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배경으로 한 문명? '시드 마이어의 스타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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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배경으로 한 문명? '시드 마이어의 스타쉽'
  • 석주원 기자
  • 승인 2015.05.28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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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게임마다 타이틀에 자신의 이름을 내거는 걸로도 유명한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 시드 마이어가 ‘문명: 비욘드 어스’ 이후에 또 하나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선보였다. 제목부터 ‘스타쉽’인 이 게임은 우주를 배경으로 행성과 행성을 오가며 세력을 넓혀 나가는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바로 전에 출시된 ‘문명: 비욘드 어스’가 기대보다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혹평을 받은 바 있기 때문에 기대 반 불안감 반의 심정으로 바라보는 게이머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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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사: Firaxis Games

● 유통사: 2K Games

● 기종: PC(윈도우), OS X(맥), iOS

● 장르: 전략 시뮬레이션

● 발매일: 2015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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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비욘드 어스’의 재활용

‘시드 마이어의 스타쉽(이하 스타쉽)’은 올 3월에 출시된 신작 게임이지만, 시드 마이어의 전작인 ‘문명: 비욘드 어스(이하 비욘드 어스)’를 플레이 한 게이머라면 익숙한 요소들이 다수 등장한다.

먼저 게임을 시작할 때 선택하는 지도자의 얼굴과 이름을 그대로 갖다 썼다. 비욘드 어스와 마찬가지로 어떤 지도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주어지는 보너스가 달라지며, 게임의 시스템이 달라진 만큼 보너스 종류도 그에 맞춰 바뀌었다. 또, 비욘드 어스에서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친화력도 등장하는데, 이 역시 처음 선택 시 보너스가 추가되는 형태로 활용된다.

이외에도 게임에 사용되는 자원의 종류와 아이콘 이미지도 이전 작들의 것을 그대로 재활용하고 있다. 게임의 리소스를 재활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있겠지만, 스타쉽의 세계관이 비욘드 어스와 공유되고 있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14.99달러의 가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비욘드 어스를 플레이한 게이머라면 친숙할 얼굴들이 다시 등장한다.

 

이번엔 ‘정말’ 우주다!

비욘드 어스가 처음 공개됐을 당시에만 하더라도 ‘문명5’의 우주 버전이자, ‘알파 센타우리’의 사실상 후속작으로 많은 기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막상 출시된 비욘드 어스는 게임의 완성도 뿐 아니라, ‘우주’라는 세계관을 표현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작은 스타쉽이라는 제목처럼 정말로 우주선이 중심이 되는 우주 배경의 전략 게임으로 제작됐다. 이번 작에서 행성은 하나의 거점 정도로만 사용되고, 직접 행성 안으로 들어가거나 할 수는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쉬울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그 대신 우주 공간에서의 전략과 함대를 운용하는 전투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임이다. 

 

다양한 우주 공간의 표현도 볼만하다.

 

전략 파트

문명과 달리 스타쉽은 거점을 발전시키고 함대를 강화하는 월드맵과 전투를 진행하는 전술맵이 별도로 나뉘어 있다. 월드맵에서는 보유한 행성의 성장과 기술의 연구, 그리고 함선을 강화할 수 있으며, 행성에서는 도시 건설과 시설물 건축 및 개량, 그리고 불가사의 건설을 진행할 수 있다.

건설과 건축은 문명 시리즈와 달리 일정 턴을 소비하는 방식 대신, 턴마다 모아 둔 자원으로 바로 완성시키는 형태다. 불가사의 건설 역시 마찬가지이며, 행성에 따라 각각 건설 가능한 불가사의가 정해져 있다. 도시를 건설하면 인구가 늘어나고 턴마다 얻을 수 있는 자원의 양도 증가한다.

인구의 증가는 승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중요한 요소다. 행성의 시설물들은 주로 내정을 탄탄히 하는데 필요하고, 연구에서는 우주선의 기능을 강화해 전투를 유리하게 풀어나갈 수 있게 해준다.

 

맵만 보면 우주판 문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전술 파트

전술맵에서는 플레이어가 보유한 우주선과 적의 우주선이 등장해 전투를 벌이며, 적의 우주선을 모두 격파하거나 특정한 승리 조건을 만족시키면 전투에서 승리하게 된다. 전투는 문명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턴제를 기반으로 진행되며, 기본적으로 각 함선마다 이동과 행동을 한 번씩 수행할 수 있다.

