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캐스트 vs. 소셜 큐레이션

2013-01-17     PC사랑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는 얼마 전 첫 화면의 ‘뉴스캐스트’의 전면 개편안을 내놓았다. 1월 1일부터 선보이는 새로운 뉴스 서비스는 각 언론사의 톱기사 편집을 그대로 노출시켜, 이용자들이 원하는 매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낚시성 제목 때문에 짜증이 났던 사용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김현곤 hyungonkim@daumsoft.com
 
 
 

새로운 뉴스스탠드 서비스 화면, 언론사 사이트 첫 페이지 구성을 그대로 옮겨와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뉴스캐스트는 각 언론사가 원하는 기사를 제공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제목만 보고 기사 링크를 열어보면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성형수술 즐기던 20대 女, 결국…”과 같은 제목들은 개편과 함께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사실상 군소 언론사들은 경쟁력 약화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네이버 첫 화면에 뉴스를 띄우는 뉴스캐스트 회원사들은 트래픽의 60%에서 많게는 95% 이상을 네이버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번 개편으로 언론사 트래픽이 50 ~ 70%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뉴스캐스트와 같은 서비스들이 그동안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미디어 환경 변화와 뉴스 콘텐츠 큐레이션에 대한 이용자들의 요구였다. 웹에서 유통되는 뉴스 콘텐츠가 워낙 폭발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누군가 대신 ‘먼저 읽어야 할’ 뉴스, 또는 ‘재미있는’ 기사를 추천해 주어야 할 필요가 생겼다. 뉴스캐스트가 그 역할을 했고, 이용자들은 쉽게 인터넷 첫 화면에서 분야별 뉴스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향력이 컸던 만큼 이용자들의 불만 또한 늘었다. 자사 뉴스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선정적인 제목을 붙이는 일부 언론사들과 이런 ‘낚시’에 속아 제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기사를 클릭한 유저들의 불편이 계속되어 왔다. 물론 그동안 네이버와 언론사들에 의한 자정 움직임도 없지는 않았으나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런 부작용은 전통적인 방식의 디지털 콘텐츠 큐레이션이 갖고 있는 한계를 보여준 사례다. 온라인 콘텐츠의 큐레이션은 사실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신문이나 잡지, TV 뉴스의 편집은 콘텐츠의 중요도와 가치에 따라 노출 비중과 순서를 정한다. 뉴스캐스트 서비스도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뉴스의 선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과정이 소수의 전문가나 이해관계자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콘텐츠 선별 기준에 대한 합의나 편집자(혹은 큐레이터)의 전문성 및 신뢰도가 어느 정도 담보되지 않으면 뉴스캐스트에서처럼 낚시성 제목들이 난무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콘텐츠 선별과 평가, 제대로 이뤄져야 
이에 비해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소셜 큐레이션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하고 있는 수많은 이용자들이 뉴스를 탐색, 공유한다. 이렇게 공유한 뉴스 콘텐츠를 친구(혹은 구독자)들이 평가하거나 재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콘텐츠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즉, 수많은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콘텐츠의 선별과 평가가 이루어지는 큐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SNS 상에서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나와 비슷한 취향이나 관심사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소수의 전문가 그룹에 의해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뉴스와는 다른 관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실제로 트위터 등 SNS 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뉴스는 기존 뉴스캐스트의 기사들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2012년 12월 10일 14시 기준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톱 뉴스로 배치된 기사들과 한국의 트위터 유저들에게 가장 많이 언급된 기사들을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시점의 뉴스캐스트를 통해 제공되는 톱뉴스와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 트윗몹을 통해 검색한 트위터 인기 뉴스 비교
 
 
이런 차이는 소수의 전문가 집단에 의해 이루어지던 기존의 디지털 콘텐츠 큐레이션 과정이 다수의 SNS 유저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소셜 콘텐츠 큐레이션 과정과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익명의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골라 유통시키는 취약점에 대해 지적하면서 "큐레이터 역할은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중간에서 이를 전문적으로 중재해줄 수 있는 전문 편집자 또는 신문 발행인 등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대로된 온라인 콘텐츠 환경을 구축하자
그러나 뉴스캐스트의 선정적인 기사 제목으로 인한 문제 등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그렇게 큰 걱정은 아닐 듯하다. 오히려 위키피디아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집단지성을 통한 콘텐츠 편집과 지식 공유 과정이 더 풍성한 지식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유리한 구조이며, 자발적인 자정 작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위키피디아는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콘텐츠의 신뢰도와 가치를 높인 집단지성 사례다.
 
 
소수의 전문가에 의한 큐레이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비단 뉴스 콘텐츠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나, 특정 주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정보를 얻는 블로그 리뷰나 쇼핑몰 후기 등에서도 콘텐츠의 신뢰도와 질적 저하가 종종 눈에 띈다. 특히 전문 리뷰어, 파워블로거들이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로부터 금품을 제공 받고 엉터리 리뷰를 작성하거나,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키워드를 제목으로 삼아 광고성 글들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보도되기도 한다.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상업적 콘텐츠에 대한 제재에 나서는가 하면 광고성 블로그를 걸러내는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소셜 큐레이션이야말로 사용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대안에 가깝다.
유저들이 선별하고, 자신과 취향 및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에 의해 평가된 뉴스, 또는 콘텐츠를 골라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셜 큐레이션은 더 나은 온라인 콘텐츠 유통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물론 트위터나 SNS 사용자들이 무조건 신뢰 가능한 평가 기준을 갖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참여할수록 콘텐츠 선별, 평가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진정성을 갖춘 좋은 콘텐츠가 제대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