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 캐릭터 열전-캐릭터가 살아야 경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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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니메이션 캐릭터 열전-캐릭터가 살아야 경제가 산다!
  • PC사랑
  • 승인 2008.10.1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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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치 아라치> <로보트 태권브이> <황금날개 1,2,3>, <은하함대 지구호> <똘이장군> <별나라삼총사> <해돌이 대모험> 등 1970~1980년대 개봉된 극장용 애니메이션들은 지금과는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을 홍보했다. 연필세대들에게는 필수품이었던 책받침을 홍보도구로 썼다. 책받침은 앞뒤에 주인공과 주요 장면들을 넣은 형태로 만들어졌다. 저작권 개념이 뚜렷하지 않아 여기저기서 이미지를 도용해 쓰는일이 많았던 그때, 극장에서 나눠주는 영화 책받침은 오리지널리티가 살아있는값진선물이었다.
오랜 기간 일본 애니메이션을 하청제작한 탓에 한국 애니메이션계는 비교적 많은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지만 많은 작품들을 내놓진 못했다. 제대로 된 제작환경을 갖추지 못한 데다 만화영화는 아이들이나보는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어서 좋은 작품을 내놓기가 더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일본의 유명 작품들을베끼다시피한 졸작들이많이나왔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의 극장용 애니메이션들은 사실상 멸종한다. 아이들은 조악하고 매번 유사한 포맷으로 반복되는 작품들에 더 이상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대신 더욱 화려해진 TV로 시선이 돌아갔다.
본격적으로 TV용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만들어진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다. 이현세, 이진주 등 인기만화가의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한국 애니메이션은 새로운 활기를 얻었고, 동시에 캐릭터 사업도 활기를 띄었다. 김수정의 <아기공룡 둘리>(1987), 허영만의 <날아라 슈퍼보드>(1990), 이진주의 <달려라 하니>(1988), 배금택의 <영심이>(1990) 등은 황량했던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준중요한작품들이다.

원소스 멀티 유즈 & 멀티 유즈 원브랜드
영상산업체들 모두가 오랜 시간과 자본, 피나는 노력을 들여 완성하려는 궁극의 지향점은‘OSMU’(onesource multi use)다. 말 그대로 하나의 컨텐츠를 가지고 여러 가지 형태의 문화상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극대화하는 것이다.
매년 한 편 이상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월트 디즈니는 원 소스 멀티 유즈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둔다. 그들의 애니메이션은 극장개봉수익과 OST 판매, 갖가지 디자인으로 재생산·가공된 학용품, 의류, 도서, 학습교재, 장난감, 식료품, 자잘한생활용품으로 확산된다.
최근 들어서는‘MUOB’(multi use one brand)라는 마케팅 신조어가 그 위치를 추월하고 있다. 일명‘미디어 믹스’라고도 부르는 이 전략은 OSMU처럼 루트 컨텐츠의 성공을 기다려 부가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여러 매체의 문화상품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 브랜드의 인지도를 끌어올린다. 하나의 캐릭터를 다방면에 노출시켜 시너지 효과를 유도하는 것이다. 지금 개발되고 있는 대다수의캐릭터들은 MUOB 방식을 따른다.
뿌까의 성공을 이끈 또 하나의 힘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체계적 마케팅과 지속적인 관리다.
개발사 부즈는 직접 상품을 만들지 않고 전문 업체에 상품 제조와 마케팅을 라이선싱 형태로 맡기고 매출에 비례한 로열티만 관리한다. 회사는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최대한 캐릭터 개발에 집중하고, 상품의유통과 판매에서 생길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아주 현명한 전략을 쓴 것이다. 또 소비자가 식상하기 전에 새로운 모델들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1년에 2번 이상 갖가지 컨셉과 주제로 변화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2003년 부즈사의 매출은 300억 원 정도였지만 2005년에는 1천400억 원이 넘는급상승을보였다.

