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인체공학 주변기기 탐색 ②편: 팜레스트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
손목 터널 증후군, VDT 증후군 등 손목과 어깨 등에 통증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언급한 증후군들은 흔히 현대인의 질병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이러한 통증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고자 인체 친화적으로 설계된 인체공학 주변기기를 현재 3차례에 걸쳐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첫 시작이었던 '인체공학 키보드'에 이어, 이번에는 키보드 및 마우스와 함께 사용하면 좋은 '팜레스트(손목받침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앱코 TPM1 원목 팜레스트와 제닉스 X-PAM COOL GEL 쿠션 팜레스트를 사용해 본 소감을 나누려 합니다.
[smartPC사랑=최한슬 기자] 손목이 시큰시큰 아프다는 얘기가 종종 들린다. 남 얘기가 아니다. 요즘 현대인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손목이 꺾인 채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고, 쉬는 시간엔 스마트폰으로 손목을 괴롭힌다. 바르지 못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장시간 손에 들고 지탱하는 현대인의 손목은 언제나 예민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병원을 다녀도 잘 낫지 않는다면 무엇보다 매일 쓰는 기기를 바꾸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손목 터널 증후군을 겪는 ‘프로예민손목러’를 위해 지난 호부터 총 3차례에 걸쳐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기기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번 다룬 인체공학 키보드를 시작으로, 이번에는 두 번째 이야기로 팜레스트(손목받침대)를 다루고자 한다. 키보드나 마우스와 함께 사용하면 손목 꺾임을 최소화한다는 팜레스트,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알아보자.
보편적이고 실용적인 인체공학 기기
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할 때 손목과 손바닥을 받쳐 주는 손목받침대는 국내에선 주로 ‘팜레스트(Palm rest)’로 불리며, 영미권에서는 보통 손목을 강조하는 ‘Wrist rest’로 명칭한다. 기존 기기와는 사용 방식이 달라 적응이 필요한 인체공학 키보드나 마우스와 달리, 진입 장벽이 낮고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어 보편적이고 실용적이다.
과거엔 키보드와 팜레스트가 일체형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았다. 일찍이 손목 터널 증후군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개발된 팜레스트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돼 왔다. 최근엔 키보드의 크기와 디자인이 중요해지며 일체형보다는 팜레스트와 키보드가 분리된 경우가 많다.
마우스 팜레스트도 중요하다. 마우스 역시 손목과 손바닥이 바닥에 닿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는 만큼, 손목받침대로 손목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좋다. 마우스패드에 손목 쿠션이 달린 일체형 팜레스트가 주로 이용되며, 최근엔 작은 쿠션 형태로 손목만 받쳐주는 제품도 많다. 아마존 등에서 주로 보이는 해외 브랜드는 인상적인 디자인과 기능성의 마우스 팜레스트도 선보이고 있다.
원목, 가죽, 메모리폼, 아크릴 등 다양해진 소재
최근 키보드 팜레스트의 소재는 과거와 비교해 훨씬 다양해졌다. 원목, 가죽, 실리콘, 메모리폼, 그리고 아크릴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재질의 팜레스트가 출시돼 선택의 폭이 상당히 넓어졌다. 최근엔 투명 아크릴 소재 팜레스트가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팜레스트, 과연 효과 있을까?
소재도 중요하지만, 키보드 팜레스트를 올바르게 사용하려면 먼저 키보드와 잘 맞는 높이와 길이의 제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특히 사용하는 키보드의 높이와 비슷한 높이이며 쿠션감도 적당해야 한다. 키보드보다 팜레스트가 낮으면 손목이 손보다 아래로 처지는 것을 방지할 수 없으며, 지나치게 푹신해도 손목이 곧게 펴지지 않는다. 따라서 팜레스트 구입 시엔 키보드와 높이를 비교한 뒤, 소재를 고르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팜레스트를 사용하지 않았던 기자가 이번 기획을 위해 두 가지 소재의 키보드 팜레스트를 공수해 사용해 봤다. 최근 많이 이용되는 원목 소재와 메모리폼 소재의 팜레스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팜레스트 없인 못 사는 몸이 됐다.
