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게임 - 이 바보 같은 사랑, 이 거지같은 사랑 슈퍼마리오
상태바
추억의 게임 - 이 바보 같은 사랑, 이 거지같은 사랑 슈퍼마리오
  • PC사랑
  • 승인 2013.04.23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콧수염이 멋진 중년의 멜빵바지 아저씨는 오늘도 납치의 여왕 피치 공주를 구출하러 나선다.
 
한 남자가 있었다. 그가 사랑하던 여자는 한 왕국의 공주. 어느 날 악당에게 납치를 당하고, 남자는 공주를 구하기 위해 머나먼 여정을 떠나고, 결국 악당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하는 데 성공한다. 여기까지는 용감한 용사와 아름다운 공주의 러브 스토리지만, 이 과정이 수십 번 반복되면 아무리 용사라 해도 짜증이 날 법하다. 무슨공주가 구해 놓으면 납치당해!
정환용 기자
 
 
 
1985년, 역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 등장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 ‘마리오’는 닌텐도의 최고 수훈갑 ‘슈퍼마리오’의 주인공이다. 결코 귀엽지 않은 외모에 웃기는 콧수염, 촌스러운 멜빵바지의 짤막한 아저씨 캐릭터가 지금까지 약 200여 가지의 게임에 주·조연으로 대활약하며 세계적으로 2억 6천만 카피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 놀랍다. 마리오가 없었다면 현재의 닌텐도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패미컴을 시작으로 닌텐도의 콘솔 시리즈에 모두 등장한 마리오는,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슈퍼마리오’ 시리즈로 비디오 게임의 제왕이 됐다. 마리오가 처음 등장한 것은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가 만든 분노 고릴라게임 ‘동키콩’이다. 미국 진출을 위한 판권 매입에 실패한 그는 직접 캐릭터를 디자인해 마리오를 탄생시켰다. 캐릭터의 이름이 정해지고 직업이 설정되며 본격적인 캐릭터라이즈가 실현됐고, ‘동키콩 주니어’를 거쳐 ‘마리오 브라더스’에서 마리오의 동생 루이지가 추가된다. 그리고 마침내 1985년 9월, 최초의 횡스크롤 액션 게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출시되며 닌텐도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1’은 몇 가지의 버전을 합쳐 전 세계에서 약 4,600만 카피가 팔렸다. 정식 넘버링 타이틀 시리즈만 ‘슈퍼마리오 월드’, ‘슈퍼마리오 랜드’,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등 끊임없이 신작이 출시되며 마리오의 인기는 아직도 하늘을 꿰뚫을 듯 높다. 2D에서 3D로, 버섯 왕국에서 커다란 별똥별로 종횡무진하며 대책없는 납치 매니아 피치 공주를 찾아 헤메는 마리오의 눈물겨운 사투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설정과 시행착오를 거쳐 탄생한 이탈리아의 배관공 마리오는 피치 공주를 구출해야 하는 절대적인 목표를 가지고 30년 가까이 수많은 버섯들을 삼키고 밟아가며 하수도를 헤매게 됐다. 든든한 조력자인 동생 루이지와 어릴적 친구 요시를 비롯해 수많은 동료들이 그를 돕지만, 언제나 가장 고생하는 건 역시 주인공이다.
 
마리오 2.jpg
 
형님 덕을 톡톡히 본 루이지. 형제가 출연하는 게임 중 가장 유명하기도 하다.

 
1 사본.jpg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로 시작된 마리오의 전성기는 정식 넘버링 타이틀만 16종에 카트 시리즈, 파티 시리즈, 속편 및 부속편까지 200종이 넘는 타이틀에 등장하며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시게루.jpg
 
닌텐도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의 아버지이자 마리오의 창조자 미야모토 시게루는 마리오 시리즈 이외에도 동키콩, 젤다의 전설 등으로 게임 기획의 새 지평을 연 장본인이다. 마리오에 이름이 붙기 전 ‘점프맨’으로 불렸던 이유인 게임 방식(횡스크롤 점프 액션)도 그의 아이디어다. 마리오의 이름에 대한 일화(닌텐도 미국지사의 건물주가 체형이 마리오와 매우 흡사했다고 한다)나 마리오의 직업인 배관공에 대한 설정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래픽이 좋지 않았던 과거의 하드웨어에서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모자에 이니셜 ‘M’을 새기고 덩치를 통통하게 설정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덧붙이기도 했다.
 
