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스마트가전 시대④] "트렌드보다 가치에 주목"... 쿠진 신상철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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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스마트가전 시대④] "트렌드보다 가치에 주목"... 쿠진 신상철 CEO
  • 김호정 기자
  • 승인 2024.10.04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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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超솔로사회의 공습, AI가전이 온다
"두유제조기 회사 아닌 생활의 불편을 덜어주는 회사"
쿠진의 별칭 '다른 생각 주식회사'
"재능 없던 사진...디자인·제품 개발의 강점으로 바뀌어"
"실리를 기반으로 세상에 도움 줄 것"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경제 패러다임이 경험 경제로 넘어가면서 자신의 시간을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가성비에 이어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란 용어까지 등장하며 라이프 스타일에서 시간 효율을 극대화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취향과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이 경제, 사회 주축으로 자리잡으면서 일상은 더욱 새롭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쉴 새 없이 변화하는 트렌드를 좇기도 버거운 일상에서 유행을 따르지 않고 변하지 않는 가치에 주목한 기업이 있다.  '두유 제조기'로 익히 알려진 푸드스타일러로 홈쇼핑 매진 행진을 이어온 주방 및 생활용품 전문 기업 '쿠진(coozin)'이 그 주인공이다. 패션도 아니고 주방 용품이 유행을 따라갈 일이 있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SNS에 음식을 만들어 올리는 '홈쿡', '홈파티' 트렌드가 지속되며 그릇, 식기류 홈쿠킹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는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모두가 유행을 좇을 때 변하지 않음에 주목한 coozin

쿠진은 홈쇼핑에서 푸드 스타일러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입소문을 탔다. 기존에 집에서 두유를 만들려면 콩을 몇 시간 불린 후 삶아서 믹서기에 갈아야 했다. 따뜻한 두유를 마시려면 만든 두유를 끓여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푸드스타일러는 콩을 불리고 데우는 과정을 생략시켰다. 전기포트와 믹서기 기능이 결합된 푸드스타일러에 생콩과 물만 넣으면 30분 만에 두유를 만들 수 있다. 두유 외에도 죽·수프·이유식·ABC주스 등 100여 가지 요리를 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쿠진의 성공은 건강을 추구하는 경향과 시간 절약을 강조하는 '분초 사회'가 결합해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보이지만, 성공의 비결은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보다 고유함에 집중한 결과가 숨어있다. 
쿠진은 푸드스타일러 외에도 주방용 칼 소독기인 '나이프케어', 경량형 스팀 다리미인 '아이스티머', 프리미엄 젖병 소독기 '미니모'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제품의 라인업만 보면 주방, 생활용품에 특화된 여느 기업과 다를바 없다고 보여지지만 쿠진의 경영 철학을 들여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욕구를 찾는다'는 신상철 쿠진 대표를 파주 본사에서 만났다. 

주방·생활용품 전문기업 신상철 쿠진 CEO. 사진=디지털포스트
주방·생활용품 전문기업 신상철 쿠진 CEO. 사진=디지털포스트

 

- 두유 제조기로 알려진 푸드 스타일러를 주로 생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쿠진은 어떤 회사인가?

"최근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제품에는 푸드스타일러가 있다. 쿠진은 보이지 않는 생활 속의 불편함을 덜어내고 일상을 즐겁고 편리하게 만들도록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가령 아내나 어머니가 주방에서 일을 할 때 '편하게 일하고 남은 시간을 즐기게끔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주로 고민하는 회사다."
 

- 의외의 대답이 나와 놀랐다. 보통 회사를 소개해달라고 하면 자사가 만들고 있는 제품을 나열하거나 베스트 셀러를 언급하는데 쿠진은 제품이 아닌 경영 철학을 먼저 이야기했다.  

"쿠진의 별칭이 '다른생각 주식회사'다. 우리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어떤 문제나 고객의 요구를 사소하게 넘어가기보다는 그 문제를 달리보자고 말한다. 고객의 니즈를 해소하기 위해 뭐가 필요할까 고민하고 연구하는 회사가 되자고 강조한다."
 

