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이동통신 시장…제4 이동통신 또 실패, 신규 주파수 싸움
상태바
바람 잘 날 없는 이동통신 시장…제4 이동통신 또 실패, 신규 주파수 싸움
  • 임병선 기자
  • 승인 2016.03.30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4 이동통신(이하 제4 이통)이 또다시 탄생하지 못했다. 제4 이통 심사는 지난 2010년 6월 한국모바일인터넷(KMI)가 처음 도전한 후 어느덧 7번째 심사까지 진행됐다.

심사 초기에는 와이브로 활성화라는 정책적 목표로 와이브로 사업자를 뽑는 것이었지만, 와이브로 사업이 사실상 사장되면서 LTE-TDD 방식의 사업자를 뽑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번 일곱 번째 심사에서는 역대 최대인 3개 컨소시엄이 제4 이통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재정과 기술적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또 고배를 마셨다.

이와 함께 기존 이통 3사의 신규 주파수 싸움도 가시화됐다. 오는 4월 경매에 나올 주파수 대역을 이통 3사 중 어느 쪽이 가져가느냐에 따라 당장 4G LTE 속도 대결은 물론 추후 5G 사업에도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주파수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이통 3사의 눈치 싸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제4 이통의 첫 도전

제4 이통의 출범은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고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 추진한 것이다. 제4 이통이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기존 이통 3사의 통신망을 빌려 서비스하는 알뜰폰(MVNO)과 달리 전국에 통신망을 직접 깔고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교적 적은 자본금으로 도전할 수 있는 알뜰폰과 달리 초기 준비 자금이 많아야 한다. 그동안 수많은 컨소시엄이 제4 이통에 도전했다 벽을 넘지 못하고 포기했다. 가장 높은 벽은 재정과 기술적 요구사항인데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컨소시엄의 초기자본금도 4000억 원 정도에서 1조 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제4 이통에 처음으로 도전한 것은 2010년 6월 전 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 국장 출신인 공종렬 대표의 KMI이었다. KMI는 제4 이통에 1차부터 6차 심사까지 도전한 곳으로 제4 이통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다.

KMI는 와이브로 서비스 허가신청서를 접수하면서 제4 이통 진입에 의지를 불태웠지만, 중소기업 연합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했다. 특히 제4 이통이라는 사업 전체를 책임질 수 있는 1대 주주가 없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KMI는 5개월 후인 같은 해 11월, 제4 이통에 재도전했다. 초기 자본금도 처음엔 4,600억 원에서 이후 5,400억 원까지 늘렸지만, 재정이나 기술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돼 또 실패했다.

 

KMI와 IST 양강 구도

3차부터 5차 심사까지는 KMI 단독이 아닌 KMI와 IST(인터넷스페이스타임)의 2파전으로 이뤄졌다.

IST가 생겨난 과정도 아이러니하다. KMI는 2차 도전 실패 후 다음 해인 2011년에도 여전히 제4 이통 도전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양승택 전 정통부 장관을 회장으로 영입했다.

하지만 양 장관은 KMI와 등을 돌렸고 이후 IST를 설립해 독자적으로 제4 이통 도전에 나섰다.

3번째 심사에서는 KMI와 IST간 대결이 치러졌다. IST는 중기중앙회, 현대그룹 등을 주요 주주로 참석시키면서 과거 KMI가 지적받은 재정적인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하지만 심사 당일 현대가 투자를 철회했고, KMI도 실체를 알 수 없는 외국자본을 끌어들인 탓에 제4 이통 심사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2012년, KMI와 IST은 4번째 심사에 도전장을 냈다. 이번에도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MI는 러시아 자본을, IST는 중소기업 자본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총점 평균 70점을 넘지 못해 탈락했으며, 이때부터 제4 이통 심사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제4 이통 심사는 매년 진행됐으며, 이에 대한 약 7천만 원이라는 예산 비용과 행정력 낭비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여기에 정말 제4 이통을 개설할 생각이 있는 건지도 의문이었다.

2013년에도 KMI와 IST의 도전은 이어졌지만, 중도 탈락으로 끝났다. KMI는 주파수 할당 신청을 하지 못했으며, IST는 준비 중 주주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포기했다.

 

제4 이통 출범, 가능?

KMI는 2014년에도 제4 이통에 대한 도전을 이어갔다. 이때부터 제4 이통은 와이브로 방식만이 아닌 같은 시분할 이동통신 기술인 LTE-TDD 방식으로도 도전이 가능했다. 이전부터 KMI나 IST는 시대에 뒤떨어진 와이브로보다 LTE-TDD도 주파수 사용이 가능하도록 바꿔 달라고 요청한 것이 이제야 반영된 것이다.

기술 방식도 변경된 덕분에 이제야 제4 이통이 출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에도 불발됐다. LTE-TDD 방식으로 유일하게 단독으로 도전한 KMI는 기술적 능력에서 70점을 넘겼지만, 재정적 능력에서 53.2점에 그치며 또다시 실패했다.

최근 있었던 7번째 심사는 정부에서 할당공고를 한 후 사업신청이 가능해졌다. 이미 공고를 하는 만큼 지원 계획이나 조건 등이 상세히 제시됐다. 최종 경합까지 간 곳은 세종모바일, K모바일, 퀀텀모바일 등 3곳이었지만, 이번에도 제4 이통은 탄생하지 못했다.

