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 독립성 최대 이슈 주목
농·축협 건전성 관련 내부통제 개선시급
[smartPC사랑=박봉균 기자] 12일로 취임 180일을 맞는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의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평가는 아직 출발선이다. 본격적인 시험은 이제부터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남은 하반기 주요 현안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 지가 강호동號의 성패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취임 6개월 성적표에는 갓 출범한 중앙회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은 ‘허니문 효과’와 17년만에 조합원 직선제로 선출된 강 회장이 역대 회장들과의 차별화를 통해 얻어진 부수적 효과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임 효능은 사라질 수밖에 없고, NH농협은행 배임 논란에 이어 농협금융지주 독립성, 지역 농축협 부실 누적 등에 따른 조합원들의 불만은 전임 중앙회 보다는 새 중앙회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3월 강호동 회장은 출범 일성으로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통합, 무이자 자금 20조로 증액, 상호금융사업 제1금융권 수준으로 높이기 등의 공약을 내걸고 미래전략실을 신설, 농협 개혁에 드리이브를 걸었지만 여전히 내부통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굵직한 일정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우선 현재 농협 지배구조 논란의 중심에는 중앙회가 장악력을 쥐고 있는 농협금융지주의 독립성 문제가 자리한다. 2012년 신경분리(신용·경제사업 분리) 이후 10년 이상 논쟁거리였다. 지난해 신용사업에서 5조5849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반면 경제사업에서는 3조549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의 격차는 점점 벌이지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배를 포기 못하는 배경이다. 농업지원사업비 곳간은 농협금융인 셈이다.
2023년 농협금융의 농업지원사업비는 4927억원, 농협경제는 474억원으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신용사업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사업비(1조5747억원)만 따져도 농협경제보다 7배 많다. 농협금융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농협경제와 단위 농협을 지탱하고 있는 구조다. 농협은행이 농협경제지주에 제공하고 있는 채권규모가 5년전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금감원과 정치권이 들여다보고 있는 대목이다.
경제지주 뿐만 아니라 산하 비금융 계열인 농협하나로유통, 농협케미컬, NH농협무역 등 20여개 관계사에 대한 채권 역시 작년기준 총 1조2689억원에 달한다. 농협은행에서만 총 4조원 이상의 자금을 경제지주 및 관계 회사들에게 지원 중인 것이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지주의 독립성 이슈를 넘어 전 농협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 개입도 검사 중이다. 정치권이 배임, 외환 송금 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의 원인으로 이러한 지배구조를 지목하는 이유다.
이와함께 강호동 회장이 직면한 난제 중에는 지역 농협과 축협의 재정 건전성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지역 농·축협 1111곳의 대출 연체율 및 연체액 자료에따르면 대출 연체액이 올 들어 15조 원에 육박했다. 연체율 10%가 넘는 부실 우려 조합도 85곳으로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또 같은 위원회 소속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여간(2019~2024.8) 농·축협 금융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여간 발생한 금융사고 건수는 280건으로 사고액은 1,119억원에 달했으나, 회수율(사고금액에 대한 회수 비율)은 약 17% 수준인 188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대해 조합원인 농민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협중앙회나 농협금융 등 특정 부문이 아닌 범농협 차원의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강 회장 역시 이를 명확히 꿰뚫고 있는 듯 하다. 취임식 이후 약 한 달 동안 지속적으로 혁신의 필요성을 내·외부에 피력해 왔다. 중앙회에 미래전략실을 신설, 지역 농축협와 중앙회를 연결하고 혁신을 꾀하고 있다. 강 회장은 미전실을 통해 금융사고 차단을 위한 농·축협 시재금 관련 내부통제 개선, 상임감사제 도입 확대, 감사시스템 사전예방 기능 강화 등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강 회장의 중장기 전략을 뒷받침할 미전실의 탄생이 농협 개혁의 완성은 아니다. 전국 조합장의 절반가량이 처음부터 강 회장이 이끌 농협을 지지한만큼 ‘강호동의 혁신 의지’ 자체가 필요조건이다. 농협중앙회 한 조합원은 “강호동 회장 취임 반년이 개혁 리뷰 및 개발 단계였다면 향후 반년은 본격적인 정책집행 단계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나름대로 대비가 돼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