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연구·개발로 게임 화질·성능 향상시키는 기술 라데온에 적용
라이젠 프로세서와 높은 호환성 보장되는 라데온
[디지털포스트(PC사랑)=방수호 기자] PC 사용자에게 있어서 ‘지포스(GeForce)’는 그래픽카드의 대명사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조사인 엔비디아(NVIDIA)가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해 안정적인 드라이버를 개발해 왔고 오랜 기간 게임 화질과 GPU 성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제품 사용자들의 신뢰도 역시 높은 편이다.
그러나 너무나 긴 시간 동안 1위 자리에 있었기 때문일까? 근래 출시된 지포스 그래픽카드들은 모델에 따라 성능 격차가 심해지거나 가격이 급격하게 치솟는 등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는 점도 제법 눈에 띄고 있다.
그런 점이 못마땅한 소비자들은 경쟁사인 AMD의 라데온(Radeon) 그래픽카드로 눈길을 돌리기도 하지만 그쪽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 주저하기도 한다. 그러나 라이젠(Ryzen) 프로세서 출시 이후 역량이 크게 성장한 AMD는 라데온 그래픽카드와 드라이버 연구 개발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다른 기업들과 협력 규모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그래도 망설이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라데온이 필요한 이유를 소개해보겠다.
1. 경쟁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
그래픽카드는 PC 하드웨어 중에서 고가에 속하는 제품이다. 특히 게이밍 PC용 그래픽카드는 적어도 40만원 정도는 지불해야 적당한 제품을 살 수 있으므로 소비자는 구매하기 전 최대한 정보를 모으면서 가격을 비교한다.
가격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라데온은 지포스보다 한발 앞서고 있다. 게이밍 그래픽카드로서 수요가 많은 라데온 RX 7600·7700 XT·7800 XT는 각각 경쟁 제품인 지포스 RTX 4060·4060 Ti·4070보다 가격이 10~15% 정도 저렴하거나 비슷하다.
10만원 이상 절약하는 경우 그 돈으로 CPU나 메모리, SSD 등 다른 하드웨어를 상위 제품으로 구입해 전반적인 PC 성능을 더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2.경쟁 제품보다 뛰어난 성능
라데온의 무기는 저렴한 가격만이 아니다. 라데온 RX 7600은 지포스 RTX 4060보다 가격이 10% 정도 낮으면서도 게임에 따라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고, 라데온 RX 7700은 지포스 RTX 4060 Ti와 비슷한 가격이면서도 조금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 그리고 라데온 RX 7800 XT는 지포스 RTX 4070보다 10만원 가량 저렴하면서 게임 성능은 약간 더 높다.
3. 게임 화질·성능 향상시키는 기술 1: AFMF 2
라데온 RX 7000 시리즈는 ‘AMD Fluid Motion Frames 2(이하 AFMF 2)’ 기술이 적용된 것도 장점이다. AFMF 2는 드라이버 상에서 그래픽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간해 게임 프레임을 생성하는 기술인데, 이를 통해 게임 환경에서 GPU 연산만으로 만들지 못하는 프레임이 추가돼 기본 상태보다 우수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Deep Learning Super Sampling(이하 DLSS)’ 기술로 같은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AI(인공지능) 기반 기술이어서 프레임 생성을 위한 학습 자료가 필요하고, 개발사의 활용 능력이 필요해서 지원 대상 게임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AFMF 2는 대부분의 게임에서 활용 가능하므로 범용성 면에서 유리하다.
4. 게임 화질·성능 향상시키는 기술 2: FSR
AMD가 개발한 ‘FidelityFX Super Resolution(이하 FSR)’도 라데온 사용 시 주목할 만한 이점이다. FSR은 그래픽 품질과 게임 프레임을 높이는 것이 특징인데 엔비디아의 DLSS에 맞서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다.
DLSS처럼 AI를 활용한 것은 아니어서 움직이지 않는 캐릭터와 사물 등에만 효과가 최대한 발휘되는 한계가 있으나 오픈 소스 방식으로 개발돼 범용적으로 사용 가능하고, 심지어 지포스 그래픽카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라데온 그래픽카드로 사용 시 최적화 면에서 더 유리하다.
