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명온라인' 김지량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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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명온라인' 김지량 기획팀장
  • stonepillar
  • 승인 2014.08.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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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의 뜨거운 반응
 
사실 ‘문명온라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상당히 높았지만, 그와는 반대로 게임성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일단 엑스엘게임즈의 첫 작품이자 전작인 ‘아키에이지’가 부진하면서 쌓이게 된 개발사에 대한 불신감이 가장 큰 이유였고, 두 번째로는 원작이 갖는 고유의 재미를 MMORPG에서 쉽게 구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중세시대와 르네상스의 2개의 시대로 총 3번의 세션, 6일 간에 걸쳐 진행된 ‘문명 온라인’의 1차 CBT는 이러한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문제점과 많은 궁금증을 새롭게 발생시키기도 했다.
 
Q. 1차 CBT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문명온라인’은 세션제라는 상당히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MMORPG다. 지금까지 없었던 방식이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역시 세션제 게임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다. 그래서 이번 1차 CBT에서는 이용자들에게 세션제 게임의 흐름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Q. 그래서 원하는 결과를 얻었나? 이용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세션제 게임에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과연 한 번 게임에 참여했던 이용자가 두 번째, 세 번째 세션도 다시 즐길까 하는 점이었다. ‘문명온라인’은 매번 새로운 세션이 반복되는 게임인데 정작 이용자가 반복적으로 세션을 즐기지 않는다면 게임의 근본이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처음의 우려와 달리 두 번째, 세 번째 세션이 진행될수록 테스트 참여자가 더욱 늘었으며, 최종적으로는 우리가 예상 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은 테스터가 몰려 예기치 않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기도 했다.
 
Q. 많은 이용자가 몰려 발생한 문제점이라면 맵 상에서 오브젝트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버그들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이용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단순히 이용자 숫자만큼의 캐릭터가 늘어난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만들어내는 건물, NPC 등 맵 상에서 구현되고 처리해야할 오브젝트가 몇 배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부분을 염두에 두고 기술적으로 데이터를 분산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했지만, 맵 전체를 덮을 만큼 많은 도시가 생기고 발전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다. 공방전을 대비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건설해 둔 감시탑을 보고는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이런 문제점들이 첫 번째 세션에서 발견됐다면 그 다음 세션 진행 전에 해결할 수도 있었겠지만, 두 번째 세션 후반에 이르러서야 발생되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세 번째 세션까지 그대로 문제점을 노출하고 말았다. 이용자들에게는 본의 아니게 스트레스테스트까지 겸하게 한 것 같아 죄송스런 마음뿐이다.
 
Q.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 특히 엑스엘게임즈는 이미 상용화된 MMORPG를 서비스하는 회사면서 서버 운영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이용자분들의 지적을 충분히 이해하고, 우리가 미흡했다는 점도 동의한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자면 CBT 전에 사내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었다. 물론 당시에는 300명 정도의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긴 하지만, 안정적으로 테스트 됐기에 그대로 CBT를 진행한 것이 화근이 됐다.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더 철저히 준비를 해서 보다 완벽한 모습의 게임을 선보이겠다.
 

 
문명을 발전시키는 다양한 직업들
 
‘문명온라인’은 2010년부터 개발이 시작됐는데, 김지량 팀장이 개발팀에 합류한 것은 1년 반 정도 됐다. 비록 조금 늦게 팀에 합류했지만, 국내 유명 게임의 리드게임디자이너 출신인 김지량 팀장은 ‘문명온라인’의 개발 과정을 체계화 하면서 게임의 특징을 하나하나 단계별로 현실화 시키는 과정을 지휘하고 있다. ‘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가 지금까지 구축해 온 콘텐츠와 시스템을 생각해보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Q. 테스트에 참여했던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버그를 제외하면 많은 분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문명온라인’에는 전투 직업과 비전투 직업이 있는데, 일반적인 MMORPG에서는 이 두 직업의 역할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비전투 직업으로는 채집이나 제작 등 주로 생산적인 역할을 하고, 실제 전투는 전투 직업을 통해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문명온라인’에서는 전투 직업과 비전투 직업이 함께 힘을 모아야만 다른 세력과의 전쟁을 유리하게 끌어 나갈 수 있다. 비전투 직업이라도 전쟁을 유리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건물을 건설하고, 공성병기를 만들 수 있어 승패의 행방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전투를 선호하는 이용자를 육식 고객, 전투 보다는 생산 등을 즐기는 이용자를 초식 고객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렇게 성향이 다른 두 이용자층이 함께 어울려 공방전을 즐길 수 있다는 부분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Q. 비전투 직업을 기획할 때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비전투 직업을 즐겨 플레이하는 이용자라도 단순 반복인 채집이나 채굴 작업은 지루해지기 쉽다. 우리는 이러한 단순한 작업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전투 직업이 재미있는 것은 다양한 기술을 사용해 적을 격파하는 데서 쾌감을 얻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채집이나 채굴 작업을 전투처럼 진행한다면 단순 반복 작업도 조금은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를 위해 단순히 돌멩이 하나를 캐는 액션에서도 타격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현했고, 이런 부분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Q. 테크가 다음 시대로 이동하면 이용자의 직업은 어떤 방식으로 업그레이드 되나?
캐릭터를 다음 시대의 직업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1차 CBT에서는 이 비용을 명성으로 지불했는데, 앞으로도 명성을 이런 방식으로 소비하게 할 방침이다.
 
