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플랫폼 경쟁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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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플랫폼 경쟁 관전 포인트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8.05.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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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ICT 패러다임을 잡아라

[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인공지능(AI) 플랫폼은 음성 인식, 시각 인식, 자연어 처리, 추천 등의 기능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해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인공지능 플랫폼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범용 AI 플랫폼과 금융, 의료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전문 AI 플랫폼으로 나뉜다.

한번 제대로 된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하면,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특히 전구에서 자동차까지 생활공간의 전 영역으로 플랫폼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어서 매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ICT 기업들은 인공지능 플랫폼을 스마트폰 이후 ICT 패러다임을 이끌 혁신의 원천으로 보고 인공지능 플랫폼 생태계 확장과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포털과 통신사, 제조사 등이 독자적인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인공지능 플랫폼 경쟁 속에서 유심히 지켜봐야 할 부분을 살펴보자.

 

구글, 아마존의 진출 여부

대표적인 인공지능 플랫폼 기기로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있다. 현재 국내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의 규모는 약 100만 대 정도로 추산된다. SK텔레콤, KT 등의 통신사와 네이버, 카카오 등의 인터넷 기업이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아마존, 구글 등이 뛰어든다면 어떨까? 지난 4월 6일, 구글의 인공 지능 스피커, 구글 홈(Google Home)으로 추측되는 기기가 국내 전파인증을 획득했다. 구글 홈의 소형화 버전인 구글 홈 미니(Goolgle Home Mini) 또한 전파인증을 통과함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를 탑재한 구글 홈도 국내 출시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고 있다.

▲ 구글의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의 국내 출시가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에코(Amazon Echo)가 출시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에코를 통해 한국어로 국내 뉴스를 청취할 수 있으며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Alexa)를 지원하는 IoT 기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구글, 아마존 등이 국내에 진출할 경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애플은요?

아직도 애플이 모바일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음은 부정할 수 없다. 스마트폰에서는 삼성과 1, 2위를 다투고 있고 태블릿PC에서의 지위도 굳건하다. 하지만 인공지능 스피커에서는 아니다. 애플의 인공지능 스피커 홈팟(HomePod)은 지난 2월에야 출시됐으며, 시장 반응도 그리 좋지 못하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홈팟 판매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생산량도 줄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 우수한 음질에도 불구하고 애플 홈팟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른 제품에 비해 훌륭한 음질에도 불구하고 홈팟이 주춤한 이유로는 다른 인공지능 스피커에 비해 높은 가격대, 지나친 아이폰 의존도, 부족한 기능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아마존 에코와 구글 홈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애플 홈팟이 살아남으려면 기능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혹은 시리를 통한 스마트홈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법도 있다. 보이스봇에 따르면, 아이폰 사용자의 76.7%가 시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굳이 홈팟이 아니더라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기반으로 AI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홀로 서기 vs 개방

AI 플랫폼에는 인공지능 스피커와 AI 비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AI로 작동하는 전구, 콘센트, 냉장고, 자동차 등 다양한 기기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생태계를 어떻게 만드는지가 AI 플랫폼 경쟁의 중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우선 독자적인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법이 있다. 삼성은 직접 개발한 AI 플랫폼 빅스비(Bixby)를 2020년까지 삼성전자의 모든 연결 기기에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방식이 성공한다면 애플처럼 충성도 높은 사용자들을 모을 수 있으나, 외연 확장이 쉽지 않고 많은 비용이 든다는 문제가 있다.

▲ 삼성은 CES 2018에서 2020년까지 빅스비를 삼성전자의 모든 연결 기기에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LG는 개방의 길로 가고 있다. 인공지능 브랜드 씽큐(ThinQ)를 론칭한 LG는 오픈 플랫폼으로 인공지능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전략 아래 구글, 아마존, 네이버와 협력하기 시작했다. 이런 방식은 빠르게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지만, 축적된 데이터가 경쟁사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

 

스마트폰 VS 스피커

알렉사, 빅스비 등의 AI 비서는 인공지능 플랫폼의 핵심이다.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 스피커에 탑재된 AI 비서는 사람 대신 개인 일정 관리, 앱·서비스 실행 등 다양한 업무를 대체해주고 다양한 IoT 기기를 연결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인공지능 비서는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스피커 중 어느 곳에 더 많이 쓰이게 될까?

음성인식 관련 사이트인 보이스봇(VoiceBot)은 이에 대해 흥미로운 조사를 내놓았다. 미국 성인의 41.4%가 스마트폰으로 인공지능 비서를 접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로 AI 비서를 접한 이들은 19.7%에 그쳤다. 이것은 AI 비서의 영역이 인공지능 스피커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까지도 확장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 스마트폰 AI 비서 분야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애플 시리가 AI 플랫폼 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지도 모른다.

물론 사용빈도에서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스마트폰을 훌쩍 뛰어넘는다. 스마트폰의 경우 음성인식 이외에 터치로도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성인식 기술이 발전할 경우 스마트폰 유저 또한 AI 비서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다.

