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수수료 수익 사라져 … 새로운 수익원 과제
법인 가상투자-제휴시장 확대 '빨간불'
KB는 벌써 빗썸 효과 … 요구불 계좌 4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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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의 길이 열리면서 개인투자자 거래 일색이던 가상화폐 시장에 '머니무브'가 시작됐다. 빗썸과 손을 잡은 KB국민은행은 실명계좌 제휴 발표 이후 벌써부터 고객 증대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반면 빗썸과 거래 종료를 앞둔 농협은행은 그간 2조원의 예치금을 운용하며 거둔 신탁 수익과 수수료 이익이 사라져 새로운 비이자 이익을 찾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빗썸은 오는 3월 24일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발급 제휴 은행을 NH농협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변경한다. 앞으로 빗썸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하려면 국민은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명계좌 제휴 은행은 거래소 이용자들에게 출입문 역할을 한다. 거래소에서 원화를 입출금하려면 은행의 실명계좌가 필요한데, 거래소 입장에선 이용자들에게 계좌를 얼마나 편리하게 발급·이용할 수 있게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통해 신규 계좌 개설 고객을 확보하고 원화 입출금 수수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농협은행은 빗썸과의 제휴가 종료되면서 가상자산 예치금 약 2조원을 운용해서 얻던 신탁 수익과 수수료 수익을 잃게 됐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가상자산거래소 원화 예치금 현황'에 따르면 빗썸의 예치금은 올해 1월 2조518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1월 9885억원에 비해 1조5299억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선 이용자의 예치금을 사업자의 고유재산과 분리, 은행에 예치 또는 신탁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은행은 고객의 예치금 운용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농협은행은 그간 예치금을 단기특정금전신탁을 중심으로 운용해왔다. 지난해 농협은행은 신탁 이익으로 1597억원을 기록했다. 제휴 은행 변경으로 올해 3월 말부터는 빗썸 2조원대 예치금을 이용한 운용이 불가능해진다.
아울러 실명 계좌를 발급한 대가로 빗썸에 받는 수수료 수익 기회도 사라진다. 지난해 농협은행의 수수료 수익은 7454억원이다. 실명계좌 발급은 은행 입장에서 비용도 적게 들어 수익성이 좋은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진입하며 올해 은행의 수익 다각화 전략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진 가운데 농협은행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반면, 국민은행은 벌써 빗썸 제휴 효과를 누리고 있다. 다음 달 24일 빗썸과의 실명계좌 연동을 앞두고 국민은행은 지난달 20일부터 사전 등록을 시작했는데 지난달 31일까지 신규 개설된 국민은행의 요구불계좌 수는 2만1182좌를 기록했다. 이는 실명계좌 제휴 발표 전인 5564좌와 비교했을 때 4배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의 모바일뱅킹 앱 KB스타뱅킹의 신규 계좌 수도 4021건에서 1만8453좌로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1월 빗썸과의 실명계좌 제휴은행 발표 이후 스타뱅킹 신규 및 요구불계좌 개설 건수가 4배 가까이 증가하며 신규 고객 유치와 저원가성 예금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발급이 가능해지면서 가상자산거래소 제휴 은행들의 시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법인 가상자산 계좌는 대부분 검찰·국세청 등 국가기관이 몰수한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용도의 계좌들로 가상자산을 원화로 현금화하면 대규모의 저원가성 예금 유입이 예상된다. 예수금 유입은 물론 거래소와 은행 간 원화 이체 시 발생하는 펌뱅킹 수수료 수익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상 자산 거래 규모가 급증하면서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를 맺기 위한 은행들의 적극적인 유치 경쟁도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12월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한 달 만에 20조 원 이상 줄었다. 반면, 지난달 기준 5대 거래소의 원화 예치금은 총 10조6561억원으로 1년 전(5조2154억원)보다 104.32% 급증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중 업비트는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와 제휴를 맺고 있고, 코인원은 카카오뱅크, 코빗은 신한은행,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각각 제휴하고 있다.