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시스, 벤츠 베이징 생산라인 ‘中 내수용’
[smartPC사랑=박봉균 기자] 역대 최악의 폭염 속 벤츠 전기차 화재는 시장에서 여전히 진화되지 않고 있다. 아직은 벤츠 EQE 차량 화재 원인과 결론에 대한 지리한 공방이 수개월 지속될 것이고, 전기차 업계의 신뢰추락과 판매 타격은 일파만파 확대될 기세다.
△북미용은 CATL... 한국만 싼 ‘파라시스’ 장착했나
이번 벤츠 사태의 핵심은 배터리 결함이다. 국토교통부가 확인한 사고 차종 벤츠 EQE의 장착 배터리는 중국 파라시스(Farasis Energy)社 제품이다. 이 배터리를 장착해 국내에서 팔린 벤츠 EQE 규모는 3000여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벤츠코리아측은 파라시스 장착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파라시스는 2020년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가 지분(3%)을 인수해 향후 10년간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협력사다. 업계 10위 정도에 위치한 신생기업이다. 2년 전 첫 출시된 준대형 전기차 EQE부터 파라시스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한국산 대비 가격이 30~40%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가격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감안하면, 1억이 넘는 벤츠에 저가의 검증되지 않은 배터리를 장착한 점은 또 다른 의혹거리다.
특히 복수의 미국·캐나다 벤츠 딜러사에 따르면 같은 모델인 EQE의 북미 판매 차종에는 전량 CATL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한국과의 차별 논란까지 일고 있다. CATL 역시 중국산이지만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이다. 밴쿠버 A딜러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판매중인 EQE와 EQS SUV장착용 CATL 배터리는 미국 켄터키주 볼링그린(Bowling Green)에 위치한 AESC 시설에서 전량 생산 중”이라고 전했다. 이 배터리는 북미 판매중인 대형 전기차 EQS에도 장착 중이다.
한국 판매 차량에만 유독 파라시스를 사용한 점에 대해 업계는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EQE의 생산 라인이 독일은 물론 중국에도 가동되고 있다”며 “북미용은 전량 독일 생산인 것은 분명하다”고 전언, 이번 화재 차량의 중국 베이징 공장 생산 가능성을 제기했다. 독일산은 CATL 셀을, 중국산은 파라시스 셀을 사용하고 있다는 게 의혹의 배경이다.
△파라시스 품질 논란
벤츠 화재 사건으로 파라시스의 품질 안정성 논란도 재조명되고 있다. 파라시스 배터리는 NCM(니켈, 코발트, 망간) 계열로 2021년 중국 현지에서 화재 위험으로 리콜된 바 있다. 2021년 4월 중국 BAIC이 판매한 전기차 EX360, EU400 총 3만1963대(2016년 11월 1일부터 2018년 12월 21일 생산분)에 이른다.
BAIC는 당시 “고온 환경에서 장기간 빈번하게 급속충전될 경우 배터리 셀 성능이 저하되거나 극단적인 경우 발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리콜 사유를 공지했다. 파라시스는 리콜 직후 최대 고객이던 BAIC의 매출 비중이 2019년 47.6%에서 2020년 0.14%로 급감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벤츠코리아 대응 미숙도 뭇매
이번 화재에 대응하는 벤츠코리아의 대처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미숙하고 미온적인 대응 방안 등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들의 문의에 “창구가 일원화 됐다”는 데 적확한 벤츠 대응팀은 알 수가 없고, 화재 후 열흘간 화재 차종 구매자들에 대한 점검·리콜 공지 등은 전무한 상황이다.
2015~2016년 BMW 화재가 불거졌을 당시에도 13대 가 넘는 화재 사고 이후에 외부 수리업체의 잘못으로 떠넘기다, 2018년 40건 가까이 화재가 급증하면서 BMW는 사상 첫 운행 금지 명령을 받은 후에야 종합 대책을 내놓는 등 상황을 악화시킨 바 있다.
문제는 이번 차량 화재로 벤츠 이미지가 한국에서 크게 훼손됐다는 것이다. 종전처럼 명품 이미지 대신 ‘중국산’으로 트라우마를 겪게 됐다. 벤츠가 기존 명품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벤츠 차량 가격이 약세로 돌아섰고, 전기차 고객은 멈춘 상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