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기반 닦은 플랫폼 사업 영업 본격화
땡겨요·BaaS 고객 확보 집중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연말 인사에서 새로운 인물을 전면 배치하며 세대교체와 조직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은행권의 인사 태풍 속에서도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하며 경영 연속성을 확보했다. 정 행장이 자리를 지키면서 안정적 출발을 할 것이란 세간의 예상과 달리 신한은행은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에 나서며 더욱 고삐를 쥐는 모양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일 단행한 경영진 인사에서 기존 임원의 65%가량을 교체하며 고강도 쇄신에 나섰다. 1970년생 젊은 리더를 적극 발굴하고 부서장급을 임원을 발탁하는 파격 인사를 선보였다. 임기 만료를 맞은 임원 14명 중 9명이 교체되고 70년생 이후 젊은 임원이 6명 기용되며 세대교체를 가속화 했다.
신규 선임한 선임한 이봉재 고객솔루션그룹 부행장과 강대오 자산관리솔루션그룹 부행장, 최혁재 디지털 이노베이션그룹 상무는 1970년생이며, 송영신 정보보호본부 상무는 1971년생, 이정빈 경영지원그룹 상무와 전종수 준법감시인(상무)은 1972년생이다.
디지털 사업과 현장 영업력을 강화하고 조직을 보다 슬림화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도 시행했다. 신한은행의 각 부서가 주기적으로 모여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 성격의 고객 편의성 트라이브를 신설하고, 고객 관점에서 프로세스와 제도 개선 등을 발굴하도록 했다. 고객솔루션 그룹은 디지털 솔루션 본부와 디지털 혁신단을 흡수하며 디지털 기능이 고객 솔루션 영역과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했다. 특히 디지털 혁신단에 고객 관리 및 마케팅 고도화 지원 업무를 맡겼다. 이 같은 변화로 영업지원의 핵심인 고객 솔루션 그룹을 대폭 강화하며 영업 지원 부문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행장이 앞선 임기에서 디지털 혁신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이를 바탕으로 영업력을 고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땡겨요 등 인큐베이팅 작업이 끝난 플랫폼 사업들을 통합하고 본격적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차원"이라며 "영업적인 역할을 더 강화하며 디지털 역량을 고도화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금융 환경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예상되면서 은행권의 실적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금융지주들은 정 행장을 제외한 4대 은행 수장들을 '영업통'으로 불리는 인사들을 대거 기용했다. 다른 은행들이 이들 영업통 리더를 앞세운 체질 개선 및 기업 대출에 역량을 강화하며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한은행은 그간 기반을 닦아온 신사업의 본격적인 수익화 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의 대표적 플랫폼 사업에는 기업간거래(B2B) 플랫폼인 BaaS 형(Banking-as-a-Service) 금융지원이 꼽힌다. BaaS는 라이선스를 가진 금융기관이 비금융 회사에게 은행과 관련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고객사에 단순히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고객 플랫폼에 맞춤형 서비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신한은행은 배달앱 땡겨요 가맹사를 위해 전자지급결제 대행 서비스뿐 아니라 간편결제 가상계좌 결제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다양화했다. 아울러 B2B 고객사를 에스크로 결제 방식도 도입했다.
신한은행은 현대제철과 체결한 업무협약에 따라 에이치코어 스토어(HCORE STORE) 입점 판매업체들에게 비대면 판매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판매업체들은 매출채권을 할인해 판매 대금을 먼저 받아 활용할 수 있고, 구매 업체들은 외상 구매 후 결제일을 채권 만기 일까지 늦출 수 있다. 판매업체들을 채권을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구매사는 결제일을 연장함으로써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이를 통해 이자수익에만 기대던 기존 은행 업무를 넘어선 본업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같은 판단이 반영되면서 지난 20일 조직개편에는 디지털 이노베이션그룹을 신설되고, 최혁재 디지털이노베이션그룹 상무가 그룹장으로 선임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번 조직 개편과 최 그룹장 선임 배경에는 정립화된 BaaS사업을 본격화하고 수익화에 나서겠다는 영업적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B2B 플랫폼 금융 솔루션 실적은 올해 1분기 588억, 2분기 1334억원, 3분기에는 2431억원이 누적 수익을 거뒀다. 금융업계는 현재 20조원인 BaaS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1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신한은행은 디지털솔루션 본부와 디지털 혁신단을 통해 인공지능(AI) 관련 기능을 강화한 신사업을 내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