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크 뉴켐 포에버 커스텀 PC. 조립 PC의 매력이다. 출처 - www.geforce.com
아직까지 PC는 매장에 들어가 ‘이거 주세요’ 할 정도로 편리하게 구매할 제품이 아니다. CPU부터 케이스까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가격을 비교해 자신의 용도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맞추는 일은 어렵지만 즐거운 쇼핑 중 하나다. 브랜드 PC에서 새 PC를 조립형으로 바꾼 사용자들을 만나 조립 PC의 장단점을 물었다.
정환용 기자
기자의 PC 라이프 최대의 실수는 홈쇼핑에서 데스크탑 PC를 구매한 일이다. 1998년 당시 인텔 펜티엄 MMX CPU가 시장을 호령할 때, 386 컴퓨터를 사용하던 기자의 책상에 어느 날 세로형 케이스와 17인치 완전평면 모니터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케이스와 모니터에 떡하니 붙어 있는 조립 전문업체의 로고! 당시 기자의 친구가 용산에서 직접 조립, 구매한 PC는 기자의 것보다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가격이 20% 이상 저렴했던 것이 기억난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기자는, 그 때부터 하드웨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PC 라이프의 흑역사 중 하나였다.
백견이 불여일행, 구경만 하지 말고 도전하자
두 번만 더 말하면 백만 번쯤 될 것이다. 대부분의 전자제품은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보편적이기도 하고 여러 모로 편리하다. 하지만 PC만큼은 다르다. 커스텀의 요소가 강한 분야인만큼 문서 작성에 GTX670이 필요할 이유가 없고, 영화 매니아에게 블루레이 드라이브는 필수다. 자신이 원하는 사양과 그에 합당한 가격대를 찾아 맞추는 것이 PC 구매의 진정한 목적이다. 브랜드 PC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두 번만 더 말하면 백만 번쯤 될 것이다. 대부분의 전자제품은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보편적이기도 하고 여러 모로 편리하다. 하지만 PC만큼은 다르다. 커스텀의 요소가 강한 분야인만큼 문서 작성에 GTX670이 필요할 이유가 없고, 영화 매니아에게 블루레이 드라이브는 필수다. 자신이 원하는 사양과 그에 합당한 가격대를 찾아 맞추는 것이 PC 구매의 진정한 목적이다. 브랜드 PC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PC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하드웨어나 조립에 능통할 수는 없다. 사용자로서 자신이 사용하는 PC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알아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기초 이상의 지식을 강요할 순 없다. 그런 면에서 브랜드 PC를 선택하는 것을 납득할 수는 있지만, 조금만 공부하면 개인 사용자에게는 조립 PC가 가격이나 성능, 제품의 품질 보장 등 여러 면에서 브랜드 PC보다 나을 수 있다.
PC 매니아들은 일반 케이스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만의 PC 케이스를 만들기도 한다.
서울의 컴퓨터 메카인 용산은 아직 죽지 않았다.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조립 PC를 알아보기 위해 용산을 찾는다. 브랜드 PC를 사용하다가 조립 PC를 구매하러 온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들을 만나 브랜드 PC와 조립 PC가 어떻게 다른지, 왜 조립 PC를 구매하게 됐는지 물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조립 PC에 긍정적인 입장이었고, 스스로 하드웨어 스펙을 맞추는 것이 재미있다는 의견이 많았다.(인터뷰에 응한 소비자들 대부분이 비공개를 요청해 연령과 직업만을 밝힌다.)
공통 질문
1. 브랜드 PC를 구매한 경험과 조립 PC를 선택하게 된 계기
2. 소비자가 생각하는 조립 PC의 장점과 단점
3. 조립 PC를 구매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
1. 브랜드 PC를 구매한 경험과 조립 PC를 선택하게 된 계기
2. 소비자가 생각하는 조립 PC의 장점과 단점
3. 조립 PC를 구매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
▷ 20대 중반, 남성, 대학생 게이머
“리그 오브 레전드가 가장 쉬웠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가 가장 쉬웠어요.”
구매한 PC : 인텔 i5-3570, GeForce GTX660Ti
1. 얼마 전까지 아버지 회사에서 사용하던 대기업의 PC를 집에서 사용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구매한 제품이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할 때 느려지는 현상이 잦았어요. 포맷 후 OS와 프로그램들을 재설치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구요. 케이스를 열어보니 그래픽카드나 파워서플라이는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없었고 메인보드도 그다지 좋은 칩셋이 아니었어요. PC를 잘 아는 친구에게 보여주니 이 제품을 그 가격이나 주고 샀냐며 놀리더라구요. 결국 아버지 회사에 도로 가져다 놓고 제가 사용할 PC를 직접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2. 예전에는 아무래도 대기업이니까 A/S 정책이나 관리가 더 편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조립 PC도 각 하드웨어마다 워런티가 보장돼 있고, 쇼핑몰마다 PC A/S 서비스를 일정 기간 제공해 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제품에 대한 언론이나 블로거들의 리뷰도 많아서 제 나름대로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믿음이 가구요. 다만 OS부터 각종 프로그램들을 알아서 설치, 운영해야 해서 약간 어렵게 느껴지긴 합니다.
