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나 못 하나 … 기업은행, 하염없이 '반쪽' 이사회
4명 중 1명 퇴임, 1명 임기만료 '제청권' 발목에 후임 추천 감감 수백억 금융사고에 우려감 높아져 잇단 사외이사 교체 타금융지주들과 대비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 내달 금융권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요 금융지주들이 임기 종료를 앞둔 사외이사들을 교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가 연달아 터지며 이사회의 견제와 감시 역할에 대한 책임이 강조되면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의 내부통제 역할 강화를 주문하면서 연임보다는 교체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다. 사외이사 개편 폭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1년째 사외이사 임명에 나서지 않으면서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신한·KB금융·하나·우리·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39명 중 28명(71.8%)이 3월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통산 초임 임기로 2년을 부여받고 이후 1년마다 연임이 가능하다. 최대 임기는 6년으로 KB금융만 예외적으로 5년을 적용하고 있다.
KB금융은 임기종료를 앞둔 사외이사 6명 가운데 2명을 교체한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0일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와 김선엽 이정회계법인 대표를 새롭게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기존 사외이사인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과 오규택 중앙대 교수가 최장 재직기간인 5년을 꽉 채워 임기가 만료된데 따른 후속 인사다. 조화준·여정성·최재홍·김성용 사외이사는 임기 1년의 중임 후보로 추천돼 연임이 예상된다.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5명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이 중 4명을 교체한다. 지난해 친인척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 여파가 컸던 만큼 내부통제와 준법감시에 방점을 찍은 사외이사 추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최장 임기를 채운 이정원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5명이 교체대상에 올랐다.
신한금융은 9명 중 7명의 사외이사가 다음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최장임기를 채운 사외이사는 없어 교체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외이사 순환을 통한 경영진 견제를 위해 2명 정도를 교체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도 사외이사들의 내부통제와 견제 기능을 강조하면서 사외이사 교체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20개 국내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최근의 최고경영자(CEO) 선임과정 논란과 이사회 견제 기능 미흡 사례 등을 볼 때 실제 운영 과정에서의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사회의 역할 강화와 지배구조 선진화를 거듭 강조했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금융지주의 이사회가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해 제대로 기능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사외이사제도가 (내부통제라는)역할 취지에 맞게 이사회를 운영해야 한다 것에 공감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취지에 맞춰 금융지주들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지배구조내부규범을 개정하고 이사회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했다. 기존의 운영위원회를 폐지하고 내부통제위원회를 새로 만들고 과반을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했다.
이런 가운데 수백억대 금융사고까지 발생한 IBK기업은행은 1년째 사외이사 임명을 미루면서 차일피일하고 있다.
기업은행에서는 올해 1월 239억원의 배임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기간은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 2일까지로 서울 강동지역의 기업은행 지점 다수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감원장은 "결국 끼리끼리 문화나 온정주의 문화, 외연 확장주의에서 비롯된 사고"라며 "매우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부통제 문제와 사외이사의 역할론까지 한꺼번에 이슈화되고 있지만 기업은행 이사회는 여전히 2명을 채우지 못한 채 반쪽자리로 운영되고 있다.
중소기업은행법상 기업은행의 사외이사 정족수는 4명이다. 이 중 김정훈 전 사외이사는 지난해 최장임기를 채운 뒤 퇴임했다. 정소민 사외이사는 후임을 구하지 못하면서 불편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상법 386조 1항에 따르면 이사회의 결원으로 이사회 유지가 어려울 경우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 의무를 하도록 하고 있다. 한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다 임기가 만료된 정 이사의 경우 현실적으로 적극적인 의사 개진이 힘든 구조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이사회 운영위원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면 은행장 제청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임명하는 구조이지만 운영위는 아직까지 추가 인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지난해 6월 기준) 일부 사외이사가 공석인 상태로 이뤄진 이사회는 지난 6월 14일 열린 5차 회의까지 포함해 모두 3회로 보고사안을 제외힌 13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 중 운영위원회는 기존 사외이사의 임기 만료 전인 지난해 1월 12일 열린 이후 1년이 넘도록 한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적합한 사외이사를 추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