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호 커버스토리 : 배송 이어 AI패권 전쟁... 혁신의 K커머스 20년
'검색 1위-토종기업' 네이버의 이커머스 도전기
'검색+이커머스' '가격 비교' 출사표
이커머스 홍수 속 '상생' 외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창업 50만곳, 구매 2천만명
'AI 고도화-물류 혁신' 네이버 승승장구

[디지털포스트(PC사랑)=신현숙 기자 ] 대한민국은 온라인쇼핑에 '진심'이다. 온라인을 통해 가격을 비교한 뒤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오프라인 상점에서 원하는 상품의 실물을 보고 실제로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현실에 힘입어 국내 이커머스 산업은 해마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42조 148억원에 달한다. 한 해 전인 2023년(227조 5040억원) 대비 6.4%가 커진 규모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활약이 주효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으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손쉽게 검색,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결과다. 그중에서도 국내 이커머스 산업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는 토종기업 '네이버'의 역할이 가장 두드러졌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쿠팡'과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내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위기와 환희의 순간들을 되짚어봤다.
'검색+이커머스' '가격 비교'... 네이버의 출사표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은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태동했다. 초기에는 인터파크, G마켓, 옥션 등 1세대 온라인 쇼핑몰들이 각축전을 벌였다.
그 무렵 네이버는 다음, 야후와 함께 국내 검색 포털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네이버는 2003년 '네이버 지식쇼핑' 서비스 출시와 함께 이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했다. 네이버의 강점인 '검색' 기능을 이커머스와 결합하며 단숨에 선두권 자리를 꿰찼다. 상품 하나를 두고 여러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가격을 비교, 최저가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이러한 초고속 성장의 비결로 꼽힌다.

이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요동쳤다. 차별된 서비스가 쏟아지고, 새로운 플레이어들의 등장도 늘었다. 당시 옥션은 '경매'라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G마켓은 동대문 패션이라는 차별화된 패션쇼핑 영역을 추가하며 인기를 끌었다. 지마켓, 옥션의 2강 체제에 11번가가 도전장을 낸 것도 이때부터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경쟁 구도는 더 복잡해졌다. 쿠팡, 티몬, 위메프와 같은 소셜커머스 기업들이 대거 참전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용어 설명
☞ 오픈마켓: 대표적으로 G마켓, 옥션, 11번가 등이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 역할을 한다.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 소셜커머스: SNS 채널을 활용해 '공동구매' 형태로 할인된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을 일컫는다.
이커머스 홍수 속 '상생' 외친 네이버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쇼핑몰이 우후죽순 등장하는 가운데, 네이버는 2012년 오픈마켓 형태의 '샵N'을 출시했다. 상품 리스트가 아닌 '상점' 자체를 네이버에 등록하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2년 후인 2014년, 네이버는 다시 차별화를 꾀했다. 판매 수수료를 없앤 '스토어팜'(현재 '스마트 스토어'의 전신)을 공개한 것이다. 혜택은 판매자들에게 돌아갔다. 간단한 입점 절차만 거치면 네이버를 통한 상품 판매가 가능했다.
소비자들도 다양한 상품을 접할 기회를 잡았다. 네이버는 결제 과정에서의 편의성도 개선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를 도입한 결과다. 네이버 아이디 하나로 결제부터 배송 추적까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
다만 이커머스 시장에 후발주자로 입성한 네이버를 두고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저마다 기업들이 각자의 강점을 내세우며 충성 고객을 확보한 가운데, 네이버의 '상생' 전략이 통할 수 있을지는 안갯속이었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러한 우려를 뚫어내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2021년까지 창업한 누적 스마트 스토어는 약 50만 곳에 달했다. 이커머스 시장의 활황과 스마트 스토어의 성장이 맞물려 이 시기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도 눈에 띄게 불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21조원에 불과했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2020년 161조원으로 약 8배 커졌으며 연평균 성장률은 20% 가까이 올랐다.
'AI 고도화-물류 혁신' 네이버 승승장구
네이버는 이커머스 사업 초창기부터 '상생'을 지속 강조하며 뚝심있는 행보를 이어갔다. 이를 위해 기술적 혁신에도 나섰다.
일례로 2017년 공개된 '에이아이템즈(AiTEMS)'는 네이버가 개발한 AI 기반의 개인화 상품 추천 기술이다. 가령 스마트 스토어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AI가 이 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용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선호할만한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각 사용자에게 '맞춤형'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커머스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초개인화' 쇼핑 경험은 스마트 스토어 구매자 수 증가와 판매자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네이버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스마트스토어 구매자 수는 2000만명을 넘어섰다. 월 거래액 1억원 이상의 스토어도 4000곳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로 대표되는 C커머스의 출현으로 네이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침투한 C커머스는 무서운 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AI 기술과 물류 서비스 강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전략을 추진 중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달 7일 "AI 기술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고도화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중심에는 올해 상반기 중 첫선을 보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이 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2017년 네이버가 공개했던 '에이아이템즈'를 더욱 고도화한 서비스다. AI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물론, 특가 라이브, 프로모션 정보 등도 제공한다.
한편 물류 서비스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네이버는 2022년 '네이버도착보장' 서비스를 공개하며 당일 및 일요배송에 나섰다. 수요가 높은 생필품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빠른 배송 서비스를 펼친 것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CJ대한통운, 품고, 파스토 등의 물류사와 협력했다. 네이버가 물류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물류사의 물류 및 배송망을 연결해 배송 속도를 높인 것이다. 유통 과정에서 판매자가 판매 및 물류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협력 물류사와 함께 올해 초 출시 예정인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지금배송, 새벽배송, 오늘배송, 내일배송, 휴일배송 희망일배송 등 다양한 배송 옵션을 적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특히 지금배송의 경우 1시간 내외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네이버 스토어 판매자와 물류사가 개별적으로 계약해왔으나, 물류 서비스 개편에 따라 판매자의 물류 프로세스가 간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가 이 같은 혁신이 우리나라 이커머스 산업의 판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동 취재단 : 디지털포스트(PC사랑) 이백현 기자 l 시장경제 최지흥 팀장, 배소라 기자, 최유진 기자, 현명희 기자, 신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