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던 박스로 만든 나만의 영화관을 기억하는가. 사람의 머리가 들어갈 정도의 박스에 적당한 크기로 직사각형 구멍을 뚫고 그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두면 마치 영화관처럼 어두운 상태에서 편안히 누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식,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영화 속 장면이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과학이 발달한 21세기가 아니던가. 박스는 잠시 넣어두고, 스마트한 영화 관람을 도와주는 IT 기기들로 추운 겨울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서 스마트폰 영화관을 만들어 보자.
화면을 키워라
영화는 자고로 대형 스크린으로 크게 봐야 제 맛인 법, 집에서도 영화관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우선 스마트폰의 그 작은 화면부터 해결해야 한다.
‘스마트폰 확대경’ 혹은 ‘확대 스크린’이라고 해서 커다란 평면 돋보기를 이용해 화면을 키우는 제품이 오천 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태블릿 PC 정도밖에 확대되지 않아 아쉽기만 하다.
화면을 한쪽 벽 가득히 채우기 위해선 미니빔만한 것이 없다. 빔프로젝트는 대형 화면을 띄워야 하는 학교, 회사, 극장 등에서 주로 사용하지만 최근에는 가정, 휴대용 미니 빔프로젝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캠핑용 추천 상품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제품이기도 하다.
그럼, 스마트폰을 위한 미니빔으로 어떤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을까? 미니빔은 확장성을 위해 HDMI나 컴포넌트 등 다양한 단자를 지원하기 때문에 무리 없이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를 추가로 지원한다면 더 쉽고 간편하게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다. 블루투스 기능은 단순히 블루투스 스피커&이어폰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으니 이 부분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 오디오 단자로 주위 방해 없이 혼자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미니빔을 실행시키기 전에 챙겨야 할 준비물 중 하나가 프로젝트 스크린이다. 실내에 깨끗한 벽면이 있다면 굳이 필요하지 않지만 대화면을 띄울만한 넓은 벽면이 없거나, 있어도 벽지에 무늬가 있다면 무늬가 영상과 함께 그대로 노출돼 깨끗한 화면을 볼 수 없다.
프로젝트 스크린의 가격은 다양하나 저렴한 것의 경우 5만 원 이하로 구매할 수 있으니 자주 오래 사용할 계획이라면 하나 장만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써보자, LTE빔
이번에 직접 사용할 제품은 LG 유플러스에서 판매한 ‘LTE빔 SPRO2+’(이하 LTE빔)다.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는 블루투스나 와이파이를 지원하지 않지만 LTE빔은 제품 자체에 안드로이드를 품은 독특한 제품이다.
다른 미니빔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단에 탑재된 5인치 LCD다. 이름에도 들어 있듯 LTE 사용이 가능하며 와이파이도 잡을 수 있어 인터넷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받은 앱을 LCD를 통해 실행시킬 수 있다. 전화와 문자가 안되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스마트폰이라고 볼 수 있다.
USB 3.0 1개, HDMI 1개, 스테레오 이어폰 단자 1개, 마이크로 SD카드 슬롯 1개를 지원한다. USB나 마이크로 SD카드에 담긴 영상을 별도의 설정 변경 없이 바로 볼 수 있고 HDMI로 연결하면 설정을 변경해야 인식이 된다.
기본적으로 전원을 켜면 LCD에서만 화면이 출력되지만 세 손가락으로 화면을 위로 밀면 벽에 화면을 띄울 수 있다. 내장 스피커로 따로 스피커를 연결할 필요가 없고 사용 중에 기기를 이동시켜도 자동으로 화면 조정이 된다.
화면 크기는 LTE빔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최대 300인치까지 화면을 확대할 수 있지만 300인치의 화면을 띄우기 위해서는 제품을 벽과 멀리 떨어진 곳에 둬야한다. 일주일간 집, 사무실 등 여기저기서 사용해 본 결과, 거리에 화면을 보는 사람 근처에 두는 것이 적당했다. 내장 스피커는 따로 스피커를 연결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볼륨을 지원한다.
스마트폰을 직접 끼워 사용하는 미니빔도 있다. 종이로 만들어진 스마트폰 프로젝터 2.0은 제품 뒷부분에 스마트폰을 넣고 렌즈를 통해 대화면을 띄우는 미니빔이다. 3만 원 이하로 구매 가능하며 8x16cm(가로x세로)이하의 스마트폰이면 기종에 상관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저렴한 만큼 손이 많이 간다. 초점을 수동으로 맞춰 줘야 하며 화면을 180도 회전해야 정상적인 화면이 출력돼 별도의 화면 회전 앱을 설치해야 한다. 수동 조절이 어려워 성능도 장담하지 못한다.
특별하게 즐겨라
화면 자체를 키우지 않아도 자신이 그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바로 스마트폰 VR 기기를 이용해서다. ‘HTC 바이브’나 ‘오큘러스 리프트’와 같은 VR 기기는 백만 원대까지 올라가는 고가의 제품이지만 게임기나 컴퓨터가 아닌 스마트폰과 연결하는 VR 기기는 가격대가 낮은 편이다.
고글처럼 생긴 스마트폰 VR은 앞쪽에 스마트폰을 장착하고 그 뒤에 있는 렌즈를 통해 화면을 바라보는 것으로 가상현실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아직 VR 영화 콘텐츠가 많지 않아 제대로 된 VR 영화를 감상하기 힘들지만 간단하게 기존 2D 영화를 VR로 보는 것은 가능하다. 물론 VR 재생 앱을 사용해야 한다. VR 영상은 일반 영상과는 다르게 한 화면에서 동일한 2개의 영상이 좌/우로 함께 재생돼야 하기 때문이다.
VR이라고 하면 고개를 돌리는 방향에 따라 보이는 화면도 같이 이동해야 하지만 VR 플레이앱을 통해 보는 2D 영상은 조금 다르다. 화면 속의 가상현실이 아닌 가상현실 속 영상을 본다.
즉,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이다. 화면이 시야 가득히 채워지거나 영화관에서 스크린을 쳐다보는 것처럼 어떤 공간에 화면이 멀리 떠 있는 형태로 보인다. 후자의 경우 고개를 돌리면 명상은 그 자리에 있고 사용자가 쳐다보는 방향으로 화면이 이동한다.
종이 박스 VR
다양한 스마트폰 VR 제품이 시중에 나와 있으며 그중 종이로 만들어진 기기는 만 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없는 것 빼고 다 파는 다이소에도 ‘가상현실 VR 글라스’(이하 다이소 VR)가 있다. 가격은 5,000원이다. 저렴한 제품인 만큼 몸체는 전부 종이로 제작됐으며 얼굴이 닿는 부분이 스펀지로 감싸져 있다. 전용 앱이 따로 없어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제공하는 VR 앱을 이용해야 한다.
착용감은 좋지 않다. 스펀지로 감싸져 있지만 두꺼운 종이의 딱딱함이 그대로 느껴지고 고무줄로 된 헤어밴드는 머리에 딱 맞게 조절이 되지 않아 많이 쪼인다는 느낌이 강하다. 또한, 스마트폰의 무게를 단단히 버텨줄 내구성이 없어 사용 중엔 반드시 손으로 기기를 받치고 있어야 한다.
어지러움은 어떤 앱을 사용하고, VR 영상 설정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다르다. 전용 앱이 있는 일부 제품은 제품 내에 있는 QR 코드로 앱에 기기를 입력해 최적화된 영상을 보여주지만 다이소 VR은 일일이 사용 중인 스마트폰에 맞춰 설정을 변경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성능자체는 나쁘지 않다. 화면 초점만 잘 맞춰진다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몰입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