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PC·IT 시장 ①] 바이러스, 시장에 큰 상처를 입히다

2020-06-01     이철호 기자

[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누가 알았을까.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가 우한에서 베이징, 서울, 싱가포르를 넘어 로마, 파리, 런던, 뉴욕, 상파울로까지 퍼질 줄은 말이다. 전세계에서 바이러스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 우리나라 역시 6월 1일 기준으로 11,50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271명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했으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19는 단순히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락다운 등의 조치가 취해지는 과정에서 경제가 무너지고 사람들 사이에 불신이 쌓이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기자 역시 이번 코로나19 속에서 주변의 여러 가게들이 문을 닫는 모습을 목격하곤 한다.

아직도 전세계적으로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는 PC·IT 업계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당장 제품을 팔고 싶어도 물건을 만들 길이 없어 곤경에 처한 업체가 있는가 하면, 난데없이 호황을 누리는 분야도 있다. 코로나19가 PC·IT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자.

 

코로나발 공급난에 글로벌 1분기 PC 시장 '휘청'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그동안의 PC 시장은 글로벌적으로 봤을 때 아주 암울한 상황은 아니었다. 윈도우 7 OS 지원 종료와 윈도우 10으로의 교체를 앞두고 비즈니스용 PC를 구매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중국을 넘어 전세계로 퍼지는 대형사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시장조사 및 IT 자문기관 가트너(Gartner)가 지난 4월 14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전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3%나 감소했다. 레노버, HP 등 주요 PC 메이커들이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PC 제조사 TOP6 중 전년 대비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업체는 오직 델뿐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PC를 팔고 싶어도 팔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PC 제조사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락다운 조치로 인해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물류 문제까지 빚어지면서 출하량이 떨어진 것이다.

온라인

 

스마트폰, 카메라 등도 코로나로 큰 충격

IT기기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 역서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매운 맛을 봤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13% 줄어든 2억 9,500만대라고 발표했다. 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3억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4년 1분기 이래 처음이다. 상위 10개 업체 중 스마트폰 판매량이 상승한 업체는 샤오미와 리얼미뿐이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카메라 역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CIPA 기준으로 2020년 3월 디지털 카메라 전체 출하량은 전년 동월 대비 47.8%나 감소했다. 렌즈고정형 카메라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3.3%나 감소했고, 렌즈교환식 카메라도 42.6%나 줄어들었다. ‘똑딱이’로 불리는 콤팩트 카메라에서 DSLR, 미러리스까지 모두가 타격을 입은 것이다.

PEN

 

신제품 홍보할 전시회도 취소·연기

이렇게 시장이 침체된 상황 속에서 혁신적인 신제품을 널리 알릴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신제품, 신기술이 대거 발표되고 국내외 바이어들과의 미팅이 이뤄지는 전시회가 속속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최대의 모바일 전시회인 MWC 2020은 취소되었고, E3 게임쇼, 도쿄 게임쇼를 비롯한 국제 게임쇼도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었다.

남아 있는 전시회도 규모가 대거 축소되거나 제한된 방식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9월달로 연기된 컴퓨텍스 2020의 경우 인텔, AMD, 엔비디아, 기가바이트, MSI 등 주요 PC 관련 기업이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최대의 가전 전시회인 IFA 2020 또한 행사 규모가 대폭 축소되었다.

국내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내 최대 반도체 관련 전시회인 세미콘 코리아 2020이 취소되었고, 매년 5월 개최되던 수도권 최대 게임 전시회인 플레이엑스포 2020도 취소되었다. 2020 한국전자전(KES), 지스타 2020 역시 코로나19 국면이 지속되면 정상적인 개최를 보장하기 어렵다.

아시아

 

국내에선 PC '선방', 스마트폰 '우울'

국내 사정은 어떨까? PC 업계의 경우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도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5월 12일, 한국IDC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국내 PC 출하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 상승했다. 작년 1분기에 전년 대비 성장률이 –6.7%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대단히 선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반면 스마트폰 시장은 역성장이 가속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IDC는 올해 초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1.5%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출하량이 5∼10% 정도 추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출시한 갤럭시 S20 시리즈는 흥행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며, LG전자 역시 2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앞으로가 문제다

종합적으로 보면 1분기 PC·IT 시장은 아주 좋은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구도까지는 아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노트북, 웹캠, 가전기기 등에 대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실업, 소득 감소, 경기 위축이 2분기부터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표한 '2020년 5월 KDI 경기동향'에 따르면, 4월 들어 대외수요 감소로 수출이 급감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위축이 지속될 전망이며, 감염병 우려로 인해 4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에 이어 하락했다.

2분기가 전통적으로 비수기라는 것 역시 업계의 걱정거리다. 안 그래도 PC, IT기기 수요가 떨어지는 시기에 코로나19가 국내에 다시 빠른 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한다면 시장에 심각한 타격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유저의 소비 위축도 문제지만, PC방, 기업을 비롯한 '큰 손'들도 구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발

쿠팡, 마켓컬리를 비롯한 e커머스 업체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재확산되면서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온라인으로 노트북이나 CPU, 로봇청소기 등을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e커머스 업체나 택배업체 등에도 바이러스가 퍼지면 적지 않을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용산 전자상가 일대에도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 A는 "4월까지는 매출적 측면에서 그럭저럭 선방해 왔으나 5월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매출이 다시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이후 조금씩 회복되고는 있으나 작년과 대비해보면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며 업계의 어려움을 전했다.

긴급재난지원금에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보는 업체도 적지 않다.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원까지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 거주지 주변의 컴퓨터상가에서 사용할 수 있고,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면 용산전자상가에서도 쓸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지원금으로 새 컴퓨터나 그래픽카드 등을 장만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