원목의 안정감과 매끈함
앱코 TPM1 어고노믹 월넛 팜레스트
제원
재질: 호두나무 원목
크기: 440x81x20mm
손목받침대하면 보통 쿠션 같이 푹신한 제품을 떠올리던 기자에게 원목 손목받침대는 상당히 낯선 물건이었다. 딱딱한 나무 팜레스트가 어떻게 편안할까 우려했으나, 걱정은 기우였다. 매끄럽게 마감된 나무 소재가 손에 닿는 느낌이 아주 부드럽고 편안하다.
호두나무 원목이 사용된 앱코 TPM1은 차분한 초콜릿색과 자연스러운 나뭇결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호두나무는 습도나 온도에 의한 뒤틀림이 적은 단단한 원목 중 하나로, TPM1 역시 쉽게 변형되지 않아 장기간 사용할 수 있으며, 오일 마감 처리된 표면은 은은한 광택이 난다. 오염이나 스크래치 등의 손상에도 강할 것으로 보인다. 바닥면에는 폴리우레탄 소재의 미끄럼 방지 범폰을 부착해 역동적인 타이핑 중에도 밀림 없이 안정적인 사용감을 제공한다.
TPM1은 약 10°의 경사가 적용돼 손목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오며, 모서리 마감 역시 거친 부분 없이 부드러워 촉감이 우수하다. 사용한 제품은 풀배열(104키) 키보드 맞춤 사이즈이며, 텐키리스 사이즈도 있어 필요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TPM1의 가장 높은 부분의 실측 높이는 17mm로, 함께 사용할 키보드의 높이와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푹신함과 안정감, 그 사이
제닉스 X-PAM COOL GEL 손목받침대
제원
재질: 메모리폼
크기: 454x88x22mm
제닉스 X-PAM COOL GEL(이하 X-PAM)은 푹신하고도 안정적이다. 메모리폼은 쿠션감이 탁월하나 통기성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는데, X-PAM은 메모리폼에 쿨 젤을 더해 쫀득한 쿠션감을 유지하면서도 시원함을 더했다. 푹신함은 적당하고 쿠션이 과하게 꺼지지 않아 탄탄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팜레스트 내부 안쪽에는 푹신한 메모리폼이 사용됐고, 메모리폼을 쿨 젤로 한 번 더 감싼 뒤 외부의 섬유 소재로 덮었다. 외부에는 매끄럽고 부들부들한 나일론 소재가 이용돼 촉감이 우수하며, 나일론 섬유를 뚫고 전달되는 쿨 젤의 시원함으로 장시간 손을 올려놓고 있어도 쾌적하다. 며칠 간 사용해본 바, 쿠션의 변형 가능성도 높지 않으며 손톱으로 긁어도 스크래치도 나지 않았다.
바닥면 전체에 미끄럼 방지 패드가 적용돼 고정력이 좋으며, 손을 아무리 역동적으로 움직여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X-PAM에는 따로 경사가 없으나 쿠션 소재여서 사용에 불편함은 없다. 풀배열 키보드 맞춤 사이즈이며, 실측 높이는 20mm이다.
팜레스트를 사용하면 손목이 얼마나 펴질까?
마치며
지난 번 인체공학 키보드에 이어 이번엔 팜레스트에 대해 알아봤다. 평소 다소 높은 높이의 키보드를 사용하던 기자가 어떻게 지금까지 팜레스트 없이 일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받침대 하나를 들인 것만으로 타이핑하는 움직임이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키보드 팜레스트는 소재에 따라 느낌과 기능이 조금씩 다르니 각자 취향에 맞춰 꼭 하나쯤은 마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