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하고 3개월이 지났다. 첫 한 달여는 여기저기 다니며 적응한다고 배터리 소모가 무척 빨랐는데, 지금은 기자가 다니는 곳이 ‘참 뻔하다’고 생각했는지 Wi-Fi 신호도 눈치껏 잘 잡아주며 배터리 관리도 잘 하는 편이다. 간혹 배터리 충전을 잊고 취재길에 나섰을 때, 배터리 잔여 20% 경고가 뜨면 긴장되기 시작한다. 사무실에 돌아갈 때까지 배터리가 견딜 수 있을까? 사진 촬영하다가 꺼지면 어떡하지? 아직 도착하려면 1시간이나 남았는데?
배터리 100% 상황에서 어떤 동작에 얼마나 버티는지 체크하면 대강의 배터리 소모량을 알 수 있다. 10% 남았다고 해서 음악도 듣지 못하고 안절부절 붙들고만 있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앱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거짓말하지 마!
처음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으레 배터리 관련 내용이 이슈가 된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공식 스펙에서의 지속시간과 함께 배터리의 용량도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애플의 아이폰은 지금까지 배터리의 용량을 공식 공개한 적이 없다. 본 기사는 현재 기자가 사용 중인 아이폰6S+ 64GB 모델을 기준으로 작성했는데, 공식 스펙으로는 HD 동영상 재생 14시간, 오디오 재생 80시간 등이 표기돼 있다. 배터리 용량은 2,750mAh로 확인됐다.
하지만 신제품의 보급과 거의 같은 시기에 나오는 이야기는 속칭 ‘배터리 광탈’ 현상이다. 배터리가 너무 빨리 소모된다, 배터리 용량이 너무 적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신제품 출시 이후 두어 달이 지나면 배터리 관련 내용은 시나브로 헤드라인에서 자취를 감춘다. 그래도 일부 사용자들의 불만은 항상 있기 마련이고, 아이폰도 마찬가지다. 특히 공식 스펙에서의 재생 시간은, 무슨 조건에서 테스트를 해서 나온 시간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당장 동영상 재생만 해도 실제 테스트한 결과는 14시간의 절반도 채 안 된다.
그러니 자신의 사용 환경에서 배터리를 얼마나 소모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난감한 상황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영상, 음악, 게임 등 3개 환경을 조건으로 100%부터 1%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측정해 각각의 시간당 배터리 소모량을 알아봤다.
▲ 아이폰 6S 플러스의 공식 홈페이지 스펙에선 HD 동영상 재생 시간이 최대 14시간이라고 돼 있다. 하단에 ‘상황에 따라 결과는 다를 수 있다’고 했지만, 화면 밝기, 음량 최저에 720p 화질의 영상을 공식 앱에서 재생했을 때의 결과라면 의미가 없는 수치로, 법적인 논란을 피하기 위한 면피일 뿐이다.
테스트 조건
기자의 아이폰은 구입 후 약 3개월 정도 사용한 상태다. 각 테스트는 배터리를 100% 채운 뒤, 앱을 지속 사용하며 남은 용량과 사용 시간을 측정했다. 화면 밝기는 약 80%로 평소 사용하는 대로 설정했고, 음량의 경우 약 75% 정도로 고정했다. 자체 스피커가 아니라 평소 사용하는 이어폰을 꽂아 테스트했으므로 배터리 소모에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주기적으로 충전 100% 상태에서 전원이 꺼질 때까지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 배터리 일체형 스마트폰의 경우 화면 상단에 표시되는 잔량과 실제 잔량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완전히 꺼질 때까지 사용한 뒤 다시 충전하면 이 오차가 0이 돼 정확한 잔량을 알 수 있다. 간혹 배터리가 5% 정도 남았는데도 그냥 꺼지는 등 비슷한 현상이 있다면 위 방법을 써보길 바란다. 혹시 스마트폰이나 배터리의 사용 기간이 2년이 넘었다면, 다른 묘수 없이 새 배터리로 교체하는 걸 추천한다. 2년이면 오래 쓴 거다.
음악: 지니 뮤직
보통은 가지고 있는 CD를 파일로 추출해 듣고 있지만, 요즘은 신곡에도 좀 관심이 생겨 간편하게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가입했다. 게다가 얼마 전 비틀즈의 디지털 음원 제한이 풀리며 비틀즈 곡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장점이 생긴 것도 가입 이유다. 기존에 한두 번 이용했던 서비스 중, 그나마 원하는 음원을 가장 많이 제공하는 지니 뮤직을 사용했다. 팁이 있다면, 보통 신규 가입자에 1개월 무료 이용권을 주는 앱이 많으니, 굳이 하나만 이용할 필요 없이 다양한 서비스를 돌아가며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테스트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웹서핑을 배제한 이유는, 음악에 웹서핑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중요한 메일이나 업무를 수행하는 게 아닌 이상, 웹서핑을 할 때는 으레 스트리밍이나 자체 앱으로 음악을 듣기 마련이다. 평소의 사용 환경에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음악 재생 시간의 절반은 웹서핑을 함께 진행했다. 50% 이하로 떨어졌을 때, 마침 잘 시간이 다 돼서 음악을 그대로 재생해둔 채 다음날 아침이 될 때까지 놔뒀다. 스트리밍에는 Wi-Fi를 끈 채 LTE로만 테스트했다.
