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용쟁호투③] 패권 노리는 SK하이닉스... 초미세공정 열쇠 '하이-NA E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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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용쟁호투③] 패권 노리는 SK하이닉스... 초미세공정 열쇠 '하이-NA EUV'
  • 성지온 기자
  • 승인 2024.12.2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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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하이-NA EUV 도입 계획 밝혀
하이-NA EUV... 기존 제품 대비 '해상력' 월등
고성능 D램 초미세 경쟁 심화... EUV '기본값'
삼성, SK이어 마이크론도 EUV 도입 추진
초미세 회로 선폭 구현 장점... 원가 경쟁력도
운용 난이도 매우 높아... 초기 '시행착오' 불가피
"EUV 공정 숙련도 따라 향후 시장 패권 달라질 것"

[편집자 주]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소품종 대량생산이란 개념 아래 규모의 경제가 대세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누가 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좁힐 수 있는지가 승부를 가르는 열쇠로 인식되고 있다. 

공정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면서, '반도체 집적도는 1.5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도 더는 유효하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이런 흐름 속에서 D램 초미세 공정 기술의 한계를 돌파할 카드로, 네덜란드 ASML사의 '하이-NA EUV' 장비에 주목했다.

SK하이닉스는 10나노미터급 4세대(1a) 모바일 D램 양산 단계부터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를 일부 활용하기 시작했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10나노미터급 4세대(1a) 모바일 D램 양산 단계부터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를 일부 활용하기 시작했다. 사진=SK하이닉스

[디지털포스트(PC사랑)=성지온 기자] SK하이닉스는 2026년 하이-NA EUV 장비를 도입해 최선단 공정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EUV(극자외선, Extreme Ultra-Violet) 제품보다 한층 높은 해상력(빛을 모으는 능력의 단위)을 갖춘 이 장비는 D램 미세공정 한계를 넘어설 유력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SK하이닉스가 초미세 공정 패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하이닉스, 초미세공정 열쇠 '하이-NA EUV' 도입

반도체 회로 폭이 10나노대로 좁아지면서 글로벌 메모리 3사의 기술력은 동일 선상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ASML로부터 차세대 반도체 장비인 하이-NA EUV 노광장비 1대를 발주했다. 하이-NA EUV는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의 유일한 해법으로 평가받는다.

회사는 2026년을 전후로, 하이-NA EUV 기반의 고성능 D램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초 ‘하이-NA EUV 기술개발팀’을 신설, 사내 각 사업부와 연구조직에서 전담 인력을 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한 임원은 올해 8월 열린 학술대회에서 “2026년 하이-NA EUV 장비를 도입할 예정이며, 관련 인력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하이-NA EUV를 기존 EUV와 함께 사용할 것으로 관측했다. 회사는 최근까지 기존 노광(포토)공정 기술인 불화아르곤(ArF)과 EUV를 함께 사용하면서 첨단 장비의 침투율을 서서히 높였다.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을 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UV 장비는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는 물론이고 메모리 영역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 이후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치솟으면서, 차세대 고성능 D램 개발을 위한 필수 옵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더 작은 단면에 다양한 고객 맞춤형 기능을 탑재하려면 초미세 공정은 불가피하다. EUV는 파장이 불화아르곤 대비 14분의 1에 불과해, 정교한 미세 공정 작업에 특장점이 있다.  

☞ 반도체는 한 장의 웨이퍼에 얇고 강력한 빛을 쫴, 회로를 그려 넣는 '노광(포토)' 공정을 거친다. 20나노급까지는 이 과정에서 불화아르곤(AfF) 광원을 사용했지만, 10나노대로 접어들면서 ASML의 EUV 사용 비중이 늘고 있다. EUV는 파장 길이가 불화아르곤의 1/14에 불과하다. 세밀한 회로 패턴 구현에 적합하고, 회로를 그리는 마스크 숫자도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이다.

초기 투자 비용을 제외하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EUV 장비를 도입하는 이유다. 가령 액침 ArF 장비로 고성능 D램을 만들려면, 웨이퍼 위에 회로를 여러 차례 반복해 그려야 한다. 반면, EUV 장비는 한두 차례 만에 패터닝 작업을 마칠 수 있다. 공정이 줄어드는만큼 생산 비용도 감소한다. 