캐릭터 개발을 위한 갖가지 시도들
<뽀로로>와 <뿌까>는 치밀한 계획에 의해 태어난 순수창작물이지만 다른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지는 캐릭터들도 많다. 앞서 말한 <아기공룡 둘리>나 <날아라 슈퍼보드> 같은 작품들은 인기 만화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재창조한 경우다. 원작이 이미 하나의 스토리보드 역할을 하고 있으니 가장 기본적인전환방식이라할수있다.
2006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소개된 <애니 프란체스카>는 인기 TV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주인공 캐릭터들은 시트콤 시즌 1을 토대로 했다. 위기에 처한 뱀파이어 가족들이 조금 엉뚱한 방법으로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70분간 펼쳐지는데, 원작 시트콤과 마찬가지로 엽기 코미디를 표방한다. 원작 시트콤을 좋아했던 팬들을 위해 더빙에 오리지널 캐스트를 그대로 데려왔다. 아시아 전역에 한류 열풍을일으켰던<대장금>을각색한<장금이의 꿈> 역시이와비슷한과정을따르고있다.
한·일합작 프로젝트 <포트리스>는 CCR의 인기 온라인 게임을 모티브로 가상의 세계관을넓힌 애니메이션이다. CCR, SBS, 대원C&A, 일본의 반다이, 선라이즈 등 7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맺고 제작했고 2003년에 첫 방영되었다. 1997년 모 통신사 전용 게임으로 탄생한<포트리스>는 귀여운 탱크 캐릭터 이미지, 쉽고 단순힌 게임법 등으로 학생부터 젊은 여성들에게까지‘포트리스 중독증세’라는 말이 돌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포트리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을 좀더 재밌고 알차게 업그레이드하고 캐릭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해 큰수익을얻었다.
지난해 9월 파일롯 시사회를 겸해 대대적인 사업설명회를 가진 <쿵야쿵야> 역시 온라인게임이 원작이다. 게임 포털 넷마블을 서비스하는 CJ인터넷이 자사의 캐주얼 게임‘야채부락리 쿵야’의 캐릭터를 업그레이드해 OSMU 사업에 야심 찬 도전장을 던졌다. 제작에는 CJ인터넷과 KBS, 서울무비가 참여했다. <쿵야쿵야>는 시트콤처럼 단순한 에피소드에코미디를 넣은 상황극이다. 더빙에 국내 유명 성우들을 대거 참여시키고, 주제가를 인기아이돌그룹SS501에맡기는등외적인면에서도적극적인투자를아끼지않았다.
과거의 명성을 뒤늦게나마 다시 살려내 대중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방식도 있다. 올해 초낡은 필름을 복원해 재개봉한 <로버트 태권브이>가 그렇다. 태권브이 판권을 가지고 있는 씬씨네는 새로운 TV 시리즈와 캐릭터 상품, 테마 파크 등 풍성한 사업 계획을 가지고있다.
이밖에도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아치와 씨팍>, e-카드에서 출발해 모양을 갖춰나간 <우비소년>, <뿌까> 등도 인기의 가능성을 주시한 다음 체계적인 진화를 거쳐 성장한캐릭터작품들이다.

국가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시기
하지만 모든 캐릭터들이 다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 자체에 대한 애정이나 유저들에대한이해와배려없이눈앞의수익만보고만든것들도많기때문이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들을 멀찍이서 들여다보면, 사실 말이 OSMU이지 내실이튼튼하고 전체적인 균형을 잘 갖춘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다양성을 성급한 상업적 도구로 이용할 뿐 각각의 매체에 대한 이해나 캐릭터를 향한 차분한 애정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값도 너무 비싸다. 비싼 것이 고급스럽다는 요즘의 그릇된 사회통념과도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면 외국에 나갔다가 한국의 캐릭터 상품들을 보고 감동했다는 네티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성장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관심 밖의 이슈라는것은아쉽지만부정할수없는현실이다.
캐릭터 개발은 기업을 넘어 국가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사업이다. 정부는 기득권을가지고 있는 몇몇 사업체에 편애를 지양하고 가능성 있는 갖가지 사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 대중 역시 우리의 땀과 재능으로 만들어진 좋은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응원해 대외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개발될 수 있게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만드는 현장의 일꾼들이 관객과 소비자를 진심으로 위하는 선한마음을 가져야 겠지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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