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2011년 처음 등장한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갤럭시 S 시리즈와 함께 프리미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매년 가을만 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유저들은 새로운 갤럭시 노트가 어떤 디자인과 스펙으로 나올지 고대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없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갤럭시 S 시리즈의 울트라 모델로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스마트폰의 극적인 실패가 크게 작용했다. 바로 삼성 갤럭시 노트 7(모델명: SM-N930S/K/L)이다.
역대급 신기능 대거 탑재
2016년 8월 2일(미국 시간) '삼성 언팩' 행사에서 공개된 갤럭시 노트 7은 다양한 신기능이 적용되어 눈길을 끌었다. 먼저 갤럭시 노트 시리즈 중 최초로 IP68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을 제공했다. 갤럭시 노트의 아이덴티티였던 S펜은 전작보다 개선된 4,096단계의 필압을 지원했다. 그만큼 더 섬세하게 텍스트와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었다.
또한, 삼성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홍채 인식 기능을 탑재해 '삼성 녹스'와 생체인식을 결합하는 보안 솔루션을 제공했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 중 최초로 올웨이즈 온 디스플레 기능을 탑재한 점, 개인의 데이터와 앱을 분리된 공간에서 관리할 수 있는 보안 폴더 기능을 지원한 점도 눈에 띄었다.
매끈해진 듀얼 커브드 디스플레이
갤럭시 노트 7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 중 처음으로 전면 듀얼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전면에는 강화유리와 곡면 글래스가 적용되었고, 전 방향과 모든 각도에서 완벽한 대칭을 이루었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상반기에 출시된 갤럭시 S7과 비슷했다.
내구성 측면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알루미늄 6000 시리즈를 썼던 갤럭시 S6과 달리 알루미늄 7000 시리즈를 통해 더 단단해졌다. 모바일 디바이스 중 최초로 전면 강화유리로 코닝 고릴라 글래스 5를 사용한 점도 돋보였다.
전반적인 스펙도 업그레이드
갤럭시 노트 7은 지역에 따라 삼성 엑시노스 8890과 퀄컴 스냅드래곤 820 MSM8996을 사용했다. 지원 이동통신의 경우 LTE를 채택했는데, 통신 모뎀 솔루션이 모바일 AP에 탑재된 최초의 갤럭시 노트 시리즈였다. RAM은 4GB LPDDR4 SDRAM을 사용했고, 내장 스토리지는 64GB UFS 2.0이었다. micro SD카드를 통한 저장공간 확장도 가능했다.
화면은 5.7인치 WQHD Super AMOLED 듀얼 엣지를 사용했다. 이 디스플레이에는 새로운 AMOLED 기술인 Y-OCTA를 통해 경량화에 성공했으며, 스트리밍 동영상을 볼 때 실시간 HDR 기능이 적용되어 더 화사한 화면을 볼 수 있었다.
후면 카메라는 12MP로, OIS와 AF 트래킹, 듀얼 픽셀 기술을 활용한 위상차 검출 AF를 지원했다. 또한, 센서 면적이 전작보다 약 25% 정도 커졌다. 전면 카메라는 5MP로, 디스플레이가 플래시 역할을 하는 셀피 플래시 기능이 탑재됐다. 배터리 용량은 3,200mAh로, 15W 고속충전과 9W 무선충전을 지원했다.
스마트폰이 폭탄으로 바뀌다
디자인과 기능이 여러 모로 개선된 갤럭시 노트 7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국내 사전 예약 판매 물량은 40만대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사전예약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제때 스마트폰을 받지 못해 삼성전자가 사과하기까지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갤럭시 노트 7은 노트 시리즈의 역작이 될 줄 알았다.
문제는 큰 맘 먹고 지른 스마트폰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전락한 것이었다. 사전예약으로 받은 갤럭시 노트 7이 충전 도중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모두 비슷한 형태로 왼쪽이 심하게 훼손되었기 때문에 배터리 결함 가능성이 사고의 주원인으로 지적됐다.
해외에서도 갤럭시 노트 7이 터치는 사태가 여러 번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주머니에 있던 갤럭시 노트 7이 발화해 화상을 입는 사고가 벌어졌고, 여러 국가에서는 갤럭시 노트 7의 기내 충전, 사용 등을 금지했다.
이에 2016년 9월, 삼성전자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결함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전량 새제품으로 교환해주는 내용의 리콜 결정을 발표했다. 리콜 규모는 대한민국 40만대, 북미 100만대로, 미국 휴대폰 중 사상 최대 규모였다.
또 다시 터진 문제, 그리고 단종
이 정도 선에서 끝나기만 했어도 갤럭시 노트 7은 여러 모로 말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2016년 10월, 미국 비행기에서 갤럭시 노트 7으로 추측되는 스마트폰이 과열로 연기가 나 이륙 10분 전 승객들이 대피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교체된 제품마저도 폭발 문제가 발생하면서 삼성전자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결국 갤럭시 노트 7은 출시 54일 만에 단종되고 말았다. 미국에서 유통된 갤럭시 노트 7 130만대도 전량 리콜 조치가 이뤄졌다. 또한, 중국에서 판매된 갤럭시 노트 7 19만대도 전량 리콜되었다.
두 배터리 모두 문제가 있었다
갤럭시 노트 7 폭발 사태의 공식적인 원인은 배터리에 있었다. 갤럭시 노트 7에는 삼성SDI 배터리와 중국 ATL 배터리가 사용되었는데 두 배터리 모두 서로 다른 발화 원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배터리는 노트 7 본체와 조립하기 전부터 불량 상태였다.
구체적으로 삼성SDI 배터리는 오른쪽 상단 모서리에서 눌림이 균일하지 않았으며, 설계상의 미스로 분리막이 얇아지면서 내구성이 약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ATL 배터리는 이음새에 비정상적인 돌기가 있었고, 절연테이프가 미부착되었으며 분리막도 너무 얇았다.
결국 갤럭시 노트 7 리콜 사태는 많은 이들에게 최악의 배터리 사태로 기억되고 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기술의 삼성’이라는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고 만다. 또한, 배터리 문제에 대한 트라우마는 추후 불거지는 GOS 사태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팬 에디션으로 돌아오다
시간이 흘러 2017년 7월,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 팬 에디션(FE)을 발표했다. 이 스마트폰은 갤럭시 노트 7의 미개봉 기기와 미사용 부품을 활용해 만들어진 재출시 모델이다. 그래서 디자인도, 성능도 갤럭시 노트 7과 대단히 유사했다.
다행히 갤럭시 노트 FE는 배터리 폭발처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기준으로 좋은 성능에 가격은 저렴하게 출시되어 역대급 갤럭시 노트로 평가하는 유저도 많았다. 이후 삼성전자는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출시한 후 사양을 다운그레이드한 FE 모델을 종종 출시하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