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MR에서 PMR, SMR까지! HDD 기록 방식, 어떻게 달라졌을까?

2019-10-10     이철호 기자

[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SSD를 저장장치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HDD(하드디스크)는 아직 가장 가성비가 좋은 데이터 저장매체로 남아 있다. 특히 가격 대비 용량이 무엇보다 중요한 외장스토리지, NAS시스템에서는 아직도 2.5인치 HDD 및 NAS용 HDD 등의 하드디스크가 주로 사용된다.

이렇게 HDD가 지금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게 발전해온 점이 컸다. 이에 따라 하드디스크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 또한 데이터 기록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HDD의 기록 방식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살펴보자.

 

저장 용량을 늘리기 위해 진화해온 HDD

HDD는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진화를 거듭한 저장매체다. 컴퓨터는 이전보다 더 많은 일을 처리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이 말은 HDD에 저장될 데이터의 크기가 그만큼 더 커졌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컴퓨터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하드디스크는 어떻게 하면 같은 폼 팩터에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지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이를 위해 하드디스크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디스크인 플래터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식을 바꿔 기록 밀도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주요 데이터 기록 방식으로는 LMR, PMR, SMR 등이 있다.

 

최초의 데이터 기록 방식, LMR

국내에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90년대에는 1GB~2GB HDD만 해도 대용량 저장장치였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는 주인공이 잘사는 선배 집에서 1GB 하드디스크를 보고 무려 1024MB나 된다고 놀라는 장면이 나온다. 이 당시 HDD의 데이터 기록 방식은 LMR(수평 자기 기록방식, Longitudinal Magnetic Recording)이었다.

LMR은 플래터 표면에 자기 입자들을 수평으로 배열해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LMR은 구조가 간단해 하드디스크 제작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 때문인지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에는 수많은 HDD 업체가 난립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현대전자도 한때 HDD를 생산, 판매할 정도였다.

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았다. 우선 데이터 밀도가 낮아 저장용량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컴퓨터가 발전함에 따라 저장할 데이터도 커진 것을 생각하면 매우 큰 단점이었다. 온도 변화에도 취약해서 겨울철에는 멀쩡했던 데이터가 여름철에는 사라지는 일도 빈번했다. 이 때문에 더 나은 방식이 개발된 지금 LMR 방식을 사용하는 HDD는 없다고 봐야 한다.

 

데이터를 수직으로 세우는 PMR

사람들이 컴퓨터에 더 큰 용량의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LMR 방식 HDD는 용량을 늘리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2003년, 도시바는 PMR(수직 자기 기록방식, Perpendicular Magnetic Recording)이라는 새로운 데이터 기록 방식을 개발했다.

LMR이 데이터를 수평으로 배열한다면, PMR은 데이터를 수직으로 세워서 기록한다. ‘가로’와 ‘세로’의 차이인 셈이다. 이 때문에 PMR은 기존의 LMR 방식에 비해 같은 플래터에 더 많은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게 됐다. 10TB급 HDD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PMR의 장점은 또 있었다. 바로 안정성이다. PMR은 디스크 표면에 노출되는 데이터가 적어서 온도 변화로 인한 데이터 손실에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이 때문에 PMR 방식은 빠른 속도로 기존의 LMR 방식을 밀어내고 HDD 저장 방식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데이터 기록밀도에 올인한 SMR

물론 PMR 방식에도 한계는 있었다. 이 방식으로도 데이터 밀도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개발된 기술이 2013년 씨게이트가 발표한 SMR(기와식 자기 기록방식, Shingled Magnetic Recording)이다.

이전까지의 데이터 저장 방식은 데이터를 기록하는 공간인 트랙을 각각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CMR(Conventional Magnetic Recording) 기반이었다. 이와 달리 SMR은 데이터 트랙의 일부를 기왓장처럼 겹쳐서 저장한다. 트랙이 겹치는 공간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PMR 이상으로 데이터 기록밀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SMR은 단점도 상당하다. 여러 개의 트랙을 묶어서 관리하기 때문에 읽기 동작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쓰기 동작에서는 묶은 트랙을 전부 순서대로 다시 써야 하므로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쓰기 동작에서 속도가 많이 떨어진다. 데이터가 겹쳐지는 과정에서 저장된 데이터가 사라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점점 사라지고 있는 PMR 외장하드

현재 HDD 저장 방식은 (현재 사용되지 않는 LMR을 제외한다면) PMR과 SMR로 나뉜다. 두 저장방식은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사용목적에 따라 알맞은 저장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성능(특히 쓰기 성능)과 안정성이 중요하다면 PMR을, 같은 가격에 더 많은 데이터를 백업하고 싶다면 SMR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문제는 PMR을 채택한 HDD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폼 팩터, 같은 가격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PMR 대신 SMR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5인치 폼팩터를 사용하는 휴대용 외장하드의 경우, 점점 소형화, 슬림화되다보니 PMR 방식을 채택한 제품을 찾기가 아주 힘들다.

이 때문에 외장하드를 찾는 사람들 중에서는 PMR 외장하드를 찾으려 용산전자상가와 다나와를 열심히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동영상 편집/저장용 외장하드를 찾는 A씨는 “성능과 안정성 측면에서 SMR 외장하드는 꺼리는 측면이 있다”면서 “저장방식이 PMR인지, SMR인지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제품을 찾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PMR 외장하드, 정말 없을까?

A씨의 사례처럼 요즘에는 이 외장하드가 PMR을 사용했는지, SMR을 사용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PMR 외장하드를 아직 판매하고 있는 외장하드 브랜드가 있다. 재밌는 사실은 이 브랜드가 다름 아닌 PMR을 처음 개발한 도시바라는 점이다.

도시바 외장하드 중 1TB, 2TB, 4TB는 SMR 방식을 사용하지만 3TB는 PMR 방식이다. 도시바 외장하드 중 대표모델인 CANVIO™ Advance와 프리미엄 외장하드 CANVIO™ Premium의 경우 3TB 모델에서 PMR 방식을 사용한다. 신뢰성이 뛰어난 PMR 외장하드를 구매할 길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PMR 방식을 사용한 도시바 외장하드 또한 단종될 일이 멀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시바 외장하드 공식유통사 주영통신 관계자는 “PMR 방식의 3TB 외장하드는 연내 단종(End of Line)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후 외장하드는 모두 SMR 방식만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치며

외장하드를 비롯한 하드디스크의 데이터 기록 방식은 데이터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TDMR, BPMR, HDMR 등의 방식도 데이터 밀도를 높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저장하는 HDD에는 데이터 밀도뿐만 아니라 성능과 안정성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아직 남아 있는 PMR 외장하드가 소중한 이유다. 물론 앞으로 제시될 HDD 데이터 기록 방식도 데이터 밀도와 성능, 안정성을 모두 잡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