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콘텐츠 확산 부추기는 틱톡 라이트의 '현금보상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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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콘텐츠 확산 부추기는 틱톡 라이트의 '현금보상 시스템'
  • 정혜
  • 승인 2024.09.21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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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보상 규모, 친구 2명 초대에 10만 원
9개월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 수 28배 증가
EU에선 보상프로그램 중단... 한국선 아직 활개
소통과 정보 공유 역할보다 ‘돈벌이’ 수단 전락

[smartPC사랑=정혜] 소셜미디어에 가입하고 ‘좋아요'를 클릭하거나 친구 초대만 해도 포인트가 쌓이고 이를 현금화할 수 있는 앱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너도나도 친구를 초대하고 있으며 피드되는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고 보상을 받고 있다.

​친구 초대, 출석 체크, 영상 시청, 광고 시청 등을 통해 포인트를 제공하며, 이 포인트를 모아 기프티콘이나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영상 공유 소셜미디어(SNS) '틱톡 라이트' 이야기다.

 

틱톡 이미지 화면 캡처

 

파격적인 보상 규모, 친구 2명 초대에 10만 원

보상 규모도 파격적이다. 앱의 '포인트' 탭 첫 라운드에서 친구 2명을 초대하고 출석 체크 등 미션을 완료하면 10만 원이 지급된다. 이후 친구 3명을 초대하면 16만 원, 4명을 초대하면 24만 원이 제공된다. 일반적으로 10원에서 100원 단위의 포인트를 지급하는 다른 보상형 플랫폼과는 차원이 다른 ‘틱톡 라이트’의 이벤트다.

​친구 초대 외에도 10번 출석하면 2,500포인트, 10일 동안 매일 영상을 시청하면 최대 3,135포인트를 얻을 수 있으며, 좋아요 누르기나 관심사 3번 검색과 같은 다양한 이벤트로도 포인트를 제공한다 이 포인트는 현금으로 출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달의 민족 상품권', '스타벅스 상품권', '신세계 상품권' 등으로도 교환 가능하다.

 

모바일인덱스 월간 활성 이용자(MAU)

 

9개월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 수 28배 증가

9월 18일 아이지에이웍스의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서비스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틱톡 라이트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458만 2천515명으로 국내에 처음 출시된 작년 12월(16만 3천355명)에 비해 28배로 급증했다. 올해 소셜네트워크 부문에서 MAU 증가 폭이 200만 명을 넘은 앱은 틱톡 라이트가 유일하다.

틱톡 라이트는 바이트댄스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바이트댄스(ByteDance)는 중국의 글로벌 IT 기업으로 틱톡의 모회사이다. 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틱톡 라이트는 충분한 재정적 지원으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틱톡 라이트는 기존 틱톡 앱보다 용량이 작아 저사양 스마트폰에서도 원활하게 구동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사용자들 사이에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사용자들에게 앱테크(애플리케이션+재테크) 수단으로 입소문이 났기 때문에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현금을 많이 받기 위해 틱톡이 제시한 요건을 채워야 하는데, 이로 인해 이용자들이 틱톡 라이트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소통과 정보 공유 역할보다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보통 소셜미디어를 통한 수익창출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처럼 페이지를 만들어 글을 쓰고 영상을 제작해 콘텐츠를 공유하고, 이용자들의 관심과 평가를 받기 위한 노력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틱톡 라이트는 구독자를 늘리고 조회수를 높여 영향력을 키우고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와는 차원이 다르다.

틱톡 라이트로서는 참여자들에게 보상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현금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틱톡이 제시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로 인해 이용자들은 공격적으로 친구를 추천하게 되며, 이는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을 동반한다.

​또한, 이용자에게 공유되는 영상 콘텐츠가 미성년자에게 지나치게 상업적이거나 선정적일 경우 유해 콘텐츠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보상 시스템이 우선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결국 클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EU, ‘틱톡라이트’ 담배만큼 유해하고 중독성 높아

유럽연합 집행위는 지난 4월 틱톡이 보상 프로그램의 중독성 위험 등에 대한 사전 위험평가를 하지 않은 것은 DSA(디지털서비스법) 위반이라며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틱톡은 이 서비스를 프랑스·스페인에서 만 18세 이상 이용자를 대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틱톡에 연령 확인 제도가 없어 미성년자도 노출될 수밖에 없고 이용자의 정신 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조사 착수의 이유이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짧고 빠르게 지나가는 끝없는 동영상 스트리밍은 재미있는 것처럼 보일 순 있지만 우리 어린이들은 중독, 불안, 우울증 등의 위험에 노출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틱톡 라이트가 '라이트 담배'만큼 유해하고 중독성이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틱톡 라이트’ 유럽연합에서 보상프로그램 영구 중단

그리고 지난 8월 틱톡이 유럽연합(EU)에서 틱톡 라이트의 '보상 프로그램' 시행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틱톡은 EU의 조사를 받던 중 보상 프로그램 시행을 자발적으로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 EU에서는 아예 보상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DSA(디지털서비스법)는 엑스(X)나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에서 허위 정보나 불법·유해 콘텐츠의 유통을 막기 위해 작년 8월 발효됐다. 엑스, 메타의 페이스북, 틱톡 등 19개 대형 플랫폼은 이 법의 특별 감독 대상인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 및 검색엔진'으로 지정돼 특별 규제를 받고 있다. 법 위반 시 연간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방통위, '틱톡 라이트' 중독성 위험 전방위적 검토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도 ‘틱톡 라이트’에 문제가 없는지 등 전방위적인 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현금 보상으로 이용자를 묶어두는 것이 자칫 지나친 ‘디지털 중독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조치이다. 그러나 이미 ‘틱톡 라이트’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방통위 검토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디지털 콘텐츠의 유해성으로부터 아동청소년의 보호는 국가적 사회적 책무를 가져야 하는 중요한 정책 과제이다. 따라서, 국내 사업자에 대한 이용자 보호 책무뿐만 아니라 ‘틱톡 라이트’와 같은 국외 사업자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혁신적인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고 기여하는 이용자들에게 생색내기식 푼돈 보상이 아닌, 유해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실질적이고 적절한 보상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digitalpeep님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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