▲ 웹서핑을 하며 동영상이나 사진을 많이 봤더니 배터리 소모가 빨랐다. 오후 1시에 시작한 테스트는 6시간가량 지났을 때 50% 이하로 떨어졌다. 생각보다 웹서핑에 배터리 소모가 많았던 것 같았다. 웹브라우저로 나무위키만 볼 것이 아니라면 단순 웹서핑도 지속적으로 사용했을 때 배터리를 시간당 10% 가까이 소모된다고 봐야 한다.
▲ 화면을 끄지 않고 음악을 계속 틀어두니, 테스트 시작 12시간 정도가 경과된 뒤 25%로 떨어졌다. 이는 음악 재생보다는 화면을 켜둔 탓이 크다. 이유는 화면을 끈 뒤 다음날 오전에 출근할 때까지 재생을 계속했을 때, 배터리 잔량이 10%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음악 재생과 웹서핑을 함께 하면 시간당 약 7~8% 정도 소모하고, 음악 재생만 할 때의 배터리 소모는 시간당 2%가 채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영상: nPlayer
태블릿PC를 사용할 때는 동영상 플레이어를 무척 요긴하게 사용했다. 미드나 드라마를 시즌 단위로 넣어놓고 보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지나간 예능을 받아 볼 때도 사용했다. 지금은 태블릿PC를 쓰지 않고 있고, 스마트폰의 화면이 커지긴 했어도 9.7인치로 볼 때와는 차이가 커서 잘 사용하진 않는다. 보고 싶은 영상은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걸그룹이나 댄스팀의 고화질 직캠 영상을 볼 때 이용하는 편이다. 요즘은 720P 수준의 음악방송보다 오히려 직캠 영상의 FHD 퀄리티가 더 좋다.(이렇게 좋은 영상들이 지천에 널렸는데도 화질 개선에 대한 ‘노오력’을 하지 않는 방송사들은 반성 좀 해야 한다) 테스트에도 FHD 화질의 파일들을 사용했다.
▲ 부디 사진 위의 배터리 잔량만 봐주시기 바란다. 물론 테스트에 간접 참여해 주신 걸그룹 스텔라 여러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긴 하다. 배터리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때, 재생 시간은 4시간을 통과하고 있었다. mp4 인코딩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아무래도 자체 앱보다는 전력 소모량이 큰 듯하다.
▲ 하마터면 이 캡처를 하지 못 할 뻔했다. 오후 10시 정도에 다른 일을 하던 도중 ‘아 맞다 테스트’ 하고 가방에 켜둔 채 넣었던 아이폰을 꺼냈다. 배터리 잔량이 1%로 떨어져 있는 걸 보고 급히 캡처를 했고, 캡처한 뒤 1분여 만에 전원이 꺼졌다. 충전 케이블을 연결해 다시 켠 뒤 사진을 확인해 보니 오후 10시 10분이었다. 오후 1시 정각에 테스트를 시작해 10시를 조금 넘겨 100% 모두를 소진했으니, 동영상 재생에 시간당 11% 정도를 소모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게임: 아이러브커피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게임들이 줄지어 출시되는데, 솔직히 기자는 모바일 게임에 대한 인식이 ‘캐주얼’ 이상을 벗어나기 어렵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노트북보다는 못하고, 당연히 데스크톱과는 넘을 수 없는 성능의 차이가 있다. 그러니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 해도 그 한계가 명확해서 PC 게임처럼 깊게 빠져드는 건 어렵다. 게임이 좀(혹은 많이) 구식이긴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지 않는 기자는 여태 이 게임을 가끔 즐기고 있다. 다른 게임들처럼 수시로 조작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원두 볶고 사이드메뉴 만들고 커피 팔아 돈을 벌어다 준다. 수행해야 하는 퀘스트들이 많이 있지만, 단지 레벨업만을 목적으로 진행한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커피단일메뉴만 파는 등 막장 운영을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게임 내 화면에 시간이 나오지 않아 다른 화면을 캡처하는 것이 무의미해 시간만 체크했다. 테스트를 시작한 뒤 20% 소모에 약 50분, 절반 소모에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3D 게임이라면 소모량이 더 많으니, 게임 1시간이면 적어도 25% 이상 소모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음악을 들으며 게임을 즐기는 걸 4시간 이상은 못 한다는 뜻이다. 보조배터리를 챙기지 않았다면, 버스나 지하철에서 게임을 즐기는 건 1시간 정도로 만족하자.
▲역시 클라이언트 자체가 오래됐어도 게임은 게임이다. 오후 3시를 약간 넘겨 테스트를 시작했는데, 채 1시간도 지나기 전에 배터리가 80% 이하로 떨어졌다. 게임 내에서 다른 액션을 많이 하진 않았고, 다 팔린 커피나 원두를 채우는 정도만 했다. 싱글 클라이언트가 아니라 네트워크 게임의 특성상 꾸준히 서버와 정보를 주고받는 것도 배터리 소모가 빠른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