▲ 수많은 업체가 제4 이통에 도전했지만 계속 실패했다.

KMI는 또다시 주파수 할당 대가 때문에 좌절했으며, IST도 분주하게 준비에 나섰지만 심사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 밖에도 우리텔레콤, 자유총연맹, 코리아모바일그룹(KMG), 코리아텔넷 등 다양한 곳이 도전했지만, 중도 포기하거나 주주확보 실패로 심사까지 가지 못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상반기내 8번째 제4 이통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계획을 세워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4 이통 출범보다 심사에 대한 행정력 낭비를 막고, 알뜰폰에 집중하는 것이 기계통신비 절감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4월 ‘주파수 전쟁’

제4 이통 사업자 선정이 또다시 불발로 끝나자 이제 통신업계는 오는 4월 있을 주파수 경매에 주목하고 있다. 이동통신 주파수에도 ‘다다익선’이 진리다. 즉, 빠른 이동통신 기술을 위해 주파수는 많을수록 좋으므로 이통 3사 모두 여분의 주파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4월 경매에 나올 주파수 대역은 ‘700MHz 주파수, 40MHz 대역폭’과 ‘1.8GHz 주파수, 20MHz 대역폭’, ‘2.1GHz 주파수, 20MHz 대역폭’, ‘2.6GHz 주파수, 60MHz’ 중에서 5블록이 선택될 예정이다.

여기서 1.8GHz 주파수 20MHz 대역폭은 SK텔레콤이 보유 중인 것을 회수할 예정이며, 2.6GHz 주파수 대역은 제4 이통 사업자에게 할당될 것이었지만, 선정 불발로 주파수 경매 매물에 합류했다.

경매로 나올 주파수 대역과 동일한 이통3사의 주파수는 1.8GHz와 2.1GHz로, 해당 주파수의 경매가 가장 치열한 접전이 될 것이다.

1.8GHz 주파수 대역은 SK텔레콤과 KT가 35MHz 대역폭을 보유하고 있으며, LTE로 서비스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MHz 대역폭을 보유 중이지만, 2G 서비스로 사용하고 있다.

2.1GHz 주파수 대역은 SK텔레콤이 60MHz(LTE 40MHz, 3G 20MHz), KT가 40MHz(LTE 20MHz, 3G 20MHz), LG유플러스가 20MHz(LTE 20MHz)를 보유 중이다.

LTE는 같은 주파수 대역을 연결하면 별도 시설 투자 없이 LTE 속도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1.8GHz와 2.1GHz 주파수 경매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700MHz와 2.6GHz 주파수 대역도 당장은 중요하지 않지만, 전략상 중요한 주파수다.

SK텔레콤은 이미 1.8GHz 대역폭에 8,500억 원 정도 장비를 투자했기 때문에 반납할 주파수 수성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다. LG유플러스는 1.8GHz 대역폭 경매에 SK텔레콤이 최대한 돈을 쓰도록 하면서 적정한 가격이면 낙찰해 1.8GHz 주파수에서도 광대역 서비스를 서비스하려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2.6GHz로 광대역 LTE를 서비스 중인데 추가 주파수를 확보하면 별다른 투자 없이 LTE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이에 SK텔레콤과 KT는 2.6GHz에는 LG유플러스의 입찰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만약 SK텔레콤이나 KT가 2.6GHz를 낙찰받으면 투자는 처음부터 해야 하지만, 주파수 4개 대역을 묶어 1Gbps이상 속도를 내는 4밴드 CA(4band Carrier Aggregation)를 서비스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 이번 경매에 나올 예정인 주파수 블록.

 

주파수 금액 신경전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2.1GHz 대역 중 100MHz(SK텔레콤 50MHz, KT 50MHz)폭은 재할당하고, SK텔레콤이 반납하는 20MHz폭만 경매에 부칠 계획이다. 이 때문에 SK텔레콤과 KT는 2.1GHz 대역에서 각각 40MHz폭의 광대역을 확보했지만, LG유플러스는 광대역 확보를 위해 경매에 나온 20MHz을 무조건 할당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경매 대가가 재할당 대가보다 크면 재할당 대가 역시 전파법에 따라 경매 대가와 동일하게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SK텔레콤과 KT의 주파수 재할당 대가가 낮을 경우, 미래부의 불공정 경쟁에 대한 이슈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700MHz 대역에 대해서도 이통 3사 간 치열한 경쟁이 될 것이다. 700MHz는 주파수 효율성이 높아 적은 투자 비용으로도 멀리 전송되는 높은 효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2.1GHz, 2.6GHz 대역과 함께 주로 사용되는 LTE 주파수 대역이기 때문에 향후 글로벌 로밍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주파수 경매 금액도 화제에 오르고 있다. 매번 주파수 경매 때마다 수천억 원에서 1조 원을 넘는 금액이 오고 가기 때문이다. 700MHz(40MHz) 주파수 대역은 과거 800MHz 주파수의 최저경쟁가가 1MHz폭 당 261억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조4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1.8GHz(20MHz)와 2.1GHz(20MHz)는 4,455억 원, 2.6GHz(40MHz)는 4,788억 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 더 빠른 속도인 5G 도입을 위해 주파수 경매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