3. 제 경우에는 주로 게임을 즐겨 해서 다른 것보다 VGA를 좀 더 좋은 제품으로 장착했구요, 사람마다 어울리는 옷이 있듯 PC도 하드웨어 조합을 잘 해야 할 것 같아요. 저희 아버지처럼 워드와 액셀, 인터넷 검색이 전부인 사람에게 제가 고른 스펙은 필요 없거든요. 자기 용도에 맞는 수준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30대 초반, 여성, 주부 파워블로거
“사진과 영상이 제 PC의 전부에요.”
“사진과 영상이 제 PC의 전부에요.”
구매한 PC : 인텔 i3-3220, Radeon HD7770
1. 저는 솔직히 하드웨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요. 베이커리 관련 블로그를 오랫동안 운영하며 파워블로거가 됐지만, 사진을 찍어 편집하고 블로그에 올리는 작업을 제외하면 PC를 켜고 끄는 게 거의 전부라고 봐야죠. 그래서 홈쇼핑에서 구입한 PC를 몇 년이나 사용해 왔는데, 너무 느려져서 남편에게 물어보고 업그레이드를 하려 하니 차라리 한 대 새로 구입하는 게 낫겠더라구요.
2. 컴퓨터 문제로 남편과 다투곤 하는데, 저보고 ‘몰라도 너무 모른다’지 뭐에요. 그래서 꾹 참고 ‘그러면 자기가 알아봐 달라’ 했더니 금액을 불러주고는 알아서 해보래요. 오기가 생겨서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알고 나니까 홈쇼핑에서 PC를 구입한 게 너무 아깝게 느껴지더라구요. 그 당시에 더 좋은 사양을 더 싼 가격으로 살 수 있었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제가 주부다 보니까 성능보다는 가격에 좀 더 신경을 쓰는데, 조립으로 맞추면 확실히 대기업 컴퓨터보다는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좋아요.
3.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걸 아는 남편이 딱 하나 알려주더라구요. ‘SSD를 사라’구요. 그게 일반 하드디스크보다 훨씬 빠르다고 해서 SSD를 C드라이브로 하고, 사진과 영상을 저장하는 HDD도 함께 장착했어요. 그래픽 카드나 CPU는 제가 게임을 하지 않아서 저가형으로도 충분했구요. 저는 케이스를 고르는 게 제일 오래 걸렸어요. 컴퓨터도 내 집에 놓는 건데, 예쁜 게 더 좋지 않겠어요? 이렇게 구매해도 전에 쓰던 컴퓨터보다 훨씬 싸고, 속도도 너무 빨라서 만족했어요.
▷ 40대 후반, 남성, 중소기업 대표
“모니터가 지금보다 더 컸으면 좋겠는데...”
“모니터가 지금보다 더 컸으면 좋겠는데...”
구매한 PC : i3-3220 내장그래픽 사용
1. 우리 회사 직원이 처음엔 여섯 명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30명 가까이 있지만, 당시에는 창업 초기라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어요. 사무집기도 대충 구입하고, 무엇보다 저와 직원들이 사용할 컴퓨터를 일일이 고를 시간이 없어서 그냥 대기업 전자제품 매장에서 괜찮다 싶은 걸 샀죠. 1년쯤 지나서 직원들이 컴퓨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실수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컴퓨터를 잘 아는 직원하고 용산에 와서 회사 컴퓨터를 모두 다시 구매했죠. 지금은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2. 아무래도 대표다 보니까 뭐 하나를 눈여겨봐도 단점부터 찾으려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조립 컴퓨터를 처음에 알아볼 때는 그래픽카드도 그렇고 파워서플라이도 그렇고, 회사나 제품들이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어요. 한참을 공부하고 알아보고 나서야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어떤 사양으로 맞춰야 할지 감이 잡히더라고. 그렇게 맞추니까 대기업 컴퓨터보다 더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더 좋다고 직원들이 좋아했어요. 키보드나 마우스도 서비스로 주니까 정도 생기고, 그래서 새로 입사한 직원이 쓸 컴퓨터도 그 곳에서 다시 주문했습니다.
3. 젊은 사람들이야 컴퓨터로 못 하는 게 없으니 비싸고 좋은 걸 사용해야겠지만, 저는 컴퓨터로 기껏해야 타자 좀 치고 이메일 좀 보내고, 뉴스나 찾아보는 게 전부거든요. 그런데 전에 갔던 어떤 매장에서는 요즘 이 정도 스펙은 기본이라면서 가격을 점점 올리더라고. 한 바가지를 줘도 한 모금이면 충분한데 말입니다. 우리 직원이 잘 설명해서 내 컴퓨터는 딱 30만 원에 맞췄어요. 그 이상은 내겐 필요가 없어요. 결국 컴퓨터를 사는 사람도 알고 사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100만 원짜리가 필요 없는데 낭비할 수 없잖아요. 파는 사람하고 같이 사는 사람도 공부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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