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남지율 기자] EZ2DJ(현: EZ2AC)는 한 때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현재는 시리즈 최신작(EZ2AC : FINAL EX)을 가동 중인 오락실이 많지 않을 정도로 보급률이 급감한 아케이드 리듬 게임이다.
이 시리즈의 현재 상황은 그리 밝지 않은 상태다. 기체 스펙의 한계로 인해 2021년에도 VGA 해상도(640x480)로 구동되며, 카드를 통한 개인 기록 저장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신곡의 업데이트 속도가 3~4달에 2,3곡 정도일 정도로 느린 것도 문제다. 게임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EZ2AC에 기대를 거는 팬들이나 신규 유저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다행이 EZ2 시리즈의 명맥은 끊기지 않았다. EZ2DJ/EZ2AC의 곡을 스팀에서 즐길 수 있는 ‘EZ2ON REBOOT : R(이하 이지투온)’의 전망이 밝아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지투온은 PC 리듬 게임이기에 오락실 특유의 조작감과는 괴리감이 컸다. 이에 전용 컨트롤러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컨트롤러 전문 기업 ‘ISTMALL’이 이지투온과 호환되는 ‘리듬 게임 컨트롤러 : 이지투콘(이하 이지투콘)’을 출시했다.
합리적인 가격의 리듬 컨트롤러
ISTMALL은 이지투콘 출시 전 설문조사를 통해 어떤 타입의 컨트롤러를 출시할지 조사한 바 있다. 설문조사 결과 키보드와 동일한 일자 배치를 지닌 A타입, 5키만 탑재된 B타입, 그리고 아케이드 스타일의 C타입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3가지 타입 모두 제품화될 예정이다.
이번 리뷰에서 소개할 이지투콘은 C타입에 해당하는 제품으로 ‘아케이드 스타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턴테이블과 페달이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턴테이블은 얼핏 보면 아케이드 기체보다 간격이 더 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직접 턴테이블을 돌려보니 아케이드 간격과 큰 차이를 느낄 수는 없었다.
좀 더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소유 중인 아케이드 기체와 비교해봤는데, 턴테이블 아크릴판과 버튼 사이의 간격이 거의 동일했다. 다만, 턴테이블 높이는 이지투콘이 아케이드보다 살짝 낮은 느낌인데, 이 역시 큰 차이는 아니다.
버튼 사이의 간격도 ‘비트매니아 IIDX’가 아닌 EZ2AC의 간격을 따른다. 이는 7건반 컨트롤러에서 찾기 어려운 이례적인 선택이다. 이 컨트롤러의 실수요층을 고려해 EZ2AC 간격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ISTMALL은 10,000원 추가 시 삼덕사 버튼으로 교체하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EZ2AC 기체가 삼덕사 버튼을 사용하므로 아케이드 감성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삼덕사 버튼 옵션을 선택하는 게 좋다.
이펙터 버튼도 탑재됐다. 4~8키만 사용하는 이지투온의 특성이 반영돼 아케이드 기체와 달리 이펙터 버튼이 붙어있는 구조로 제작됐다.
컨트롤러의 크기는 가로가 460mm, 세로는 약 275mm다. 가로 길이가 풀 사이즈 키보드와 유사한 크기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PC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내부는 어떨까? 컨트롤러 바닥을 분리해 내부 배선을 살펴봤다. 이 컨트롤러보다 배선이 더 깔끔하게 처리된 컨트롤러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깔끔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건반부에만 12개의 버튼이 위치하고 측면에도 버튼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지투콘의 배선 처리는 합격점이다.
PCB는 조이스틱으로 이미 검증된 타키온 보드다. 1ms 동작 속도를 지녀 인풋렉이 중요한 리듬 게임에도 적합하다.
턴테이블은 아케이드 기체와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아케이드 기체가 포토 인터럽터를 통해 턴테이블의 톱니를 감지했다면, 이지투콘은 인코더를 사용한다. 즉, 사운드 볼텍스의 노브와 같은 원리다. 따라서 턴테이블을 돌릴 때의 감각도 아케이드와는 다르다. 감각은 아케이드와 다르지만, 턴테이블의 유격도 거의 없었고 감도도 준수했다.
페달은 발이 닿는 부분이 금속으로 되어있고 하단은 플라스틱 재질이다. 아케이드만큼 시끄럽진 않지만, 약간의 통울림이 있고 플라스틱 페달보다는 타격감이 좋았다.
손쉬운 설정법
이지투콘은 조이스틱으로 인식될 것 같은 외형을 지녔으나, PC에 연결하면 키보드로 인식되는 컨트롤러다. 따라서 복잡한 바인딩 설정을 거칠 필요 없이 동봉된 USB 케이블(USB Type-B) 연결 후 즉시 이지투온을 즐길 수 있다.
페달을 컨트롤러에 연결하는 과정도 간단했다. 컨트롤러의 항공잭을 통해 페달을 연결할 수 있고 너트를 돌리면 더욱 견고하게 장착할 수 있다.
턴테이블 감도 조절도 가능하다. 별도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이 아닌 컨트롤러의 감도 조절 스위치를 사용하는 방식이기에 직관적이다.
EZ2AC처럼 즐길 수 있다
세팅을 마치고 이지투온을 실행해보니 EZ2AC를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턴테이블이 마우스 휠 상하로 인식되기 때문에 곡을 선택하는 과정부터가 EZ2AC와 유사했다. 난이도 조절이나 옵션 설정, 배속 조절 등도 컨트롤러만으로 가능해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드 전환에 사용되는 ‘Tab’ 키에 대응하는 버튼이 없다는 것이다.
LED는 별도의 옵션 추가 없이 기본적으로 탑재된다. 여러 버튼을 동시에 눌러도 밝기가 어두워지지 않고 균일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플레이는 어떨까? 우선 5키 모드를 플레이해봤는데, EZ2AC의 ‘5K Only’와 다를 바 없었다. 사용되는 버튼이나 간격 등이 동일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케이드와 달리 고주사율 설정이 가능해 훨씬 쾌적했다. 추후 이지투온의 DLC가 모두 출시되면 EZ2AC의 5K Only를 굳이 플레이하지 않을 것 같다.
6키 모드는 마치 디제이맥스 포터블을 아케이드로 즐기는 듯한 감각이다. 비트매니아 IIDX와 유사한 배치이면서 버튼 하나가 제외된 것인데, 키보드로 즐길 때와 점수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8키 모드는 턴테이블과 페달을 이지투온 설정에서 할당해야 했다. 턴테이블은 마우스 휠로 입력됨과 동시에 회전 방향에 관계없이 ‘\’ 키를 누른 것으로 작동하며, 페달은 ‘;’ 키로 작동한다. 8키 모드 1번 라인에 턴테이블을, 8번 라인에 페달을 할당 후 테스트를 진행했다.
턴테이블 연사를 입력하는 상황이나 턴테이블 롱노트 모두 전혀 문제없이 입력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EZ2AC와 키 배치는 다르지만, 턴테이블을 돌리며 페달을 밟으니 정말 EZ2AC를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며
EZ2AC 기체의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지투콘과 이지투온의 조합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일부 수록곡이나 모드는 EZ2AC에서만 즐길 수 있긴 하지만, EZ2AC 기체는 유지보수가 굉장히 까다로워 추천하기 어렵고 게임의 전망도 이지투온보다 어둡다.
이외에도 이지투온을 아케이드처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도 이지투콘은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가격은 238,000원으로 턴테이블과 페달이 탑재된 국산 리듬 컨트롤러치고 제법 합리적인 편이다.
팩폭을 하시다니..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