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이 일상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일상생활에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편리함까지 제공하면서 생활에 적극적으로 관여되는 기술로 주목받는 중이다. 현재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의 거대 IT기업까지 최근 연달아 증강현실에 관한 기술을 선보이며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은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증강현실이 현재 우리 곁에 얼마나 자리를 잡았는지 살펴보자.
현실과 가상의 융합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은 현실 세계에 3차원 가상의 이미지 혹은 정보를 덧씌워서 보여주는 기술을 말한다. 작년 한해 많은 이들의 꿈과 열정을 불태웠던 ‘포켓몬 GO’가 바로 이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 사례다.
증강현실과 더불어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은 어떤 특정한 환경을 가상으로 만들어 마치 실제 상황처럼 느끼게 해주는 기술이다. 현실에 가상의 이미지를 더하는 증강현실과 달리, 가상현실의 세계는 객체·배경·환경 모두 현실이 아닌 가상의 존재다. ‘2016년은 VR 대중화의 원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상현실은 작년 한해 ICT 시장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가상현실보다 증강현실이 보다 빠르게 대중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가상현실을 가장 실감나게 즐기려면 머리에 직접 HMD(Head-mounted Display)를 쓰고 손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컨트롤러가 필요한데, 우선 이 장비의 가격부터가 만만치 않다. 반면 증강현실은 특별한 장비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술이다. 또한 현실 위에 가상세계를 접목하는 방식이라 다양한 분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스마트폰, AR 날개 달다
현재 구글은 증강현실 플랫폼 ‘탱고’(Tango)를 개발한 이후,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협업하며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탱고를 지원한 스마트폰은 카메라에 비친 환경을 3D입체 환경으로 변환해 가상으로 가구를 배치하거나 가상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해당 플랫폼이 적용된 대표적인 예는 ASUS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미 가전쇼(CES 2017)를 통해 공개한 ‘젠폰 AR’(Zonefone AR)이다. 젠폰 AR은 세계최초로 구글의 증강현실 플랫폼 ‘탱고’와 가상현실 플랫폼 ‘데이드림’을 동시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다. 2,3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모션 트래킹 카메라, 심도감지 카메라 등 3개의 카메라를 통해 증강현실을 구현한다. 앞서 지난해에는 레노버가 탱고를 처음으로 도입한 ‘레노버 팹2 프로’를 국내 출시한 바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 애플도 증강현실 기술 활용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지난 6월 5일 애플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팀 쿡 애플 CEO는 증강현실을 애플의 차기 먹거리로 만들 것이라고 선언하며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증강현실은 스마트폰 만큼이나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애플은 증강현실 관련 기술을 만드는 여러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고, 스마트폰과 관련한 증강현실 기술을 개발하면서 스마트 안경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기대하는 콘텐츠는 ‘게임’
증강현실을 활용한 콘텐츠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게임이다. 그러나 현재 포켓몬 GO 뿐만 아니라 증강현실 기반 게임은 그 인기가 시들한 상태다. 출시 이후 꾸준히 높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올해 4월부터 최고매출 10위권(구글 플레이 기준) 밖으로 밀려났으며, 7월 12일 기준 73위에 머물고 있다. 단순한 플레이 방식에 진부함을 느낀 유저를 붙잡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최근 1주년을 앞두고 야심차게 선보인 업데이트 또한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포켓몬 GO의 국내 출시이후, 국내 게임사들이 선보였던 증강현실 기반 모바일 게임 또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포켓몬 GO를 대적할 국산 게임이라고 화제가 됐던 엠게임의 ‘캐치몬’과 1.4인터랙티브의 ‘터닝메카드 고’는 300위권 밖(7월 12일 기준)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증강현실 기반 게임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증강현실 게임들은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어 가상현실을 활용한 게임보다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넥슨컴퓨터박물관’이 방문객 및 SNS를 통해 설문 조사한 결과, ‘가장 기대하는 증강현실 콘텐츠’로 게임(38%)이 꼽혀, 증강현실 게임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나타냈다.
삶과 직결된 기술로 주목
업계에서는 증강현실이 원격의료진단, 방송, 건축설계, 유통, 마케팅 전략 등에서도 쓰이며, 삶과직결된 기술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예컨대 증강현실은 교육 부문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우주의 구성이나 인체 내부 혈관·장기 구조를 현실과 중첩해 보여주면 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증강현실이 유통·마케팅·서비스·관광 부문에 접목된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유통 부문에서는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그 예로 최근 종합 홈 인테리어 기업 한샘은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해, 가상으로 가구를 배치해주는 앱을 선보였다. 한샘 측은 “가구를 배치할 집의 인테리어를 머릿속으로만 그리다가 증강현실을 통해 예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라며 “미리 배치를 해본만큼, 교환 및 환불하는 경우가 적다보니 업체와 소비자 모두 윈윈(Win-win)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하이마트 또한 이와 비슷한 서비스 ‘AR쇼룸’을 최근 개시했으며, 삼성전자 또한 가상 설치 시뮬레이션 애플리케이션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인 eMarketer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약 4,000만 명의 사람이 소셜 앱이나 유틸리티앱 등을 통해 한 달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증강현실 콘텐츠를 즐길 것으로 추정됐다. Digi-Capital 또한 세계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시장이 작년 40억 달러에서 2020년 1,500억 달러(약 168조 원)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재는 가상현실 기술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2018년 이후부터는 증강현실 기술이 성장을 주도하고, 2020년엔 증강현실 시장이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