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최한슬 기자] 하루 약 8시간 컴퓨터 앞 같은 자리에 앉아 일하는 현대인에겐 고질병이 있다. 바르지 않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어 생기는 허리 디스크와 거북이처럼 목을 빼는 거북목 증후군, 그리고 장시간 마우스와 키보드, 스마트폰을 이용하며 생기는 손목터널 증후군 등이 그것이다.
손목에 무리를 주는 컴퓨터 마우스 사용으로 생길 수 있는 손목터널 증후군을 해결하고자 고안된 것이 바로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돼 손목 꺾임을 최소화하는 ‘세로형 마우스’다. 마우스 클릭 버튼의 각도를 높여 손을 세워서 사용할 수 있어 ‘수직형 또는 버티컬(Vertical) 마우스’라고도 한다. 마우스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손목터널 증후군의 예방책, 세로형 마우스를 알아보자.
손목이 아프고 손가락이 저리다면 손목터널 증후군을 의심해보자
‘수근관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손목터널 증후군은 과도한 손목 사용으로 근육이나 인대가 부어, 손목으로 들어가는 통로인 ‘수근관’이 좁아지면서 이곳을 지나는 신경을 압박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신경이 손상되면 손목이 시큰거리거나 손바닥과 손가락이 저리고 마음대로 손에 힘을 줄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난다.
최근엔 현대인이 거의 한 몸처럼 사용하는 스마트폰도 손목 건강에 해를 끼쳐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 최소 160g에 달하는 스마트폰을 매일 장시간 들고 있으니 자주 쓰는 손목에 압력이 가중된다. 여기에 매일같이 마우스에 손을 올려놓고 작업한다면 언젠가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건 사실상 시간 문제다.
인체의 중립 자세를 고려한 세로형 마우스
아무리 올바른 자세로 마우스를 사용한다 해도, 일반 마우스의 디자인 자체가 인체의 ‘중립 자세’에 반하기 때문에 손목 건강에 도움이 되긴 어렵다. 근육이 이완된 상태에서 신체가 저절로 취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자세를 중립 자세(Neutral Position)이라고 하는데, 손목의 중립 자세는 우리가 악수를 할 때처럼 엄지가 위로 올라오는 자세다. 그러나 일반 마우스는 손바닥을 지면과 수평이 되도록 만들어 손목을 압박해 손목의 근육과 신경을 뒤틀리게 한다.
이와 달리 세로형 마우스는 손목이 수평으로 꺾이지 않도록 손의 각도를 세워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마우스 클릭 버튼을 세로로 배치해 손목을 비틀지 않고 자연스러운 중립 자세로 이용할 수 있다.
세로형 마우스의 시작
최초의 인체공학 세로형 마우스는 미국 에볼루언트(Evoluent)사의 창업주 ‘잭 로’에 의해 시작됐다. 일반 마우스의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고안된 에볼루언트 세로형 마우스는 가장 수직에 가까운 각도를 선보이며 현재까지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 외에 로지텍의 세로형 마우스 ‘MX VERTICAL’도 독특한 디자인과 기본기를 갖춘 제품으로 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인체공학 세로형 마우스는 과연 어떨까?
현재 다양한 브랜드와 디자인의 세로형 마우스가 출시되는 가운데, 그 중 무선 마우스 2종을 골라 직접 사용해봤다. 유명한 고가의 제품보단 초보자가 사용해보기 좋은 입문형 제품으로 선정했다.
가볍고 인상적인 디자인
다얼유 LM168
깎아지른 산을 연상시키는 세로형 곡선
세월의 풍파를 맞아 멋지게 깎인 산봉우리를 연상케 하는 LM168의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수직 각도보다는 편안하게 쥐기 좋은 50° 각도로 설계돼 세로형 마우스를 처음 써보는 사람도 비교적 적응하기 쉽다. 맨질맨질한 무광 소재가 약간 미끄러운 감이 있으나 손에 쥐었을 때 시원하고 부드럽다. 크기는 일반 마우스에 비해 큰 편이나 오히려 손바닥과 새끼손가락까지 받쳐주어 안정감이 있었다. 그러나 손이 작은 사람의 경우 큰 크기로 인해 다소 둔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휴대는 어렵지만 부드러운 사용감
비교적 큰 크기와 우뚝 솟은 모양 때문에 휴대하기 어려워, 주로 쓰는 책상 위에 놓고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AAA 건전지 2개를 포함한 실측 무게는 120g으로 부담 없는 편이며 적은 힘으로도 매끄럽게 움직인다. DPI는 최대 1600까지 3단계로 각자의 환경에 맞춰 변환 가능하다. 사용하며 간혹 일시적으로 감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해, 게이밍용으론 부적합하다.
마우스 동글 리시버를 PC에 연결하면 바로 사용 가능하고, 리시버는 마우스 내부에 수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배터리는 건전지 교체식이다.
묵직한 무게감이 반짝
제닉스 STORMX VM3
동글동글한 모양이 한 손에 쏙
STORMX VM3는 전체적인 길이가 짧고 세로로 높은 수직형 디자인으로 동글동글한 느낌을 준다. 마치 앞코가 둥그런 신발을 보듯 꽤나 귀엽다. 역시 57~60° 각도로 설계돼 새롭지만 편안한 느낌도 놓치지 않았다. 실측 무게는 124g로 작은 크기에 집약돼 다소 무게감이 느껴지나 무겁다는 느낌보단 적당한 안정감을 준다. 겉면도 매끄러워 부드럽게 손에 감기며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가 눈에 띈다.
성인 여성의 보통 크기 손을 가진 기자의 손엔 잘 맞으나, 손이 큰 사람에겐 새끼손가락이나 손바닥을 받쳐주는 데 약간의 애로가 있을 수 있다.
화려한 RGB로 세로형의 심심함을 덜다
일반 마우스보단 높이가 있는 편이지만 부담 없는 크기로 휴대하기에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블루투스와 동글 리시버 이용이 모두 가능한 듀얼 무선 모드를 지원하며 DPI도 최대 2400까지 4단계로 변환 가능해 일반 마우스 못지않은 감도와 움직임을 보인다. 게다가 심플하게 사이드 버튼을 둘러싼 RGB 효과가 세로형 마우스의 심심함을 달래주어 오색찬란 불빛을 좋아하는 사용자의 마음을 끈다. USB Type-C 충전식 배터리로, 한 번 충전하면 1일 4시간 사용 기준 약 한 달 정도 사용 가능하다.
세로형 마우스를 사용해보니
일주일간 세로형 마우스를 써보니 낯설었던 수직형 그립감에 많이 적응해 오히려 다시 일반 마우스를 쥘 때 지면과 맞닿는 손목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립감에 적응하자 마침내 제자리를 찾은 듯 손의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다양한 디자인 중 각자의 손에 맞는 형태를 찾는다면 분명 세로형 마우스가 일반 마우스보다 편안할 것이다. 다만 마우스의 움직임이나 그립감, 성능 등을 고려했을 때 게이밍보단 일반 사무용으로 적합하고, 왼손용 마우스의 종류가 아직 다양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마치며
세로형 마우스는 손목터널 증후군을 예방하는 좋은 도구 중 하나지만,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틈틈이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손목을 돌리며 오랜 시간 긴장해 있던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다.
어쩐지 손목이 시큰했던 그대여, 간단한 손목 스트레칭과 함께 마우스를 한번 바꿔보자. 관성적으로 움직였던 내 손목에 새 세상을 열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