 
 
슈퍼마리오 시리즈의 기본 진행 방식은 점프가 주된 무기인 횡스크롤 액션이다. 각종 장애물을 돌파하고 적을 물리치며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마지막에 만난 쿠퍼를 처치(매번 다시 나타나는 것을 보면 목숨을 빼앗지는 않는 듯?)하고 피치 공주를 구출하는 것이 모든 슈퍼마리오 시리즈의 최종목적이다. 마리오의 기본 액션은 ‘밟기’와 ‘헤딩’이다. 게임 초반 적을 해치우는 마리오의 유일한 무기는 점프로 적을 밟고 넘어가는 액션이다. 헤딩은 주로 벽돌을 부숴 강화 버섯을 비롯한 각종 강화 아이템을 찾아먹는 데 사용한다. 마리오는 버섯을 먹고 덩치가 커지기도 하고, 꽃을 먹고 불을 내뿜기도 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이 나오며 마리오의 특수 능력 또한 다양해지는데, 큰 분류로는 파이어 마리오, 베이비 마리오 등 공격형 능력부터 파워풀 마리오, 등껍질 마리오와 같은 무적 능력, 날개 마리오, 아이스 마리오 등 특수 액션능력 등 약 20여 가지의 다양한 능력들을 게임마다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다.(시리즈를 통틀어 마리오가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중 고기류가 없는 것을 보면 마리오가 채식주의자란 것을 알 수 있다.) 기자가 처음 마리오를 접한 것은 초등학교 시절 ‘동네 아는 형’의 집에서 슈퍼 패미컴(정식발매된 ‘슈퍼컴보이’가 아니라 일본에서 사왔던 것으로 기억한다)으로 즐겼던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3’다. 당시 할 줄 알던 게임이라곤 재믹스의 요술나무와 양배추 인형이 전부였던 기자에게 슈퍼마리오는 충격이었고, 당시 기계를 빌려와 집에서 밤새 마리오와 함께 했던 기억이 난다. 제대로 된 공략이나 해법을 찾을 방법도 없었던 때라 어려운 구간을 통과하지 못해 울기도 했고, 결국 엔딩을 보고야 말았을 때의 쾌감은 지금도 잊기 어려울 정도로 짜릿했다. 가장 최근에 즐겼던 마리오 시리즈는 닌텐도 Wii 타이틀 ‘뉴 슈퍼마리오 Wii갤럭시 어드벤처’다. 케이블TV의 게임 방송 ‘켠김에 왕까지’를 보고 문득 생각이 나 잠깐 즐겨 보니 피치 공주의 스톡홀름 신드롬과 같은 납치 중독과 마리오의 애달픈 구출 스토리에 잠시 목이 멨다. 1990년대의 작품에 비해 그래픽이나 게임성도 많이 발전하고 다양해진 액션과 각종 미니게임 등 즐길거리는 더욱 풍부해졌다. 역시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끝을 보려는 마리오의 활약은 올해에도, 내년에도 새로운 작품이 게이머들을 즐겁게 해주리라 믿는다.
 
 
 
 
 
요시의 정체, 친구인가 애완공룡인가
 
요시.jpg
 
 
1995년 출시된 ‘슈퍼마리오 월드 2 ; 요시 아일랜드’의 프롤로그는 이렇다. 아직 어린아이인 마리오, 루이지 형제가 마법사 쿠퍼의 습격을 받아 루이지는 납치되고 마리오는 추락해서 요시의 등에 떨어진다. 스토리가 이렇게 시작되며 요시와 마리오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다는 설정이 추가됐다. 하지만 1990년에 발매된 ‘슈퍼마리오 월드’에서 처음 등장한 요시에 대한 설정은 마리오 형제가 블록을 부수다가 요시를 깨우고, 함께 키우게 됐다는 설정이 이미 존재했다.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만들어진 애니메이션도 ‘월드’의 설정을 따랐다. 지금은 ‘요시 아일랜드’의 설정인 ‘어린 시절부터 친구’가 공식 설정인 것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공룡 주제에 늘 신고 다니는 귀여운 장화가 포인트다.
 
 
 
와리오, 자칭 마리오의 라이벌
 
와리오.jpg
 
1992년작 ‘슈퍼마리오 랜드 2’에서 처음 등장한 와리오는 마리오의 라이벌이다. 언제나 마리오에 대한 적개심을 가득 품고 있다는 설정의 그는 슈퍼마리오 랜드 1편의 스토리인 ‘사라사 랜드를 침략한 우주괴물 타탕가를 퇴치’하러 마리오 랜드를 떠난 사이에 마리오의 성을 빼앗는 악당으로 등장한다. 기본 복장이 마리오와 크게 다르지 않고 모자의 이니셜과 수염 모양, 옷 색깔만 다른 것으로 미루어 혹자는 ‘와리오는 마리오가 허구헌날 공주만 구출하러 다니다 지친 나머지 그의 이면에 생긴 이중인격의 현신’이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심지어 사람들이 동생으로 잘못 알고 있는 동료의 이름도 ‘와루이지’로 마리오의 동생 루이지와 비슷해 착각하기 쉽다.
 
 
 
피치 공주, 실은 네가 제일 나빠
 
피치.jpg

우리의 성실하고 한 여자밖에 모르는 주인공 마리오를 30년 동안 가장 많이 괴롭힌 것은 쿠퍼가 아닌 피치 공주다. 이 여자가 처음 쿠퍼에게 납치됐던 1985년은 버섯 왕국이 침략에 대비하지 못했던 실수라고 쳐도, 30년 가까이 숱하게 쿠퍼에게 당하면서도 단 한 번도 반항하거나 침략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 게다가 ‘이만하면 포기하겠지’ 싶다가도 다시 공주를 납치해 가는 쿠퍼를 보면, 한 여자밖에 모르는 악당의 순정마저 느껴질 정도다. 참으로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공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