AI 플랫폼을 움직일 칩셋

AI 플랫폼 구축에는 소프트웨어 못지않게 하드웨어도 중요하다. 특히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머신 러닝, 딥 러닝을 가속화하는 칩셋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AI 플랫폼에 깊은 관심을 지닌 여러 기업이 칩셋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자율주행차까지 다양한 AI 영역에 도전하는 구글은 전용 프로세서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개발했고 이를 이용한 소프트웨어인 텐서플로우(TensorFlow)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TPU는 딥 러닝에 특화된 데이터 분석 및 딥 러닝용 하드웨어로, 65,536개의 연산장치가 탑재돼 가장 효율적인 해법을 찾아낸다.

▲ 구글의 TPU에는 65,536개의 연상장치가 탑재됐다.

모바일 AI 칩셋 개발도 한창이다. 화웨이는 세계 최초로 NPU를 탑재한 AP, 기린 970을 발표했다. 이 AP를 통해 화웨이는 스마트폰의 AI 사물인식 기능을 대폭 상승시켰다. 이후 화웨이는 기린 970을 기반으로 한 AI 플랫폼 ‘하이키(Hikey) 970’을 발표했다.

 

가장 많이 쓰는 곳을 노려라

현재 AI 플랫폼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는 어디서 가장 많이 쓰일까? 보이스봇의 조사에 따르면, 인공지능 스피커 보유자의 45.9%가 주로 거실에서 스피커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곳은 부엌(41.4%)이었다. 이렇게 인공지능 스피커가 많이 쓰이는 곳에 특화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거실에서는 음악 감상, 날씨 확인 이외에도 인공지능 스피커와 TV와의 연결을 통해 TV를 스마트하게 바꿀 수 있다. KT 기가지니가 대표적이다. 기가지니는 올레 TV의 셋탑 기능을 내장해 음성명령으로 TV 시청, VOD 감상 등이 가능하다.

주방에서는 필요한 야채나 생선, 고기, 조미료 등을 음성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 수 있다. SK텔레콤 누구의 경우 음성 명령으로 11번가가 엄선한 추천 상품을 빠르게 주문할 수 있게 했다. 도미노피자, BBQ 등을 음성으로 주문할 수도 있다.

▲ 인공지능 플랫폼이 부엌으로 들어와 추천 식료품 구매를 가능케 한다.

 

사람 말을 잘 알아들어야

현재의 AI 플랫폼은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음성인식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인공지능 스피커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56.7%가 일상사용 환경에서 음성인식이 미흡해 불편을 겪었다고 답했다. 외부소음을 음성명령으로 인식해 불편을 겪은 경우도 37.0%에 달했다.

이러한 음성인식 문제는 소비자의 46.3%가 구매 전 쉽고 편한 음성인식을 기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충분한 한국어 데이터가 쌓여 AI가 머신 러닝을 통해 이를 잘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5년간 총 155억 어절의 말뭉치를 구축하는 국립국어원의 국어정보화 사업 계획이 잘 풀리기를 기대해보자.

화자 구분도 중요하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비롯한 음성인식 기반 디바이스는 여럿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AI가 기기 사용자의 특성을 구분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화자의 목소리를 구분하고 그 목소리에 맞춰 알맞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형태로 AI 플랫폼이 발전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이 살 길은?

AI 플랫폼 구축에는 사용자의 음성 정보, 생년월일, 취향 등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이렇게 많은 정보를 다루는 것은 아무 기업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로 인해 처음부터 정보를 많이 보유했고 스타트도 빨랐던 아마존, 구글 등의 소수 대기업이 AI 플랫폼을 독과점할 가능성이 커진다.

포털, 통신사, 대형 제조사 중심으로 AI 플랫폼 시장이 구축되면 중소기업은 큰 곤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AI·빅데이터 관련 전문가가 부족하고 개발 비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분야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고 고령화, 핵가족화 등 시장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대기업 또한 AI 플랫폼 시대에서의 상생을 위해 플랫폼 개방, 기술 협력 등을 통해 생태계를 확장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촉진을 통해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고 AI·빅데이터·사물인터넷 기술을 확보해 중소·중견기업에 보급하기로 했다.

▲ 중소·중견기업이 협력해 인공지능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다. 사진은 국내 중소·중견기업 16곳이 연합해 만든 AI 플랫폼, 아담(Adam).

 

안전한 개인정보 활용도 고민해야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업들에 중요한 경고음이 됐다(공교롭게도 페이스북 또한 AI 플랫폼에 큰 관심을 둔 기업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나 스마트폰을 통해 모인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악용될 경우 큰 문제가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개인정보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큰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9%가 AI 비서를 사용할 때 내 일상에 대한 정보가 새어나가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 비서 서비스가 사생활을 침해하고 일상생활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 개인정보 유출, 악용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이로 인해 AI 플랫폼의 서비스 품질, 활용 영역만큼이나 개인정보 보호, 안전한 활용 또한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수집, 이용, 보관, 제공, 파기 등이 사용자를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철저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법·제도 개선, 비식별 기술, 블록체인 등을 활용한 개인정보 보안 강화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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