- '다른 생각을 한다'는 말이 쉬워보이지만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다.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

"너무 당연하니까 그런 일들을 해결할 생각을 아무도 안 하는 것들이 있다. 상품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가령 물걸레란 상품을 보자. 어릴적 우리는 당연하게 무릎을 바닥에 대고 손으로 바닥을 닦았다. 할머니 세대엔 그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런데 어느날 밀대가 나오더니 서서 할 수 있는 일을 왜 엎드려서 하느냐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니지만 당시에는 혁신적일 수 있는 생각이다. 상품은 진화하는 것이다. 그러니깐 계속 상상도 해보고 발상의 전환도 해보고 고정관념을 갖지 말자고 직원들에게 얘기한다."

신상철 대표와 쿠진이 언제나 '유레카'만 외친 건 아니다. 한번의 유레카를 외치기 위해 수많은 시행 착오와 쓰디쓴 실패의 경험도 견뎌야 했다.  20대 시절 사진을 전공한 그는 잡지사와 촬영 스튜디오를 거쳤지만 일을 할수록 자신의 재능을 확신하지 못했다고 한다.

"주변에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사진 촬영은 감각도 있어야 하고 탐구열도 있어야 하지만 스스로 그정도는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냉정하게 평가를 받았다. 회사를 나와야했으니깐. 그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실패의 경험을 최고의 무기로... 발로 뛰면서 밑거름 쌓아

- 지금에 와서는 사진을 전공한 덕분에 도움이 된 것도 있다고 들었다. 
 
"처음에 사진 촬영을 하라고 하면 내가 예뻐보이는 걸 찍는다. 그런데 막상 촬영을 하고 나면 결과물을 보면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촬영한 프레임엔 피사체 외에 쓸데 없는 것들이 담겨선 안 된다. 이런 경험이 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제품 기능을 단순화해야 하고 디자인 부분에선 컬러라든지 구도라든지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고 심플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지금의 쿠진을 만들기 위해 신 대표는 바닥에서부터 경험을 쌓았다. 스튜디오를 나온 이후엔 생활용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컵, 샴푸 용기, 그릇 등 생활 용품을 OEM방식으로 제작, 판매했다. 

"요즘엔 내가 스스로 뭘 만들고 싶다고 하면 인터넷으로 제조업체를 찾아 소량이든 대량이든 주문 제작 하면 된다. 과거에는 생산 공장을 직접 알고 있지 않으면 제품을 제작하기가 어려웠다. 공장도 직접 수소문해야하고 거래처도 관계를 만들어야 했다. 소비자들도 상품을 구매하려면 무조건 판매자에게 연락을 하던 시대였으니깐. 지나서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크게 두 번 정도 트렌드가 바뀐 것 같다."

- 트렌드 변화가 두 번뿐이라고 하니 의아하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는 시대가 아닌가? (기자는)유행을 따라가기도 벅차다고 느낄 때가 많다.
 
"우리는 상품을 준비할 때 변하지 않는 것들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변화를 따라가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변하는 욕구를 따라가려면 굉장히 스피디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그 속도를 맞추기가 정말 어렵다. 우리 상품은 변하지 않는 욕구를 따라 가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가령 변하지 않는 요소들을 꼽아보자면, 편해야 한다. 쉬워야 하고, 이용자의 건강에 도움이 돼야 한다. 시간을 아낄 수 있으면 좋고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면 더 좋다. 결국 고객들이 찾게 되는 상품이란 그런 것들인 것 같다." 

- 쿠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라고 보면 되나? 

"쿠진은 성장하고 있는 회사다. 사업이 안정적으로 궤도에 오르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 본다. 창업을 시작하면서 몽상가처럼 원대한 꿈을 얘기하는 사업가는 없을 것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도 회사를 창업하면서 세상이 깜짝 놀랄만한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거다. 사업을 실리적으로 시작하다가 안정을 찾으면 그때부터 포부가 생기는게 아닐까 한다."

쿠진은 올해 초 베스트 셀러인 푸드스타일러를 한 단계 업그레이 시킨 버전을 시장에 내놓았다. 나이프 케어, 아이스티머 등 기존 상품들도 꾸준히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내년 초 신제품을 구상하는 신 대표는 가끔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아이디어가 솟아나기 시작하면 한밤이든 새벽이든 그 길로 회사에 출근한다고 한다.  '다른 생각'이 만들어내는 쿠진의 제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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