메모리 반도체에 최초로 EUV를 적용한 회사는 삼성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3월 EUV 장비를 10나노급 1세대(1x) 공정에 적용했다. SK하이닉스는 약 1년 4개월 뒤인 2021년 7월께 10나노급 4세대(1a) 공정부터 EUV 장비를 투입했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 개발 로드맵은 10나노급부터 1세대(1x), 2세대(1y), 3세대(1z), 4세대(1a), 5세대(1b), 6세대(1c) 순으로 이어진다. 세대 수가 오를수록 최선단 공정이며, 선폭이 촘촘하다.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더 많은 칩을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높은 수율로 만들수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1년 2월 “향후 5년간 총 4조7549억원을 투자해 ASML의 EUV 장비를 매입하겠다”라고 공시했다. 회사가 EUV 장비 대수를 공개한 적은 없지만, 증권가 등에선 올해 8대 등 최소 13대 이상을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했다. SK하이닉스 측은 "장비 보유 대수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짧게 말했다.

 

무어의 법칙?… 초미세 공정에선 더 이상 통하지 않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메모리 3위 업체인 마이크론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초미세 회로 경쟁에 뛰어든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10나노급 6세대(1γ, 1c에 대응) D램부터 EUV 장비를 적용한다. 메모리 톱(TOP) 3사가 모두 EUV 장비로 무장하면서, 추후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43.5%), SK하이닉스(34.2%), 마이크론(19.4%) 순이다. 삼성전자는 1위를 수성했으나, 직전 분기(44%)와 2023년 4분기(45.5%) 대비 점유율이 소폭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전 분기(31%)와 지난해 말(31.8%) 대비 점유율이 모두 상승했다.

산업연구원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기술 개발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정체된다. 기술 난도가 높아지면서 더 이상 무어의 법칙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1년 6개월이나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집적도와 성능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라며 "선두 업체가 기술 개선에 3~4년 걸렸다면, 이를 추격하는 업체는 그보다 짧게 걸린다. 다시 말해 추격자는 빨라지는데 앞서 나가는 업체는 속도가 늦어지다 보니, 그 간극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EUV… '시행착오' 등 임상경험 필수

고성능 D램 수요가 확대되면서 초미세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EUV 장비는 오늘날 기본값이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하이-NA EUV나 EUV를 단순히 많이 도입한다고 해서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첨단 장비로 선폭을 최소화할 수는 있어도, 제품을 완벽하게 양산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텔이 있다. 반도체 제국 부활을 외치는 인텔은 올 초 ASML의 하이-NA EUV 장비 6대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ASML의 연간 생산 가능량이 5~6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텔이 사실상 초기 물량을 독점한 셈이다. 

그러나 인텔은 레거시 제품군은 파운드리 7나노 공정에서조차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하락 문제를 겪고 있다. 고객사 확보도 여의찮아 올해 상반기까지 인텔의 누적 적자는 53억 달러(약 7조5000억원)에 달한다. 회사의 전사적 숙련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첨단 장비도 그 효용이 현저히 떨어진다. 

산업연구원 김양팽 전문연구원도 첨단 장비를 갖춘 인텔의 부진 이유를 '숙련된 인력'과 '경험 부족'에서 찾았다.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의 권석준 교수는 “D램이든,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든, 트랜지스터의 물리적 크기를 계속 줄여나가야 하는 반도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EUV를 안 쓸 수 없다”면서도 “지금까지 쓰던 DUV(불화아르곤 기반 노광장비)보다 훨씬 더 다루기 까다롭고 수율도 낮게 나오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런 시행착오를 어느 정도 잡고 EUV 공정을 안정화한 기업 순서대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석준 교수는 "EUV 10대로 수율 30%를 찍는 것이나, EUV 5대로 수율 60% 찍는 것이나 양산 규모는 결국 같다. 오히려 후자가 비용을 더 많이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이 올라간다"면서 "EUV 도입도 중요하지만, EUV를 통해 생산되는 차세대 메모리 수율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EUV로의 전환 과정에서 충분히 수율이 안정되면 EUV 도입 대수도 양산 규모에 맞춰 조금씩 늘어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공정 효율을 극대화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EUV 공정에 신소재를 적용하거나 설계 기술을 혁신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1C D램 개발 성공을 바탕으로, 그 이후 세대에서도 고성능 AI 메모리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강조했다.

 

*공동 취재단 : 디지털포스트(PC사랑) 임병선 팀장, 이백현 기자 l 시장경제 산업1팀 최종희 팀장, 최유진 기자, 산업2팀 성지온 기자, 금융부 유경표 기자, 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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