이동 범위는 함선의 개조 단계와 연구 수준에 따라 달라지며, 행동 후 이동도 가능하다. 행동은 적 함선을 공격하거나 전투기의 출격, 스텔스 모드 발동과 탐색 등 다양한 명령이 있지만, 어떤 명령이든 한 가지만 수행할 수 있다. 전투에서는 함선의 방향과 지형을 활용한 은폐ㆍ엄폐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맵 곳곳에 무작위로 생성되는 소행성과 워프존을 잘 활용해야 한다.

전투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은 편이고, 전투 돌입 전 브리핑 화면에서 적의 전력 및 승리 확률을 알려주기 때문에 승리하기 어려워 보이면 그냥 후퇴해도 된다. 승리 확률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전투 없이 자동으로 승리하기도 하며, 또 중립 지역이 아닐 경우 상대 지도자와 협상을 통해 전투없이 이득을 볼 수도 있다.

 

전투 돌입 전에 전투의 목표와 맵의 조건이 표시된다.

 

전투 맵에서 함선을 선택하면 이동 가능한 범위가 표시된다.

 

단조로운 게임성

스타쉽을 간단히 정의하면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턴 기반 전략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상당히 라이트한 게임이라는 점이다. 전략 파트에서 함대를 강화해 전술 파트에서 승리를 거두고, 이 작업을 계속 반복해 승리를 얻는 것이 게임의 최종 목표이며 그게 전부다. 일단, 전략 파트가 매우 간소화 돼 있다.

문명 시리즈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어지간한 웹게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외교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게임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며, 번역의 질이 썩 좋지 않아서 대체 무슨 의도인지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그냥 무시하고 전부 점령해 버리는 것이 속편하다. 전투 역시 마찬가지로 변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함선이 강해진 중반부터는 매우 쉽고 간단히, 그리고 지루한 전투를 반복해야 한다.

물론, 전투에 영향을 주는 ‘전투 카드’라는 부가 요소도 있고, NPC 함선의 보호나 일정 턴을 버티는 등의 독특한 미션도 주어지지만, 난이도 자체가 어렵지 않다 보니 별 의미는 없다. 그나마 멀티플레이조차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게이머들과의 전략 대결도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흥미로운 시나리오가 준비돼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깊게 파고들 여지가 거의 없다.

 

그나마 함선이 파괴될 때는 클로즈업해서 폭파 연출을 보여준다.

 

융통성 없는 함대운용

스타쉽에서는 모든 이벤트가 함대를 통해 발생한다. 함대가 특정 행성에 도달해야 새로운 행성을 점령할 수 있고, 전투 역시 함대가 머문 지역에서만 발생한다. 그런데 함대를 나눌 수 없이 하나로만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불편함이 발생한다. 작은 맵에서야 별 상관없지만, 큰 맵에서 함대 하나로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며 모든 것을 처리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비효율적이다.

이는 게임을 더욱 단조롭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함선의 종류가 딱히 구분돼 있지 않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각 세력별로 한 종류의 우주선과 전투기만이 등장하며, 우주선의 업그레이드에 따라 초계기, 순양함, 구축함, 전함 순으로 종류가 바뀌어가는 방식이다. 그나마 업그레이드에 따라 우주선의 외형이 바뀌는 것은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처음에는 볼품없던 우주선(첫 번째 사진)이지만, 개조를 거듭하면 나름대로 멋있어진다.

 

플랫폼 선택의 실패?

스타쉽은 윈도우 기반 PC뿐 아니라 맥OS, 그리고 모바일 플랫폼인 iOS로도 출시됐다. 즉, 이 게임은 굳이 PC가 아니더라도 모바일로 충분히 구현 가능한 게임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실제로 게임의 완성도나 깊이 면에서도 기존의 PC용 전략게임들과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이 눈에 띈다.

오히려 PC 플랫폼은 포기하고 모바일 전용으로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모바일에서도 게임의 특성상 스마트폰으로는 조금 불편하고, 아이패드에서는 최적의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처음 기대에비하면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게임이었다.

다만, 비욘드 어스처럼 총체적인 난국이라기보다는 게임의 깊이가 너무 얕았던 것이 문제였다. 만약 후속작이 나온다면, 이런 부분들을 보강해 조금 더 코어하게 나온다면 기대해 볼만할 것이다. 끝으로 완성도에 비해 14.99달러는 다소 비싸게 책정된 가격이라고 생각된다.

 

승리의 조건은 적을 모두 격파하거나 일정한 인구수를 확보하는 것, 그리고 불가사의를 일정수 이상 건설하는 것 등이 있다. 게임이 끝나면 그래프로 각 지도자의 세력도 변화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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