Q. 만약 내가 고대 시대에 게임을 시작했는데, 중간에 바쁜 일이 생겨 게임을 즐기지 못하다가 현대시대에 다시 게임을 접속했다고 가정했을 때, 다른 이용자들은 다들 총을 쏘고 다닐텐데, 내 캐릭터는 여전히 돌도끼나 던지고 있어야 하는 건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선 세션에 중간부터 참여하는 이용자를 배려해 각 시대별 기본 직업은 특별한 제약이 없거나, 혹은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과거 시대의 직업으로 끝까지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어 하는 이용자라면 굳이 유닛을 업그레이드 하지 않고 끝까지 그 직업만을 고수할 수도 있다.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시대에 돌도끼를 들고 뛰어다니는 원시전사가 되고 싶다면 적어도 게임 시스템적으로 막을 생각은 없다. 권장하지는 않지만.
 

 
건축 시스템과 기술의 발전
 
‘문명’ 시리즈에서 건축은 게임 전체에 걸쳐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문명온라인’ 1차 CBT에서도 건축은 승리 조건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는 콘텐츠였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건축 과정 자체에서 큰 재미를 느끼기 어렵고, 어렵사리 완성한 건축물의 활용도도 크지 않아 보였다.
 
Q. ‘문명온라인’에서 건축은 직접 돌과 나무를 날으거나 던져서 꽂는 등 독특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런 액션이 처음 한 두 번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끊임없이 건축물을 지어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나중엔 귀찮고 지루한 작업이 되기 쉬운데?
건축 시스템은 아직까지 개발도상에 있는 불완전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개발초기에는 지금보다 더욱 세세한 부분까지 이용자가 직접 쌓아 올리도록 했는데, 너무 작업이 많아 간소화와 편의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너무 간소화 해버리면 또 건물을 짓는 재미가 사라지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부분이다.
 
Q. 일반 건축과 달리 불가사의 건설은 NPC에게 자재를 납품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는데, 문명만의 특징이나 건설의 재미를 느끼기 보다는 MMORPG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반복퀘스트 수준으로 보여 아쉬움이 남았다.
불가사의도 처음에는 이용자들이 힘을 모아 블록을 하나하나 직접 쌓아가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했었다. 그런데 불가사의의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까 하나하나 블록을 쌓아 올리는 방식에 여러모로 문제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이 역시 앞으로 더 논의해 봐야 할 숙제 중 하나다.
 
Q. 1차 CBT에서 ‘문명온라인’은 일정 시간 경과 후 모든 세력이 동시에 테크를 올리도록 되어 있다. ‘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에서는 국가별로 테크 발전에서 차이가 발생하면서 이로 인한 세력격차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문명온라인’에서 이런 요소는 무시되나?
이번 테스트에서는 적용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의견이 오가는 부분이다. 다만 문명간의 기술 격차가 너무 크게 나 버리면 게임 자체의 재미를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밸런스를 조절해야 한다. 지금 생각 중인 것은 테크가 앞선 국가가 일정 시간 동안 한 단계 위의 시대로 먼저 갈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그 시간만큼의 격차를 통해 한 발 먼저 더 강력한 직업을 키우고, 강력한 병기를 생산해 전쟁을 유리하게 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Q. 이번 테스트에서 아쉬웠던 점 중 하나는 각 국가별 특성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1차 CBT에서 테스트하고자 했던 부분이 동일한 조건 하에서의 세션 진행 과정이었기 때문에 적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문명’ 시리즈와 마찬가지라 각 국가별 특별한 기능이나 건축물, 그리고 직업을 준비하고 있다.
 
