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난 제대로 된 디지털 노트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2011-12-09     firstvm

수첩과 펜을 들고 메모하는 일은 쉽지만 실제 종이와 연필 작업을 디지털로 바꾸는 것은 만만치 않다. 이전 팜 파일럿 등 PDA에서 시도했지만 어딘가 어설펐던 노트 개념이 ‘갤럭시 노트’에 와서야 완성되는 모양새다. 수첩과 펜을 스마트폰과 터치펜으로 둔갑시킨 갤럭시 노트가 영국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11월 말 입국 소식으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갤럭시 노트를 현지에서 미리 공수해 꼼꼼히 살펴보았다.

5인치 폰의 정답은 ‘노트’
태블릿 PC는 7인치, 8.9인치, 10.1인치 등 다양한 크기로 만들어졌지만, 스마트폰은 조금 크다 싶어도 4.3인치 정도를 넘지 않았다. 알게 모르게 ‘폰’은 작고 ‘태블릿’은 크다는 인식이 박힌 셈이다. 이전에 ‘베가 No.5’나 ‘델 스트릭’ 같은 5인치 스마트폰이 나왔지만 ‘폰도 아니고 태블릿도 아닌 것’이라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실제 델 스트릭5를 이용하면서도 태블릿 폰 이름에 한없이 모자란 구성에 난감할 때가 많았다. 델 스트릭은 커다란 5인치 화면에 울리지 않는 아이콘 배열과 가로형 구성 등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에 견줘 갤럭시 노트는 같은 5인치 화면이면서 세로형을 기본으로 한다. 즉 한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는 펜이나 손가락으로 입력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전자유도식 와콤펜 ‘S-펜’을 더해  ‘디지털 노트’를 완성했다. 이제까지 삼성폰은 CPU를 비롯한 제원을 앞세웠지만 아이폰에 비해서 분명한 개성이 부족했다. 하지만 갤럭시 노트는 제품을 쥐는 느낌, 탁월한 필기입력과 충실한 앱이 모여 본인의 이미지를 확실히 갖췄다.
생김새에서 놀라운 것은 두께다. 펜과 2500mAh 배터리를 몸 안에 품고도 두께는 9.6mm에 불과하다. 배터리는 기기 몸집을 줄이기 위해 크기를 최소화한 뒤 빈틈없이 밀착시켰다. 화면 크기 때문에 제품이 너무 크지 않을까하는 걱정하는 사람을 위해 세밀한 예를 들자면 5인치(정확히는 5.3인치) 폰은 양복 안주머니에 딱 들어가는 크기다. 바지 주머니에도 들어는 가지만 앉거나 걷기에는 불편하다. 좋게 말해 전화를 받을 때 ‘얼굴 작아 보이는 효과’를 덤으로 얻는다고 생각하면 될 듯. 


배터리를 제품과 밀착시켜 몸집을 최소화했다. 

하드웨어 제원 뜯어보기
갤럭시 노트는 1.4GHz 듀얼 CPU를 달았다. 이 정도면 다른 기종이나 기존 갤럭시 시리즈에 비해 높은 제원이지만 최고라고 떵떵거릴 정도는 아니다. 실제 스마트폰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통해 측정한 결과도 높은 편이긴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성적은 아니다. 일단 CPU가 1.4GHz로 현재 최고 제원인 1.6GHz에 비해 떨어지고, 운영체제 역시 2.3.1 버전인 진저브레드를 얹었기 때문에 3.2 버전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보다 벤치마크 결과가 더 좋게 나올 수 없는 게 당연하다.
또 해외에서 건너온 것은 국내 모델과 CPU가 다르다. 이번 테스트에 쓴 제품은 영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1.4GHz 엑시노스 네온 프로세서가 달려있다. 국내 출시용은 1.5GHz 스냅드래곤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용이 LTE 전용에 DMB까지 다느라 메인 프로세서 교체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TE폰이라 하더라도 3G망을 일부 이용하므로 3G 무제한 요금제를 쓸 수 있지 않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해외에서 산 제품은 LTE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3G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해외구매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성능 문제가 아니라 요금제 관련 문제라 제조사에 더 이상을 불만을 토로할 수가 없다.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제원만 놓고 따지면 ‘갤럭시 넥서스’가 최고다. 갤럭시 넥서스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의 레퍼런스 폰이니 말이다. 등장 날짜가 비슷해 갤럭시 넥서스와 갤럭시 노트를 저울질할 수도 있지만 두 기기는 확실히 개념이 다르다. 일단 노트 개념을 얼마큼 완벽하게 구성했느냐가 먼저고, 하드웨어 제원이 그를 뒷받침해주냐를 따져야 한다. 갤럭시 노트를 칭찬하는 이유는 최고 제원이 아니라 노트 개성을 살리는 제원을 탄탄히 갖췄기 때문이다.