5. 경쟁 제품보다 넉넉한 메모리 용량
그래픽카드는 GPU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메모리 사용량이 증가한다. GPU가 고도의 연산을 하거나 화면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늘어나는데 4K 해상도 이상에서 최신 게임을 최고 화질로 설정해 실행하는 경우 메모리 사용량을 보면 8GB 정도는 가뿐히 넘어간다.
그래서 게이밍 그래픽카드라면 메모리 용량이 많을수록 유리한데 라데온은 고성능 제품에 속하는 라데온 RX 7800 XT·7900XT·7900XTX가 각각 16GB·20GB·24GB여서 비슷한 가격대인 지포스 모델보다 4~8GB 더 많아서 유리하다.
6. DP 2.1 등 최신 인터페이스 적용
라데온 그래픽카드는 최신 인터페이스도 빠르게 적용됐다. 라데온 RX 7000 시리즈(RX 7700 XT 이상)는 PC용 그래픽카드 중 처음으로 디스플레이포트(이하 DP) 2.1이 도입됐는데, 그에 따라 DP 1.4가 적용된 지포스 RTX 40 시리즈보다 8K 해상도에서 원활한 대역폭을 제공할 수 있다. 지포스 RTX 40 시리즈는 HDMI 2.1 단자로 8K 해상도를 큰 제약 없이 사용 가능하지만 라데온 RX 7000 시리즈는 DP 2.1과 HDMI 2.1 모두 사용 가능해서 인터페이스 구성 면에서 우위에 있다.
7. 라이젠과 높은 호환성 보장
라데온 그래픽카드의 GPU는 AMD가 개발하므로 출시 초기부터 라이젠(Ryzen) 프로세서와 호환성이 보장된다. 물론 GPU와 CPU 모두 다양한 국제 표준과 운영 체제 호환성을 고려해 개발되므로 서로 다른 기업의 제품을 조합한다고 해서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우려는 희박하다. 다만 라데온과 라이젠은 기본적인 호환성은 기본이고 최적의 성능을 내는 것도 염두에 둔 상태로 개발되므로 한층 더 신뢰할 수 있는 조합이다.
8. 최신 규격 대신 호환성 선택한 보조전원 커넥터
근래 출시되는 지포스 제품들을 보면 보조전원 커넥터가 12VHPWR이나 12V-2x6 같은 최신 규격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얇은 케이블 하나로 600W에 달하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서 기존의 6+2핀 보조전원 커넥터에 케이블 2~4개를 주렁주렁 연결하는 것보다 훨씬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최신 규격은 이전 세대 파워 서플라이에 호환되는 케이블이 없는 경우가 생겨서 그래픽카드만 새로 구입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다.
그 점을 고려한 AMD는 라데온 RX 7000 시리즈에 6+2핀 커넥터만 적용했다. 비록 케이블을 여러 개 연결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지만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12VHPWR과 12V-2x6 커넥터 때문에 소비자가 겪게 되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9. 성능과 편의성 개선된 아드레날린 소프트웨어
AMD는 엔비디아보다 그래픽카드용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오랫동안 받았는데 근래에 현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Adrenalin Software(이하 아드레날린 소프트웨어)’ 이후에는 그 평가가 바뀌기 시작했다. 사용자가 필요한 기능이 있으면 아드레날린 소프트웨어 내에서 관련 항목으로 이동해 설정을 변경할 수 있고, 불필요한 기능을 비활성화해서 그래픽카드를 조금 더 쾌적하게 쓸 수 있다.
10. 엔비디아의 독점을 방지하는 수단
AMD가 2017년 라이젠 프로세서를 선보이기 전까지 인텔은 CPU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당시 인텔은 일반 소비자용 CPU는 4코어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6코어 이상 CPU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판매했었다. 인텔의 그런 태도는 라이젠이 등장하면서 6·8·12코어 CPU가 대중화되자 철회됐고 이제는 AMD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가격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현재 그래픽카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도 근래에는 제품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AMD의 라데온은 이를 견제할 효과적인 수단이다. 라데온이 뒤에서 꾸준하게 따라오고 있고 가성비 높은 그래픽카드를 계속 선보이고 있는 한 엔비디아는 최상위 모델을 제외한 다른 제품들의 가격을 무턱대고 높이기 힘들다. 즉 소비자들이 라데온을 구매할수록 향후 성능이 높은 지포스를 적정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