툼으로 번진 것이 ‘둠 2’에서 빌리의 목매단 시체가 나오게 된 이유이다. 이후 ‘듀크 뉴켐 3D’에서도 둠 2의 주인공이 시체로 등장하기도 한다. 유치한 건 애나 어른이나 오십보백보인 듯하다.
포털 사이트에서 ‘커맨더 킨’으로 검색하면 버전 별로 파일을 내려받아 즐길 수 있다. 당시 게임의 용량이 5.25인치 디스켓 세 장 정도였으니 다운로드에 무리는 없다. 다만 윈도우 OS 이전에 만들어진 게임이기에 cmd를 통해 도스부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본격 범우주급 SF 초딩액선 게임 ‘킨 사령관’


id소프트, 개구쟁이 소년에서 외계인 척살 영웅까지

커맨더 킨의 제작사 id소프트는 현재까지 많은 작품들을 출시한 1인칭 액션 게임의 선두주자이다. 도트로 표현할 수 있는 극한의 잔인함을 표현한 ‘둠’ 시리즈부터 구토유발 게임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퀘이크’ 시리즈까지 존 카맥의 FPS 사랑은 계속되고 있다.(실제로 ‘퀘이크3’를 즐기다가 구토를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끔찍했다.)
현재 id소프트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둠3’를 리마스터링해서 PC를 비롯해 XBOX360과 PS3 버전으로 연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새로운 게임엔진 ‘id Tech 5’로 제작된 신작 ‘레이지’가 많은 사람들의 탄성과 탄식을 동시에 받고 있다. 과거 ‘울펜슈타인 3D’를 만들었을 때만큼 큰 사랑은 받지 못하고 있지만, 명불허전, 다음 작품으로 실망감을 떨쳐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id소프트의‘퀘이크 4’. 컴퓨터기술이 이렇게나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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