갤럭시 노트 하드웨어 제원은 최고는 아니지만 제품을 이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펜으로 완성되는 노트
갤럭시 노트에는 들어있는 S펜은 일반적인 정전기 방식 터치펜이 터치만 알아채는 데 비해 선 굵기도 알아챈다. 물론 펜이 없어도 태블릿/폰의 기본기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즉, 그림을 그릴 때 반드시 펜으로 그려야 하는 것도 아니고 터치에 펜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필기입력 역시 손가락으로도 문제없다. 그럼에도 이 펜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연스러운 필기인식이다. 일반적으로 글씨는 펜으로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이 자연스러운 작업을 뒷받침하려면 기기 반응이 빨라야 한다. 펜이 지나간 뒤 조금 늦게 반응하면 사실 필기인식은 써먹기 힘들다. 갤럭시 노트는 이 점에서 일단 합격이다. 졸필이라는 평을 듣는 필자 글씨도 쉽게 알아채는 것은 물론, 애매한 글자를 입력하면 위쪽에 단어를 고를 수 있는 메뉴가 뜬다. 펜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고 화면전환과 로딩에서도 갤럭시 탭보다 속도가 빠르다. 아마 펜 필기 반응이 느려서 외면당할 일은 없을 듯하다.
두 번째는 화면 캡처 재주다. S펜의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화면을 길게 누르면 현재 화면을 이미지로 저장하고, 곧바로 S노트 앱을 실행하면서 이미지 위에 작업할 수 있는 메뉴로 바뀐다. 이 메뉴는 지도에 위치를 표시하거나, 이미지 수정을 요청하는 등에 유용하다. S-펜과 S노트는  갤럭시 노트의 ‘노트’ 개념을 완성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갤럭시 노트가 폰이든 태블릿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가 이 제품으로 폰과 태블릿에서 하던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S-펜은 필기감도 좋고 반응이 빠르다. 

서비스도 신경써줘야
삼성은 다양한 기술로 애플과 맞서고 있다. 아이클라우드나 아이튠즈에 대응하기 위해 S클라우드와 뮤직허브를 내놓았다. 뮤직허브는 국내에서 어떻게 운용될지 아직 알 수 없다. 현재 테스트한 기기에는 ‘삼성 뮤직 허브를 지원하지 않는 국가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떠 아쉽지만 서비스를 써보지 못했다. 마치 국내 법적인 문제로 한국에서는 스마트폰에서 곧바로 유튜브 업로드가 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달까? 기술도 중요하지만 이용자는 이 기기를 통해 서비스를 이용한다. 삼성은 휴대폰 생산업체를 넘어 서비스 업체이기도 하므로 소소한 서비스까지도 잘 잘 처리해주길 바란다.



해외용에서는 쓸 수 없는 뮤직허브.

스마트폰
크기 : 146.85×82.95×9.65mm
네트워크 : 3G, LTE/HSPA+ 21Mbps, 블루투스 3.0, WiFi a/b/g/n 등
화면 : WXGA 5.3 HD 수퍼아몰레드
운영체제 : 안드로이드 2.3.1 (진저브레드)
카메라 : 800만 화소(후면), 200만 화소(전면), 1080p 풀HD 동영상
배터리 : 2500mAh
CPU : 1.4GHz 듀얼코어
메모리 : 16/32GB 내장메모리, 외장 마이크로SD
입력방식 : 손가락 터치, 전자유도식 S-펜
제조사 : 삼성전자 www.samsung.com/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