Q. 국가 특성은 ‘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를 그대로 따라갈 생각인가?
그렇지는 않다. 비슷한 부분도 있겠지만, ‘문명온라인’은 어디까지나 MMORPG인데다 많은 이용자들이 함께 즐기는 게임이다 보니 그에 맞춘 특성들을 고려해야 한다. 한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이번 1차 CBT에서 이용자들이 스스로 국가별 특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로마를 선택한 이용자들은 정복자의 힘이 빙의됐는지 대체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인데다 전투력도 강했던 반면, 이집트 이용자들은 차분하게 문명을 발달시키며 자신들의 길을 닦아 나갔고, 가장 세력이 약했던 중국 이용자들은 똘똘 뭉쳐 끈끈한 협동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시스템적으로 주어지지 않아도 이용자들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문명온라인’이 추구하는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키에이지’의 ‘문명’ DLC?
 
‘문명온라인’의 첫 인상이 기대보다 좋았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버그나 원활하지 못한 서비스를 제외하더라도 게임 내적으로 비판을 받을 만한 요소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Q. ‘아키에이지’의 그래픽소스를 일부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정말 죄송스럽다는 말 밖에 드릴 수 없다. CBT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래픽 소스가 완성되지 않은 부분들을 내부 리소스로 보충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준비가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Q. 이번 CBT에서는 독특한 플레이들도 다수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남극대륙으로 의 진출이 있는데, 이 부분은 사전에 의도가 된 것인가?
우리는 ‘문명온라인’에서 이용자들에게 열린 가능성을 제공하고 싶어 한다. 남극대륙도 그렇지만, 이웃 대륙의 경우에도 일단 맵상에 구현이 되었기 때문에 거기까지 가보는 사람도 분명히 나올 것이라는 생각 정도는 했었다. 그런데 이용자들이 우리의 예상을 뛰어 넘어 그곳에 도시를 건설하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문명온라인’은 세션이 계속 반복되는 게임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에 기반을 둔 의외의 플레이는 ‘문명온라인’의 지속성을 높여주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한다.
 
Q. 1차 CBT의 또 다른 화두는 다름 아닌 말이었다. 이것도 위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까?
아니다 이쪽은 명백한 버그성 플레이다. 물론 우리의 실수에서 기인한 것이긴 하지만. ‘문명온라인’에서 말이나 마차 등의 탈것은 소유가 아닌 렌트의 개념이다. 어디에서나 쉽게 불러내고 사용한 후에는 부담 없이 버릴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것을 무한 소환이라는 방식으로 사용할 줄은 몰랐다. 이 부분은 하나의 캐릭터가 소환할 수 있는 탈것의 수를 한정 시켜 버리면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말을 쌓는 모습은 재미있긴 했다. 이런 엉뚱한 플레이들이 게임 상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될 수 있는 방법울 모색 중이다.
 

 
승리와 세션의 리셋
 
일반적인 MMORPG들에서 이용자는 하나의 서버를 선택해 캐릭터를 생성하고 해당 서버의 주민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문명온라인’의 세션제에서는 이러한 제약이 없다. 동시에 진행되는 다수의 세션들 중에서 원하는 세션에 접속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Q. 하나의 세션은 총 6개의 시대로 1주일 동안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다 지나기 전에 한 국가가 승리 조건을 달성할 수도 있을 텐데 이때는 세션이 바로 리셋되나?
그렇다. 세션의 시간이 모두 경과하지 않더라도 한 국가가 승리 조건을 만족하면 그 세션은 바로 거기서 종료된다. 세션이 닫히기 전에 게임을 정리하기 위한 약간의 시간이 주어 진 후 다시 새로운 세션이 시작된다. 이로 인해 세션마다 시간의 흐름이 교차하게 되며, 이용자는 원하는 세션을 선택해 들어갈 수 있다.
 
Q. 1차 CBT 버전에서는 세션이 종료됐을 때 남는 것으로 캐릭터 기본정보, 시민등급, 업적과 카드 등이 있었는데, 이외에도 혹시 추가되는 요소가 있을까?
일부 아이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용자가 가진 모든 재산이 초기화 되면 아무래도 박탈감이 크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령 이전 세션에서 친구나 연인 등 소중한 사람이 만들어 준 특별한 아이템이라면 계속 간직하고 싶을 테지만, 지금 시스템에서는 이런 특별한 아이템도 모두 사라져 버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소중한 아이템들을 일부 남길 수 있다면 이용자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역시 밸런스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해당 아이템을 소유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시기를 조정하는 등의 규칙을 만들어 둘 필요성이 있다.
 


smart PC 사랑 | 석주원 기자 juwon@ilovep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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